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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기자단 폭행 사건: '문빠'와 '기레기'의 싸움?

조회수 2017. 12. 18. 2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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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번 '싸움'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주지하는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중에 이를 취재하는 한국 기자 2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지난 14일).

문제는 그 이후다. 야권과 언론이 사이좋게 ‘文 무능론’을 꺼냈다. 야권의 발언을 언론이 받아쓰면서 ‘문재인 무능론’과 ‘기자 폭행’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강경화 책임론이 불거지고, 외교 참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지나치게 ‘오버’스럽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감정적인 제목을 달아 논란을 더 키웠다. “중국경호원 기자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매경MBN)는 대표적이다. 동아일보는 대놓고 사설 제목에 ‘문빠’를 언급하며 저격했다.

출처: MBN
현재는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라는 제목으로 바뀐 매경MBN 기사의 원 제목은 위 캡처 이미지와 같다. 당파성을 떠나 그야말로 유치하고, 저열하다. 여론의 비판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스스로 창피했는지 현재는 제목을 바꿨다.

그 ‘문빠’들은 ‘기레기’들이 불편부당한 비판자가 아니라고 의심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방중과 관련, 언론 보도는 애초에 홀대론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 지지자들은 그에 불만이 컸다.

이게 폭발한 것이 기자 폭행 이후의 여론 동향이 아닐까 싶다. 언론은 홀대론을 더욱 부각하고, 지지자들은 언론의 보도에 더욱 분노하고. ‘중국의 결례’라는 당연한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언론은 ‘문빠’ 운운하고, 사람들은 ‘기레기’를 운운하며 엉뚱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둘 다 잘못했네’란 결론을 내리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사실 폭행당한 기자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언론이 문제가 많긴 하지만 그 때문에 중국 경호원이 기자를 때린 것도 아니고. 폭행당한 언론인을 위로하고 중국 당국에 유감을 표시하는 게 옳다.

다만, 짚어보고 싶은 게 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언론을 미워하게 되었을까.

왜 사람들은 언론을 미워하게 됐을까?

한국 신문을 발행부수대로 정렬하면, 1위부터 5위까지가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이다. 무슨 뜻인지야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그냥 숫자로만 따져도 보수(?) 언론이 우위에 있고, 특히 기득권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발행부수 등을 따지자면 압도적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또 어떤 행태였는지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는 대다수 언론에 기사를 제공한다. 연합이 한 번 재채기를 하면 언론과 여론 지형에 질병 대유행급의 참사가 벌어진다. 지난 가을의 ‘가스 라인’ 오보 사건을 떠올려보시라. 그 연합뉴스는 포털에 독자적으로 기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에 무려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KBS, MBC가 뉴스를 만든다. 십 년 동안 이들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도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종편이 또 어땠는지 모르는 분도 없을 것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이른바 ‘개저씨’들이 고스톱 치며 이발소에서 떠들던 저질스런 잡설을 전파로 쏘아보냈다. jTBC는 반대급부로 높은 평가를 받긴 하지만, 역시 언론으로서의 신뢰도는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최근 20년 간 우리는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을 절반씩 경험했다. 김대중과 노무현, 이명박과 박근혜다.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보수정권 출범 후 언론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안다. 무려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기자들이 질문은커녕 받아쓰기 시험이나 보던 모습도 안다. 박근혜에게 빨주노초파남보 옷을 입히며 ‘오 패션외교’ 하던 모습도 안다.

출처: 프리덤하우스 2017
한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덕분에 여전히 ‘부분적’ 언론 자유국(노란색)이다.

여권 지지자들이 몰지각하다고? 그런 사람들, 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지만, 내가 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일부 지지자들의 ‘광기’는 항상 실재로서 존재하는 ‘상수’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는 정치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그럼 ‘문비어천가’만 쓰라는 얘기냐 되묻는다. 그럼 안 된다. 지지자들에게 욕을 좀 먹더라도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래서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에서 언론의 균형감각이 정말 동등하게 유지되었는지를 묻는다면, 솔직히 그건 아니잖은가.

왜 사람들은 언론에 이토록 뿌리깊은 불신을 품게 되었는가. 사실 답이 뻔한 문제다. 기자 개개인의 이성, 양심,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전부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존경스런 기자들 많다. 다만 조선, 중앙, 동아 따위의 제호로 묶인 하나의 언론 집단, 그리고 그들이 또 다시 묶여 형성하는 언론이란 거대한 카테고리는 분명 썩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 이토록 불신받는 백만 스물 한 가지 이유를 제쳐놓고 우리를 왜 불신하냐며 ‘덤벼라 문빠들아’ 같은 기개를 보이는 것은, 사실 그리 용기처럼 보이지만도 않는 것이다.

‘문빠’와 ‘기레기’의 싸움? 

언론이 정권과 적대한 적은 많다. 그게 언론의 소임이다. 히자만 지금은 언론이 정권이 아니라 그 지지자와 적대하는 구도다. 이게 어떤 의미일지, 언론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 다만 불특정 다수일 수밖에 없는 ‘지지자’들과의 싸움은 언론에 꽤나 힘겨울 것이다. 필부필부에게 어떤 소임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언론은 소임을 지켜야 한다. ‘지지자’를 상대로 이겨봐야 남을 것도 없다. 난 아무래도 언론이 감정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지자들이 훨씬 감정적이지 않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야 감정적인 게 당연하다.

이번 방중을 두고도 언론은,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오버’하며 문재인의 무능을 부각하기에 앞장섰는데 노골적으로 의도가 엿보이긴 한다. 그래서 아쉬운 점은 보도하지 말라는 얘기냐 하면 그런 게 아니라, 일제히 사설까지 동원해 홀대 논란과 폭행 논란에 집중하며 ‘참사’ 같은 표현까지 동원하는 게 온당한지 나는 묻고 있다.

그래서 언론의 이번 ‘홀대론’ 부각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 정권에 비판적인 데스크와 그 ‘윗선’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나 하는 의심도 든다. 언론은 ‘홀대론’을 부각하면서 ‘오버’했고, 과하게 감정적인 글을 썼다. 스트레이트한 기사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기자 개인의 판단을 보태기도 했다. 절대 언론 불신이 덜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한국 기자가 중국 경호인력에게 폭행당했을 때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까?

  1. 이게 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서 코리아패싱 당하는 거다. 강경화 경질하라.
  2. 기레기들 잘 맞았다. 지네 맞으니까 이제서야 기사 엄청 쓰는 거 봐라.
  3. 심각한 문제이며 외교적 결례다. 중국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

기자 폭행은 당연히 중국 측 잘못이다. 정부는 중국에 유감을 표할 일이다. 이를 두고 ‘기레기라 맞았다’ 같은 판단을 할 까닭이 없다. 마찬가지로 ‘문빠’ 운운하며 ‘홀대론’과 ‘무능론’을 부추기는 그 수준도 ‘기레기라 맞았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 피 터지게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교전수칙’과 기본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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