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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8] "철저한 현지화만 있다면, 일본은 기회의 땅이다"

조회수 2018. 4. 25. 15: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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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재팬 김기한 본부장이 전하는 일본 모바일 시장 공략법

“한국 개발자는 일본 유저를 모른다”

 

한국 게임 개발자에게 일본 모바일 시장은 매력적이다. 북미, 중국과 함께 전 세계 모바일 매출 TOP3를 이루는 거대힌 시장이며, 유저 한 명 한 명의 씀씀이가 크다는 특징도 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이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해마다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이 1,000개가 넘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그중 살아남는 외산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폐쇄적인 문화 탓에 ‘외산 게임의 무덤’, ‘갈라파고스’란 별명까지 있는 일본 시장이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다. 넥슨 재팬의 김기한 본부장은 “철저한 현지화만 있다면, 일본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강연에서 공개된 정보를 정리했다.

김기한 넥슨 재팬 본부장

 

# “계산 없는 일본 진출은 반드시 실패한다”

 

김기한 넥슨 재팬 본부장은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엔씨소프트, 엔씨 재팬, 넥슨을 거치며 10년 이상 게임을 개발했다.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맡은 것은 2015년이며 최근엔 넥슨 일본 법인에서 , <하이드 앤 파이어>(한국 서비스명 <백발백중>) 등 다수의 모바일 게임 런칭에 관여했다.

 

그는 일본시장이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 중국은 세계 모바일 시장 매출 부분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게임 시장이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한국과 대만도 일본과는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매출 순위와 기대 매출을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일본 모바일 매출 순위 100위 게임의 기대 매출은 한국의 10위권 게임과 맞먹는다. 한국에서 50위권 밖의 게임은 집계가 어려울 만큼 적은 매출을 거뒀지만, 일본은 달랐다. 50위만 달성해도 한국의 10위 게임의 기대 매출을 보였다.

일본 모바일 게임 매출 100위 = 한국 매출 10위의 기대값을 가진다.

김 본부장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잠재력으로 강연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출 설명에 앞서 한국 개발자들의 일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 개발자들이 서브컬쳐에 익숙하며,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등으로 일본을 자주 접해왔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장르의 유행도 비슷하다. RPG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바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낯설지 않은 나라와 익숙한 장르가 주는 자신감. 그는 많은 한국 개발자들이 이를 근거로 일본에 게임을 출시했고, 대부분 쓴맛을 봤다고 말했다. 

일본 모바일 게임 유저는 많지만, 각자의 특성이 다르다.

그는 같은 RPG라도 한국 버전을 그대로 일본에 들고가면 코어 유저만 만족시키는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타겟이 좁아지는 제한 외에도, 장르 특성상 유저 이동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충수’에 가까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모바일 게임 인구는 2,800만명으로 엄청나게 많지만, 라이트-미드코어-코어 유저와 장르별로 스펙트럼이 다양한 특징을 가졌다. 이러한 일본 시장의 특징을 모른채 무작정 일본 진출만 시도한다면, 게임과 개발사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반드시 실패가 자명하다는 것이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일본 유저는 어떤 특징이 있나?

 

김 본부장은 일본 서비스를 결심하기에 앞서, 한국 개발자들의 일본 시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먼저 강조한 부분은 게임 아트와 세계관이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수십 년간 게임 산업 붐을 이끌어온 국가라고 평했다. 게임 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의 서브컬쳐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낸 국가로 ‘일본만의’ 문화가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체적인 문화가 강한 특이한 시장이다.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은 게임의 아트에서 크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개발자가 생각하는 일본의 서브컬쳐는 현지에선 이미 ‘철 지난’ 디자인이다. 이는 일본답지도 트렌디하지도 못한 감각의 게임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임 아트는 게임의 첫인상을 비롯해 전달력과 몰입감 등 전반적인 경험이 영향을 미친다. 그는 와 <하이드 앤 파이어>의 현지화 사례를 들며, 절대적인 정답은 없더라도 현지 유저에게 보다 익숙한 그래픽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자의 일본 문화에 대한 오해는 게임 아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게임 세계관도 일본 유저에게 애착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김 본부장은 한국 유저가 비교적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튜토리얼 속 스토리 조차, 일본 유저에겐 중요한 몰입 요소라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 유저들은 테스트 과정에서 “나는 누구고 왜 지금 이 전투를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상황을 중시하는 일본 유저의 성향이 어릴 적부터 접해온 콘솔 게임 경험 때문으로 봤다. 스토리 동영상 삽입, 캐릭터별 성우 기용 등이 모바일 게임의 몰입도를 높일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작업이 대형 게임사조차 1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므로, 게임마다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이 오히려 개발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조언이었다. 

효율과 성장을 중히는 한국 유저. 상황과 몰입을 기대한 일본 유저.


# 가로 보다 세로 화면, 경쟁 보다는 협력 콘텐츠를 추천

 

일본 유저들은 두 손으로 플레이하도록 설계된 게임조차 한 손으로 플레이한다. 이는 지하철 이동과 같은 틈새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하는데 익숙한 일상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일본인들이 개인 시간 외에는 모바일 게임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업무 시간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개인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일본 편의점 점원들이 한산한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인 특유의 개인주의와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경향도 플레이 패턴에 영향을 준다.

일상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은 게임 플레이 패턴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한 5분 내외의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 콘텐츠를 설계하라고 조언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모바일 네트워크는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전철에서는 열차가 정차할 때만 통신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일본 모바일 게임은 이동 중엔 게임이 진행되고, 통신은 역에서만 가능한 3분에서 5분 텀의 짧은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그는 이러한 플레이 패턴이 현재까지 남아있다고 말했다. 2017년 넥슨의 자체 조사 결과 일본에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의 3분의 2는 세로 화면이었다. 일본 모바일 게임은 전철과 같은 환경에 특화된 '한 손-세로형' 게임으로 진화해왔다는 설명이다.

보다 많은 일본 모바일 게임 유저를 공략하려면 짧은 콘텐츠의 세로 화면 게임이 유리하다.

또한, 경쟁보다는 협력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유토리 세대’라고 불리는 13세에서 30세에 해당하는 일본 유저들은 학교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미덕으로 배우고 자랐다. 김 본부장은 일본 유저들이 쉽게 공감하는 협력 지향 콘텐츠를 게임 콘텐츠, 특히 엔드 콘텐츠를 설계하는 단계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모바일 게임의 엔드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협력형 콘텐츠라고 전했다. 최근 PvP 콘텐츠의 비중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레이드와 GvG 콘텐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vG 콘텐츠는 길드 간 경쟁으로, 경쟁의 과정에서도 공동체간 협력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모든 일본인은 아니지만, 현역 게임 유저에 해당하는 일본인들은 협력을 미덕으로 배우고 자랐다.


# 마케팅 비용과 BM, 시장에 맞는 수익 구조를 설계하라

 

김 본부장은 사업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BM(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팁도 전했다. 모객 비용, 즉 마케팅 비용이 많이 필요한 일본 모바일 시장의 특징에 맞는 적절한 수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는 일본 모바일 게임 마케팅의 유저 당 필요 비용이 한국의 약 2.5배라고 설명했다. 같은 100만 원을 집행해도 한국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유저만 게임을 접한다는 의미다. 이는 바꿔말하면 같은 성과를 내려면 비용도 2.5배 커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모바일 게임 마케팅 비용은 글로벌에 비교해도 높다.

일본 모바일 게임은 이를 가챠와 과금으로 풀어냈다.

 

일본 시장은 매출 규모와 다운로드 규모가 비례하는 시장이다. 게다가 다운로드 한 건당 과금 액수도 높은 특징도 있다. 왜 일본 모바일 게임은 유저 당 과금률이 높을까?  김 본부장은 일본 게임이 특히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과금 구조를 가진 게임만 살아남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가챠에 익숙한 일본 문화도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게임의 랜덤박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랜덤 상품을 접하기 쉽다. 캡슐토이와 복주머니로 대표되는 일본의 무작위 상품은 일본인에게 즐거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좋은 성능의 상품을 정가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들은 디테일과 만족감만 충분하다면 뽑기에도 비교적 너그러운 성향을 가졌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일본 유저라고 모든 뽑기를 용서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게임의 영역에 한정하자면, 앞서 말한 아트와 세계관 그리고 게임 시스템 부분에서 충분한 애착을 가질만한 디테일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생활 전반에서 가챠를 접할 수 있어 심리적 허들이 낮은 편이다.


# 현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4가지 원칙을 기억하라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했다. ▲아트와 그래픽 ▲세계관과 설정 ▲콘텐츠 설계 ▲BM과 같은 대원칙 4개를 포함해, 마케팅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척도를 정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케팅 부분에서 눈여겨볼 핵심 성과 지표로 ▲CPI(유저 획득 단가) ▲INSTALL(다운로드 지표) ▲RETENTION(재방문율) ▲ARPU(유저당 평균 과금액)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성과와 매출 개선으로, 마케팅과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성공적인 시장 정착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화 경험이 많은 퍼블리셔와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지화는 생각보다 비용과 인원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며,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역량 있는 개발사가 일본 시장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했다.

 

마케팅과 게임의 선순환 구조. 각 단계마다 고려하면 좋은 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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