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년차 마흔, 퇴사 후 서점을 창업한 이유
이 인터뷰는 퇴사학교의 <마흔의 퇴사> 스토리펀딩 중 일부 내용입니다.
직장인에게 마흔이란 그런 나이였다.
회사 생활도 10년 넘게 해보았고, 어떤 조직을 가나 불만은 비슷한 것도 알기에 회사 생활의 이 정도 힘듦은 그냥 무던히 흘려보낼 수 있을만큼 내공도 쌓였다. 일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나이.
하지만 마음은 온갖 불안함과 복잡한 나이
40이면 불혹이라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복잡해져만 갔다. 회사에선 중요한 관리자로, 집안에선 가장으로, 부모님께는 좋은 자식으로 온갖 해야 할 것들이 마음을 옥죄고, 묵직한 책임감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힘이 들어도 회사 생활을 '버티게' 되었다.
Q.
언제부터 퇴사를 고민하셨어요?
A.
35살 넘어서부터 고민은 계혹 해왔어요. 명예퇴직은 갈수록 어려지고, 희망퇴직의 가이드는 없어지고. 아무리 회사 오래다녀봤자 50일텐데, 50언저리에 퇴사를 하면 그 때 나 혼자 뭘 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계속질문만 던지고 답을 못 찾겠고 그랬죠.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한 가지 일을 40년 넘게 하면 정말 대단한 거잖아요. 생활의 달인 보면 5년씩, 10년씩 국수만 만들어도 달인이 되는데 왜 직장인은 달인이 되지 못하지? 4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하셨는데도 나와서 뭔가 할 일이 없으신 거에요.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가 꼭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을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동기부여가 되는데. 취미만 즐기면서 노년을 보낼 것도 아니고. 이런 복합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죠.
나도 뭔가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뭘 혼자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어요.
Q.
퇴사하고 책방을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A.
이 전에 하던 일이 디지털 사업기획이었고. 제가 콘텐츠 비즈니스를 주로 계속 해오면서 콘텐츠를 잘 포장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재미있더라고요. 시키지 않아도 하고 있고.
그러면서 30대부터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업기획팀장이니까 회사 생활하면서 회사 힘을 빌어 여러 가지 사업기획도 하고 직접 해보면서 인사이트들을 조금씩 배웠고,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시장의 니즈는 어느 정도 감도 잡히더라고요.
Q.
회사 생활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씩 발견해온 거네요?
A.
네, 그래서 일이 적성에는 잘 맞았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사실 좋아하는 걸 찾는다는 게 별 게 아닌데. 직장인들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없잖아요. 수많은 시간을 회사에 쏟을 수 밖에 없으니까. 회사 생활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내가 이런 일을 좋아하는구나 알았어요.
Q.
반대는 없었나요?
A. 아내는 제가 이런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많은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어서 하고 싶은거 한 번 해보라고 해줬어요. 고맙죠. 빨리 경험하고 안되면 재취업하더라도...아내도 직장인이라 이런 고민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고, 자신이 월급을 받는 입장이니까 제가 좀 덜 벌어도 그에 맞춰서 생활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나봐요. 다른 직장인들도 비슷할 것 같은데 평소에 살면서 스스로 창업이나 사업이 맞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2년 뒤에 실패해도 그 때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전에 하던 일도 그렇고 콘텐츠를 포장해서 전달하는 일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책도 하나의 콘텐츠니까. 책방을 하는 것이 예전 하던 일과 결이 맞는 것 같아요. 커리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더 많은 걸 얻을 좋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