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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기어 솔리드 3'와 미군 위장무늬의 변천사

조회수 2017. 11. 13. 14: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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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형에 적합한 위장무늬는 없는 걸까?' 미군의 고민으로 시작된 군복 변천사

'게임과 밀리터리'는 게임 속 모티브가 되거나, 게임에 녹아 들어있는 밀리터리적 요소들을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연재물입니다. 각국 군대의 장비 및 군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를 연구하는 밀리터리 동호회 'M Lab'에서 제공합니다. 본격 게이머들의 밀덕력을 충만케 해주는 콘텐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위장무늬는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매우 요긴한 도구였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통칭 ‘개구리’ 라고도 불리는, 미군의 ‘우드랜드’ 패턴을 닮은 녹색 얼룩무늬 전투복이 익숙하죠. 비록 지금은 ‘화강암 패턴’ 이라 불리는 디지털 위장무늬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군복’ 하면 이쪽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비군 훈련에서는 아직 흔하게 보이는 위장무늬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이 녹색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1년 9개월의 군 생활을 마친 바 있습니다.

좌) 세계 어디선가 서플러스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개구리' 군복, 우) 현재 국군 제식인 '화강암' 군복.

창작물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던가요? 본 연재에서도 다뤘던 게임들을 포함하여, 군대가 등장하는 수도 없이 많은 게임에서 다양한 위장무늬 군복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보통 치장용 아이템의 성격이 강할 뿐, 위장능력이 직접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보기 드물게 이런 요소를 실제 게임 시스템으로 차용하여 호평을 받은 게임이 <메탈 기어 솔리드 3>입니다.

 

 

​# 잠입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 3> 속 '카무플라주' 시스템

<메탈 기어 솔리드 3: 서브시스턴스> 포스터 사진.

잠입 액션 장르의 이 게임에서는 ‘적으로부터 얼마나 잘 숨느냐’가 난이도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메탈 기어 솔리드 3>은 위장무늬와 잠입능력을 결합해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왔고, 이후의 시리즈에도 부분적으로 적용합니다.

 

게임 속에는 ‘카무플라주(위장 선택)’ 시스템이 있는데요, 주인공인 스네이크가 전장의 상황에 맞는 위장을 하면 적에게 발각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렇지 않으면 발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정글에서는 우드랜드 전투복, 흙과 돌이 많은 건조한 지형에선 사막 위장복, 소련군 기지에서는 어반 패턴 전투복이 적합하다는 식이죠.

<메탈 기어 솔리드 3> 스크린샷, 벽돌과 어울리는 붉은 색 테트리스 위장복을 입고 있는 스네이크.

<메탈 기어 솔리드 3> 게임 화면 상단에는 ‘카무플라주’ 게이지 UI, 즉 현재 스네이크가 적으로부터 얼마나 잘 위장되어있는지를 퍼센트로 보여주는 표시기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주변 지형지물에 알맞게 착용 중인 위장복을 교체해야 합니다. 또한, 군복뿐만 아니라 ‘페이스 페인팅’도 위장 수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면 위장에도 신경 써줘야 하죠.

게임 화면의 오른쪽 위에는 착용 중인 위장복과 안면 위장, 그리고 '카무플라주' 게이지가 표시된다.
'꼭꼭 숨어라, 머리통 보일라!'

그런데 게임 속에서 미션 상황에 맞게 위장무늬를 고르다 보면 매우 귀찮아지곤 합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3>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모든 지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위장무늬 어디 없나?'라는 생각이죠. 컨트롤러로 상황에 따라 군복을 교체할 수 있는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군복을 받고 직접 갈아입어야 하는 현실 세계의 군인들은 오죽할까요.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해서 '유니버설' 위장패턴을 개발해 보급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 군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군이죠. 미군은 2000년대 초반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러한 ‘전 세계 공용’ 위장무늬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 '유니버설' 위장복을 사용해본 결과는 기대와는 아주 달랐죠.

 

[게임과 밀리터리]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6회에서는 미군의 위장무늬 변천사를 살펴보면서, 게임 속과 달리 다양한 환경 속 실전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위장무늬 어디 없나...? 미군의 고민


미국은 ‘적에게 본토 침공을 받은 적이 몇 번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나라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미국이 치른 수많은 전쟁 중 대다수는 해외에서 치러진 셈입니다.

 

그렇기에 냉전 시대의 미군은 수풀이 우거진 유럽의 드넓은 평원에서 전쟁을 치르기 위해 우드랜드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사막 지역에서는 일명 ‘초코칩’ 이라 불리는 사막 6색 패턴을 사용하고, 이후에 이를 개량하여 사막 3색 전투복을 채용했습니다. 미군은 이 정도면 쓸만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게 아니었죠.

좌) 미군의 우드랜드 위장복, 우) 미군 사막 6색 위장복.
사막 6색 위장복은 형태가 초코칩 쿠키와 비슷해 '초코칩' 패턴이라 불리기도 한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군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여러 국제분쟁에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각종 국제분쟁에 투입하여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신속대응군’ 개념이 정립되었고, 특히 미 육군은 전 세계 온갖 예상치 못한 다양한 곳으로 파병을 가는 것을 대비해야 했죠. 따라서 전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위장무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05년 이라크, 사막 3색 위장복에 우드랜드 방탄복을 착용한 82 공수사단 325연대 대원들.

이러한 필요성의 배경에는 보급 문제도 작용했습니다. 전 세계 방방곡곡 다양한 곳으로 파병을 가면 방탄복과 방탄모의 헬멧피 등을 새로 장병들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전투복도 바꾸어 주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군은 입대할 때 처음 지급된 전투복이 손상되거나 파병을 가기 위해 다른 전투복이 필요하면 장병 개인에게 지급되는 피복비로 전투복을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직업군인이니 돈도 많이 받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난한 계층 출신의 병사들도 많기에 적잖은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현실까지 겹쳐, 미 육군은 ‘한 가지 위장무늬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쓸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꿈은 컸으나... '만능' 위장무늬 UCP가 부딪힌 현실은?


당시 캐나다군은 최신 기술이었던 컴퓨터 설계를 통해 CADPAT이라는 디지털 패턴 위장무늬를 도입해 쓰고 있었습니다.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상의 작은 점들을 원단에 찍어 일정한 패턴으로 배치해 사람의 눈을 헷갈리게 하는 위장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이었죠. 미 해병대도 CADPAT을 벤치마킹해 산림/사막용 MARPAT을 제작해 도입하여 쓰고 있었습니다.

좌) 캐나다군의 CADPAT 위장복, 우) 미 해병대 MARPAT 위장복

이를 본 미 육군도 마찬가지로 컴퓨터 설계를 도입해, 기존의 우드랜드나 사막 3색 위장무늬와 전혀 다른 새로운 위장무늬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회색과 녹색을 섞어놓은 것처럼 생긴 '폴리지 그린'(Foliage Green)이라는 색이 나왔고, 그것을 기반으로 제작한 디지털 패턴 위장무늬가 2005년에 미군의 제식 위장무늬가 된 UCP(Universal Camouflage Pattern)입니다.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디지털 위장무늬',
이러한 미군의 야심 찬 꿈으로 UCP가 등장했다.

위장무늬가 변경되며 전투복에도 개량이 이루어졌는데, 바로 ACU(Army Combat Uniform)를 도입한 것입니다. 방탄복을 입으면 쓸 수 없었던 군복 아랫주머니를 삭제하고 팔에 주머니를 달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마크류를 찍찍이로 탈부착할 수 있게 했고, 주머니 덮개에도 찍찍이가 적용되었죠. 이는 비교적 자율성이 보장되던 특수부대 등에서 일명 RAID라고 불리는 개조를 통해 우드랜드/사막 3색 전투복을 고쳐 쓰던 경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사막 3색 군복에 RAID 개조를 한 미군 장병들.
일선 현역들의 경향을 반영하여 새로운 제식 군복인 ACU를 제작하게 된다.

UCP는 흔히 ACU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ACU는 위장무늬가 아니라 전투복 그 자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개선된 디자인의 전투복은 '무슨 위장무늬를 사용했느냐?'와 관계없이 전부 ACU라고 부릅니다. 위장무늬와 전투복 둘 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한미군 등이 착용한 모습을 통해 잘 알려져 있죠.

 

공군 역시 이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UCP의 색상은 그대로 두고, 유명한 ‘타이거 스트라이프’ 와 비슷하게 무늬를 바꿔 사용했습니다. 해군은 작업복 겸 전투복으로 푸른색이 듬뿍 들어간 NWU(Navy Working Uniform)을 채택했고, 네이비씰 등 지상 전투 병력을 위해서는 삼림과 사막에서 쓰기 좋아지도록 만들어진 AOR-1, AOR-2 패턴을 채용했습니다. 미군 전체가 ‘디지털’ 열풍을 맞은 셈이죠.

좌측부터 미 공군의 디지털 타이거 스트라이프, 미 해군의 AOR-2, 미 해군의 NWU 위장복.
군복에도 엄연히 유행이 존재한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는데... 미 육군이 야심 차게 채용한 이 UCP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디서든 적당히 잘 어울린다’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어디서든 ‘적당히’ 위장이 되고 ‘제대로’는 되지 않아서 그만큼 들키기도 쉽다는 큰 결점으로 작용했습니다.

UCP의 그저 그런 위장능력에 대한 블랙 유머도 탄생했다.
행정보급관의 부름으로부터 위장하는 데에만 알맞은 위장무늬라는 오명도...

비슷한 무늬를 쓰는 공군이야 야전에 나갈 일이 적고 공군기지는 대부분 회색 조 건물로 이루어져 있기에 괜찮았지만, 육군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소파에서는 최적의 위장무늬’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으니 말 다 한 셈이죠. 채용되고 몇 년이 지나서는 ‘바위가 많은 아프간의 전장에서 의외로 괜찮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그 몇 년간의 부정적인 여론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야, UCP 이거 안 되겠다' 멀티캠, 미군을 석권하다

신형 UCP 위장복을 살펴보는 미군 장성들.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아 그러니까 이게 우리 애들 줄 새 군복이라고? 개발자 나와봐"

야전에서 줄기차게 나온 위장 문제에 대해, 미 육군은 2010년경 개선책을 제시합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선 한정으로 운용할 ‘아프가니스탄 전용’ 위장무늬를 채택하기로 한 것이죠. 두 후보가 경쟁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UCP-D, 그리고 다른 하나가 ‘크라이 프리시전’의 멀티캠이었습니다.

좌) UCP-D 위장복, 우) 멀티캠의 원형이 된 스콜피온 위장복.

UCP-D는 UC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여러 개선안 중 네 번째인 D형을 말하는데, UCP에 갈색을 더한 버전입니다. 매우 독특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현장의 평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멀티캠은 미 육군의 신형 위장무늬 경쟁에서 탈락한 ‘스콜피온(현재는 스콜피온 W1이라고 부릅니다)’ 패턴의 개선안으로, 미군의 내틱 연구소와 크라이 프리시전이 공동 연구하다 UCP가 승리하자 크라이 프리시전이 약간의 개선을 거쳐 시장에 내놓은 위장무늬입니다. 이미 특수부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쓰이던 위장무늬였죠. 


이 두 위장무늬는 미 육군 82공수사단과 4보병사단에 시험 지급되어 실전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이 대결에서 승리한 쪽이 OEF-CP(Operation Enduring Freedom Camouflage Pattern)가 된다는 목표였지요. 여러 시험을 거친 끝에, UCP-D가 미묘한 평가를 받고 멀티캠이 경쟁에서 승리하여 아프가니스탄 전용 위장무늬의 자리를 꿰차게 됩니다.

좌) 테스트 당시 UCP-D를 착용한 미 82 공수사단 장병, 우) 실전에서 멀티캠을 테스트 중인 미군 장병들.

물론 멀티캠 위장무늬를 군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크라이 프리시전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기에, 미군은 아프간 주둔군 한정으로만 멀티캠이 적용된 ACU를 지급하였습니다. 그렇기에 OEF-CP라는 복잡한 이름이 붙은 것이죠.

 

멀티캠이 ‘어른의 사정’으로 아프가니스탄 한정으로 채용된 후에도, 미군은 UCP를 다른 물건으로 갈아치우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에도 다른 회사들과 차기 위장무늬 사업을 벌였는데, 여기에서도 멀티캠이 승리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 때문에 미군은 결국 크라이 프리시전과 멀티캠 위장무늬의 로열티 지급 관련 협상을 시작합니다만, 이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자 다른 대안을 생각해 냅니다. 내틱 연구센터에서 개발하던 스콜피온에 약간의 개량을 더 해 새 위장무늬인 ‘스콜피온 W2’를 만들어낸 것이죠.

좌) 멀티캠 위장패턴, 우) 스콜피온 W2 위장패턴의 비교 사진.
그래서 도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실제 이 스콜피온 W2와 멀티캠을 비교해 보면, 일반인은 둘째치고 군인들조차도 헷갈릴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물론 이는 둘 다 스콜피온 W1이라는 원본을 공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멀티캠과 달리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었기에 미군은 이 패턴을 그대로 OCP(Operational Camouflage Pattern)라는 이름으로 제식 채용하였습니다. 동시에 미군은 몇 년간의 혼용 기간을 거쳐, 2019년 9월 30일부터 UCP 전투복을 퇴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UCP가 쫓겨나면서 미군은 OEF-CP와 OCP 전투복, 즉 멀티캠과 스콜피온 W2 위장패턴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입대하신 한국계 미군이나 카투사 독자 중에는 이 전투복을 실제로 입어 보신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멀티캠 위장복을 착용한 미 특수부대원들.

게다가 몇 년 전부터는, 육군과는 다른 전투복을 사용하던 공군과 해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서도 실제 전장에 파견되는 장병들은 멀티캠을 사용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목격되었습니다. 특수부대에서도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멀티캠을 진작부터 사용했었기에 멀티캠은 그야말로 미군을 석권한 위장무늬가 되었죠.

멀티캠 장비를 착용 중인 국군 UDT/SEAL 대원들.
멀티캠은 이제 미군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특수부대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등,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위장무늬가 되고 있다.


# 구관이 명관, 특수부대의 우드랜드 사랑

 

그런데 장비 선택에 상당한 자율권이 보장되는 특수부대의 경우, 꼭 멀티캠만을 편애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전장의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패턴의 전투복을 골라 입곤 했는데, 그중에는 구형 우드랜드 전투복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신생 아프간 정부군(ANA)과 함께 활동하는 미 육군 그린베레나 해병대 레이더스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을 위해 대량의 재고 우드랜드 전투복을 공여했는데, 이들과 함께 활동하기 위해서 미군 특수부대도 이러한 우드랜드 전투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드랜드 군복을 착용 중인 미군 특수부대원들.

이러한 선택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념과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생각보다 수풀이 많습니다. 나무가 많아 삼림이 우거져 있는 곳들도 심심찮게 있기에, 이러한 선택은 의외로 현명했습니다. 그렇기에 미군 특수부대들도 2010년대 들어 우드랜드 전투복을 사용했지만, 예전에 쓰이던 전투복과 달리 기능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방탄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통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몸통 부분을 스판덱스로 만든 ‘컴뱃 셔츠’를 채용하고, 바지에는 주머니를 늘리고 무릎 보호대가 기본적으로 부착된 ‘컴뱃 팬츠’를 즐겨 입었습니다.

우드랜드 위장무늬로 제작된 '컴뱃 셔츠'와 '컴뱃 팬츠'를 착용한 미군 특수부대원들.

과거에는 대원들이 직접 티셔츠에 옷소매를 잘라서 재봉하는 등 이러한 컴뱃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었다면, 지금은 아예 이러한 기성품이 다양한 회사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옛것이라도 유용하다면 잘 활용하되, 현실에 맞게 개량을 거쳐 사용하는 모습에서 미군이 왜 강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 글을 마치며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숨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자 현실의 군대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목표입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3>의 주인공 스네이크가 그러하듯, 전 세계의 군대들도 자신들이 접할 전장 환경에 맞는 전투복을 위해 연구와 변화를 거듭합니다. 때로는 구관이 명관이라며 옛 전투복을 꺼내 쓰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역시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시대와 환경에 맞게 신형 화강암 패턴 전투복으로 대체하였습니다만, 그 기능성에 대해서 꾸준히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실은 다소 아쉽습니다.

 

'게임과 밀리터리' 연재는 이번 6회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독자 여러분께 다양한 소재,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필진이 노력했습니다. 부디 독자들께서 글을 재미있게 읽으시면서 밀덕심을 충만케 하셨기를 바라면서, 저희의 연재는 이것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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