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인덱스 2017에 가다

조회수 2017. 7. 31. 1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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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웃 오브 인덱스 2017 현장 스케치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이하 'OOI')'를 아시나요?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에서 오류가 났을 때 표시되는 문구입니다. 인덱스, 즉 미리 지정된 문법에서 어긋났다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이름으로 쓰는 축제는 어떤 행사일까요? 지난 29일, 서울 인디아트공에서 열린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전시회 2017'의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여드립니다.



# 안심하세요, 아웃 오브 인덱스입니다

인디아트홀 공의 입구. "굴뚝을 기준으로 오라"는 안내가 없었으면 정말 못 찾을 뻔했습니다.

안심하세요.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아웃 오브 인덱스 2017입니다.

올해 OOI​는 서울 '인디아트홀 공'에서 열렸습니다. 언뜻 보기엔 ​축제나 행사와 관련이 없는 공장처럼 보이지만, 포스터를 따라 좁은 계단을 올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공간이 드러납니다. 인디아트홀 공은 폐공장 2층을 개조해서 만든 공연장이고, 아트전이나 연극 등 여러 예술 행사에 공간을 대여하고 있습니다. 실험 게임 축제를 진행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죠.


오후 1시부터 입장 시작. 들어가자마자 귀에 들린 건 안쪽에서 들려오는 "아아아" 하는 큰 소리였습니다. 뭘까 해서 제일 안쪽에 있는 게임부터 보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면서 뭔가 DJ 부스라든가 브라운관 TV 같은 걸 본 것 같지만, 목소리를 쓰는 게임이 더 궁금하니까요.

전시 내내 "아↗아↗아♪"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레조넌스>. 현장에서도 대인기!

문제의 그 게임은 <레조넌스(원제: Resonance-The Lost Score)​>입니다. 평범한 플랫포머 게임처럼 보이지만 목소리의 높낮이를 인식해 게임 속 장애물을 부수거나 움직일 수 있는 게임입니다... 라는 설명을 나중에 들었죠.


행사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터라 설명을 잘 못 들은 참관객 한 분이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내며 게임을 플레이하고 계셨습니다. 점프대를 움직여 가시밭을 건너가는 스테이지에서는 3단 고음(!)까지 선보여서 박수와 환호를 받으시기도. 플레이 방법이 제대로 전달된 후에는 그 분만큼 엄청난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레조넌스>는 깔끔한 그래픽과 재미있는 진행 방법 덕분에 전시 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3단 고음 참관객의 플레이를 지켜보다가 뒤쪽에서 뭔가 분주하게 옮기는 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커다란 녹색 버튼이 먼저 눈에 띄더라고요. 이건 또 뭣인가.

버, 버튼? 그 옆에 있는 종이는 뭐고?

4색 버튼과 힌트 종이들을 사용하는 <코덱스 배쉬(Codex Bash)>

암호를 풀고 올바른 순서대로 버튼을 입력해야 합니다. 저는 네 번째 스테이지에서 다운.

<코덱스 배쉬>는 최대 4인이 협력해서 암호를 풀고 올바른 순서로 버튼을 입력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설치형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면에 나오는 색깔대로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나중엔 이중, 삼중으로 암호화되어 등장합니다. 암호를 푸는 방법은 화면에도 있지만, 때론 주위에 있는 힌트 종이를 찾아 암호를 풀어야 합니다.


사 시작 초라 스태프 한 분이 버튼과 종이, 책상의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계셨습니다. ​특별 제작한 버튼과 힌트 종이를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많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라서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평상 하나를 더 가져와서 거기에 버튼을 배치하시더군요. '방탈출 카페' 같은 곳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평상이라고 하니 또 눈에 띄는 설치형 게임이 있었죠. 고전적인 브라운관 TV에 평상, 카펫까지 가져다놓은 <픽쳐 프로세싱(Picture Processing)>입니다. 

우와, 뭡니까, 이 그립고도 아늑한 환상의 풍경. 자칫하면 여기서 잘 뻔.

평상부터 서랍, 카펫, TV, 게임패드까지. 어느 하나도 허투루 갖춰놓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 고전 게임은 바로 이 화면에서 플레이해야지!

<픽셀 프로세싱>은 카트리지 버그로 그래픽이 깨져버린 고전 게임을 고치는 퍼즐 게임입니다. 게임 속 두 가지 요소를 선택에 서로 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플레이하지요. 모두 클리어하면 완성된 화면과 본래의 소리를 들려주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아웃 오브 인덱스에서는 3스테이지까지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베개와 게임패드가 그리워지는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개발자의 의지로 설치형이 된 특이 사례입니다. 가져온 소품 모두 미국에서 개발자 본인이 직접 공수해온 것! 패미콤 등 카트리지를 꽂는 고전 게임기는 팩을 잘못 꽂으면 위 사진처럼 화면이 깨지곤 했는데, 그 경험 자체를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픽셀 프로세싱>을 플레이하는 참관객도 연령대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가 달랐습니다.


저요? 전... 저렇게 화면이 깨지면 밑단을 후 불어서 다시 꽂으면 된다는 것 따윈 모릅니다.



# 12개의 독특한 게임과 함께 한 축제

단연 인기가 많았던 <리걸 던전(Regal Dungeon>. 국내 개발자 SOMI의 신작입니다.

탁월한 조작감과 더불어 플랫폼 자체를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로 눈길을 끈 <셈블렌스(Semblance)>

목적지는 같지만, 플레이할 때마다 가는 길이 끊임없이 변하는 <아이던(Idhan)>

살인자의 입장에서 알리바이를 만들고 증거품을 인멸하는 <보헤미안 킬링(Bohemian Killing)>

의도적으로 몰입을 깨는 구성이 엿보인 <몰록 제로(MOLOCH-Zero)>

부모 몰래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한 청소년의 긴장감을 그린 <18세 이상만 보세요(You Must be 18 or older to Enter)>

윈도 OS의 '창' 속성을 활용해 아이템, 발판, 적, 상점 등을 구현한 <업슨넵됴>.

원근과 착시를 활용해 길을 찾고 자이로센서로 조작하는 <키두: 어 릴렌트리스 퀘스트(Kidu: A Relentless Quest​)>

  올해 OOI에는 총 12개의 게임이 전시됐습니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길죠. 어느 정도 게임을 해보고 있으려니, 홀 안에서 쿵쿵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게임과 소리에 활용한 <보로노이드(Voronoid)> 시연이 시작된 겁니다.


<보로노이드>는 최대 4인의 플레이어와 DJ 한 명이 필요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고유의 좌표와 소리, 공간을 가지고, 부스터 기능을 활용해 다른 플레이어와 다퉈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공간을 활용해 다른 플레이어를 가로막는 등 종횡무진 화면을 누벼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싸움은 공 네 개가 통통 튀어나는 것처럼 표현되고, 이 공의 움직임이 디제잉에 반영됩니다. 게임에 수학과 음악을 접목한 실험작이었습니다.



# "좀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실험 게임 축제라고 해서 퍽 긴장하고 있었습니다만,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실험 범위도 비단 게임 시스템이나 내러티브 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 음악과 수학, 공간까지 넓게 활용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관객은 원하는 게임을 골라서 마음대로 플레이해보고, 잘 모르겠다 싶은 건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나 개발자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개발자들도 참관객 사이에 섞여서 다른 게임도 해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였어요. 이 분위기는 특히 2부 행사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두드러졌는데요, 몇몇 해외 개발자가 현장에 참가해 게임을 설명하고 즉석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등, 다른 게임 행사에서는 다소 보기 드문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일까 싶으면 체험형 게임의 비중도 높았고, 클럽 분위기의 장소와 음악에, 마지막은 프레젠테이션과 피자 파티까지. 아웃 오브 인덱스는 어떤 축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걸까요? 주최자인 김종화 핸드메이드 대표와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김종화 핸드메이드 대표

TIG> OOI가 벌써 네 번째다. 아직 행사 중반이라 이르긴 하지만, 이번 OOI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종화 대표: 전반적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게임 선정 등에서 매우 알차게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사 진행 중에는 항상 예상치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긴장이 된다. 시작 전에도 전기가 나가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TIG> 인디아트홀 공을 축제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다.


김종화 대표: 인디 특유의 '힙'한 분위기를 내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도 이 장소에서 진행하고 싶었는데, 작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최비용을 모금받고 약 300명의 참관객을 미리 예약받았다. 이 곳은 그만한 인원을 수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올해는 150~200명 정도로 규모를 줄이고 인디아트홀에서 진행했다.



TIG> 출품된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게임이 있다면?


김종화 대표: 아무래도 <리걸 던전>이 아닌가 싶다. SOMI 개발자가 세 번 연속으로 출품작을 냈는데, 언제나 새로운 작품, 실험작을 보여주고 있다.


또 <18세 이상만 보세요>와 <몰록 제로>를 꼽고 싶다. 이 두 작품은 형제 개발자 두 명이 만들었는데,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연출이나 몰입을 의도적으로 깨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팀은 일주일에 한 개씩 이런 작품을 만들어서, 약 300개 정도의 게임을 만들었다. 실험 정신이 대단하다.



TIG> 12개 작품 중 국내 개발자 게임은 2개에 불과한데, 최근 국내 인디게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김종화 대표: 부산 인디게임 페스티벌만 봐도 해외 작품 채택률이 부쩍 늘어났다. 최근 모 인디게임 개발 커뮤니티에서도 표절 시비가 일어나서 화제가 됐었는데, 실험 정신이 많이 부족해진 듯 하여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대세 장르를 따랐어도 퀄리티가 좋은 작품들도 있고, 생존을 위한 선택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체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좀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TIG> 앞으로 OOI가 어떤 축제로 알려졌으면 하는가?


김종화 대표: 물론 여기 출품해면 얼마간의 홍보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실험작을 만들고 의견을 주고받는 하나의 장으로 여겨줬으면 한다. 종전에는 무언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도 보여줄 곳이나 사람이 없었다. OOI는 그런 작품이 있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러니 실험적인 작품으로 도전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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