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출판기념회

조회수 2016. 10. 19.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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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출판기념회


저는 광주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수능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생각만 해도 조용하고 삭막할 거라 생각되실 거예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희 3학년 3반 교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바로 벽면에 붙은 '시' 때문입니다.

이 시들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리 반 친구 경원이가 쓴 작품입니다.

"엄마가 저를... 버렸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고아였죠.

시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엄마에 대한 시를 쓰게 됐어요."

- 김경원 학생

경원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제 친한 친구인데요,

쉬는 시간마다 뿌듯한 표정으로

본인이 쓴 시를 제게 보여줬습니다.

"경원이의 시는 위로가 돼요.

문학적으로 뛰어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솔직해서 전달력도 좋고 진정성이 있어요."

저는 시를 쓴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경원이가 쓴 시가 너무 좋아서

볼 때마다 놀라곤 했습니다.


엄마에게


나에게 엄마란

부르기 가장 힘든 사람입니다

나에게 엄마란

너무나도 미운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엄마란

이미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존재입니다

나에게 엄마란 그 이름이 너무나도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가끔은 엄마의 품에 안기어

울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엄마를

원망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가끔은 엄마에게 들려 드리지 못 했던

이 말들을 들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특히 저는 '엄마에게'라는 시를 읽었을 때

눈물이 왈칵 차올랐어요.

그동안 경원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3년 동안 경원이는 시를 쓰고, 또 썼어요.

저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선생님이 직접 타이핑해서 붙여주셨어요."

그래서 저희 반 교실 벽면에

경원이의 시를 붙이게 된거죠.

"다른 반 친구 중 하나는 경원이가

우리 반 주인공 같다고 얘기해줬어요."

쉬는 시간이면 수험서를 들여다보기 바쁘던 아이들이

벽면에 서서 경원이의 시를 보고

스티커를 붙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시집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폐지 주워서 시집 만들까 그런 이야기도 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매번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던

경원이의 시집을 출판하자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됐어요.

그때부터 우리 반 친구들에게 목표가 생겼습니다.

'경원이 시집 내기'

우리 반 장우혁, 정우영, 이현규 세 친구가

경원이의 시집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책 만드는 비용이 문제였죠.

그래서 우리는 7월에 열린

학교 바자회 행사를 통해 번 돈으로

경원이 시집을 내기로 했어요.

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저희 반 사연을 소개해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경원이의

시집은 세상에 나왔습니다.

시집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저희는 담임 선생님께서 고이 아껴 뒀다가

수능이 끝나면 졸업선물로

나눠 주신다고 하네요.^^

저희 3학년 3반 친구들이

뜻깊은 졸업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경원이 시집, 많이 봐주세요!



기획 최재영 / 구성 권혜정, 나애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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