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 조작, 어떻게 볼 것인가

조회수 2017. 11. 1. 17: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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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포털 뉴스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포털 네이버의 뉴스 게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기사 배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는데, 실제로 그랬다는 사례가 드러났다. 그런 의심의 주요 영역이었던 정치 분야가 아니라 스포츠 분야이긴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저께(30일)는 창업자까지 국회에 소환되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금의 네이버는 시험을 치면 늘 1등 하지만, 반 친구들은 대부분 싫어하는 깍쟁이 범생이 같은 이미지다. 정치 지형에서 우군이 별로 없다. 진보쪽 사람들은 네이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보수인 야당 의원들이 네이버를 몰아세웠다.

내가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온라인 홍보 담당으로 잠깐 일할 때다. 회사 홍보 광고를 네이버에 내기로 하고 시안을 갖고 CEO에게 갔다. 박원순 시장 계열인 대표이사는 왜 ‘다음’에 광고를 하지 않고 네이버에 하느냐고 물었다. 네이버는 정이 안 간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진보쪽 정체성을 가진 친구들에게도 흔히 듣는다.

하지만 다른 쪽도 네이버에 정을 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하던 3월10일,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본사를 찾아갈 일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사옥으로 가는 길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태극기 부대 같은 우파 시위대들이 여기저기 플래카드를 붙이고 대형 확성기를 틀고 네이버를 비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쪽 모두에서 따가운 눈길을 받는 것은 1등의 숙명일 수도 있고 영향력이 크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우군이 적은 네이버는 적어도 실체적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몇 배로 조심해야 한다. 이번 기사 배열 조작은 바로 그런 실체적 잘못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네이버와 정치권력 

이 사건을 좀더 큰 맥락에서 볼 필요도 있다.

많은 한국인의 인터넷 브라우저 첫 화면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다. 네트워킹에서 포털(portal)은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한국 네티즌에게 포털은 ‘입구’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가진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볼지를 안내하는 정보 관문(gateway to information)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강고한 관습 탓에, 세계를 평정한 구글도 한국에서 네이버를 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네이버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러한 영향력은 권력에게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통제할 수 있으면 기회고, 통제할 수 없으면 위협이다. 말하자면 네이버는 정치 권력, 자본 권력의 일상적인 공작 대상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권력이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일은 한국에서 흔한 일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사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를 빼달라거나 톤을 조정해 달라는 원시적인 요구를 들이미는 게 한국이다. 이런 일은 기업 홍보실들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광고 발주로 언론을 길들이는 것은 권력과 기업이 비슷하게 하는 일이다.

출처: 민중의소리(사진 제공)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보도국장에게 직통으로 전화해서 특정 이슈의 보도를 빼달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권력과 미디어의 낯설지 않은 관계(였)다.

언론 쪽에서도 이를 이용한다. 언론인이 권력 주변으로 취업해 나가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종종 수면 위로 떠올라 드러나듯 기업에 이런저런 청탁을 넣기도 한다.

이렇게 사적 거래를 통한 언론과 권력의 부정적 공생 관계는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자 오래된 관행이고 적폐다. 영향력이 있는 곳에는 구정물이 고이기 마련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네이버는 강력한 로비 대상임에도 결탁의 정도가 기존 미디어보다 오히려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기사 순서를 조정하는 일이 기사를 아예 쓰지 않거나 내용을 권력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보다 더 중대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네이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정치 권력이 네이버를 물어뜯는 것은 자신과의 결탁 관계가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네이버는 ‘뉴스’를 다루면 안 된다? 

또 다른 점을 짚어보자.

이번 ‘기사 배열 조작’ 사건의 문제는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청탁, 즉 외부의 이해관계적 압력에 따라 콘텐츠에 손을 댔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비판자들은 네이버가 뉴스를 배치하는 기준 자체를 문제삼는 듯하다. 더 나아가 아예 포털이 뉴스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원까지 있다.

네이버를 비롯한 사기업 포털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뉴스를 늘어놓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 포털에 들어오는 뉴스들은 당연히 그 배치 순서가 설정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고 영업 활동이다. 조선일보나 한겨레 지면을 놓고, 왜 어떤 뉴스들을 1면 톱으로 하고 어떤 뉴스들은 1단짜리로 뺐는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것과 같다.

어떤 포털의 뉴스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외면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단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한 기업의 독자적이고도 합법적인 기업 활동을 제한하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포털이 자신들의 합리적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 그리고 그동안 의심을 받은 일들은 그러한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기 때문에, 따가운 비난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그동안 네이버뉴스의 행보를 보면, 네이버는 너무 정치적이라서 문제라기보다는 너무 정치적이지 않아서(탈정치화를 의도적으로 추구해서) 문제였다고 평가해야 옳다. 많은 전문가는 네이버가 이른바 정치적 평향 논란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기계적인 중립을 추구해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는 그렇게만 평가하기도 어려워졌다.
네이버(포털)의 언론성

참고로, 법원도 (허위 기사에 대한 배상책임의 주체로서) 네이버의 ‘언론성’을 긍정한다. 따라서 포털의 언론성을 긍정하면서 그 책임을 부과한다면, 그와 함께 그 권한(언론 주체로서의 자율성)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네이버는 송고된 기사의 단순한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재, 편집 및 배포 기능을 두루 갖춘 언론매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네이버의 운영자인 피고 NHN이 기사 제공자인 언론사들과 사이에 송고된 기사 내용 그 자체에 대하여 수정·변경을 가할 수 없는 대신 그 기사 내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뉴스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해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내부적인 책임 분담에 관한 약정에 불과하다 (…)”

– 서울고등법원 2008. 1. 16, 선고 2006나92006, ‘전여옥 대 NHN’ 사건 판결문 중에서.

뉴스 배치의 기준 

이상의 일들을 종합하여 생각하면, 포털의 뉴스 배치에 100% 만족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 의심하는 데 이르게 된다. 특히 권력이 그렇다. 좌파에서 보면 보수편향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것이고, 우파에서 보면 부정부패를 은폐하는 배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뉴스 배치의 기준을 더욱 엄정하게 하는 길밖에 없다.

포털의 뉴스 배치와 관계된 작업은 한국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다. 이러한 일은 △뉴스 가치의 평가 △이용자들의 선호 파악 △미디어 시장에 대한 이해 △기사 퀄리티에 대한 평가 같은 내용들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미디어의 작업 방식과 인터넷·온라인 시장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고, 이론적이고 실무적인 교훈들을 함께 적용하며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도 빠질 수 없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이러한 일들은 모두 정량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좌파든 우파든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공정성 문제로 시비를 걸기는 어렵게 된다.

어떻게 공정한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을 뉴스 게시의 표준으로 적용하며, 또 이를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할 것인가.

나로서는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네이버와 같이 영향력이 큰 포털의 뉴스 게시 전략은, 막장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 언론에 자정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품질 향상을 강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포털의 뉴스 노출 때문에 한국 언론이 막장으로 가게 된 경험을 극적으로 뒤집는 작업이 된다.

나의 오래된 질문, 즉 왜 포털은 막장과 기레기, 충격과 경악이라는 테크 트리 대신 뉴스 퀄리티 향상이라는 경로를 타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대답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과 저널리즘의 위기 속에서 모두의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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