아이들을 게임에 빠지게 하는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국회 게임인식 토론회

조회수 2018. 4. 30.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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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과몰입? 게임이 아니라,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을 봐라

한국의 부정적인 게임 인식의 근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게임포럼은 3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 무엇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게임 스트리머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문화체육광광부 게임 콘텐츠산업과 김규직 과장, 전국게임관련학과협의회 한동숭 회장, 국회의원 조승래·김병관 등 민간과 학계, 업계, 정치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게임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게임 과몰입? 게임이 아니라,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을 봐라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기성 세대들의 무지와 몰이해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 김규직 과장과 스트리머 대도서관의 지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게임은 학생들이 여가 시간에 즐기는 유희 중 2위(1위는 영상 시청)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행동 중에선 TOP 3 안에도 들지 못한다. (참고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여행, 문화예술, 스포츠 순이다)

 

김규직 과장은 이러한 학생들의 이상한 여가 활동 행태를 언급하며, 학생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저 게임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락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성 세대는 게임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은 공부에서 도피하고 싶은 학생들이 선택한 여러 도피처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스트리머 대도서관 또한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로 '환경'을 예로 들었다. 대도서관은 이날 행사에서 "사람들은 성취감으로 사는데, 현실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기성 세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그 중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은 5% 밖에 안된다. 반면 게임은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거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등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게임을 비판하지 말고,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환경을 비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스트리머 대도서관 "학생들이 게임 중독? 성취감 못 주는 교육 환경이 문제"

 

이외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 전국게임관련학과협의회 한동숭 회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을 놀이나 가상현실, 몰입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몰이해를 ▲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옛날 만들어진 게임법과 (게임 중독 이슈를 예로 들며) 의학계의 성급한 연구를 지적했다.

스트리머 '대도서관'


# 부정적인 허상, 진짜 위기를 만들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쌓여 만든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무엇보다 게임 자체가 긍정적인 면은 외면된 채, 부정적인 면만 부각돼 기성세대들에게 '사회악'처럼 인식됐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를 낳았다. 

 

어떤 이들은 WHO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 등록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참고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게임 중독에 들어간 이유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게임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집중적으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의 말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의 게임 관련 학과는 강제적 셧다운제 논란을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게임 업계에 뜻을 두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게임 관련 학과 수는 십 단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는 업계에 '인력 수급 어려움'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게임 학과들은 연이은 위기에 대처하고자 지난 3월, 전국 게임관련학과 협의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부정적인 인식은 게임을 만드는 기존 개발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고문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AI나 VR 등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기술을 가진 게임 개발자들을 홀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윤 고문은 "게임은 기본적으로 AI, 아트,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된 종합 산업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개발자들은 계속 홀대 받았고, 나중에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이후엔 이미 융복합 산업인 게임에게 '융합'을 하면 지원하겠다는 요상한 정책들이 나왔다. 주변 개발자들의 마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이해도 못한 채 정책 만들지 말고 부정적인 인식이나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부정적인 인식과 몰이해가 쌓여, 4차 산업혁명의 단초가 될 기술을 가진 이들이 모두 떠나갔다"라고 주장했다.

 

 

#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뿐만 아니라, 업계에 대한 불신도 해소해야할 때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사에서 나온 방안은 크게 4개였다.

 

하나는 업계 딴에서의 적극적인 인식 개선 활동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고문은 "그래도 최근엔 선생님이나 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게임에 대한 좋은 인식을 알린다면 나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또한 "요즘은 이미지 시대다. 업계가 광고 등으로 적극적으로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알린다면 예전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승래 의원(오른쪽), 김광진 전 의원 등 많은 정치인들이 업계에게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 환경 개선이다.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현재 게임 과몰입이 이슈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당장 즐길 수 있는 것이 게임 밖에 없어서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여유가 생겨 다양한 유희가 확산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번째는 업계의 변화다. 참석자들은 기성세대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외에도 유저들이 게임 업계에 대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이어 업계가 나서서 창의적인 게임을 많이 개발하거나 논란이 되는 유료 모델을 고치는 등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게임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업계 딴의 '연구'와 준비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 "다행히 얼마 전 WHO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 등록이 1년 연기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불안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 다 끝난 일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건 이득이 걸린 안건이다. 미적지근한 준비로 대처할 수 없다. 업계에서도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질병 코드 등재를 막을 수 없고 부정적인 인식도 확산될 것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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