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이젠 '박사모'의 분노를 내려놓으시죠

조회수 2017. 3. 20. 2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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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활동을 지지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선배님께

선배님,

선배님께서는 탄핵 인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사모의 불복선언을 옹호하는 글을 제게 보내셨습니다.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사실 선배님께서는 그동안 제게 수많은 카톡을 보내셨습니다.

“촛불집회는 빨갱이들의 선동 때문이다.”
“좌파 언론이 증거를 조작해 박 대통령을 모함한다”
“블랙리스트 없는 정부는 없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한민국은 공산화된다.”
출처: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박사모 탄핵 반대 집회 모습

하지만 막상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 공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나요? 오히려 외신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박근혜 탄핵 결정 직후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축출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젊다는 증거”라면서 “극단적인 위협 속에서도 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이뤄냈다”고 말했습니다. WP는 특히 “피로 얼룩진 쿠데타 없이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바통’을 넘겼다는 것은 독재와 민주주의를 구별하는 힘의 신호“라며 지난 수개월 동안 거리를 메웠던 ‘비(非)폭력’ 시위의 정신이 많은 기여를 했다고 의미 부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선배님과 생각을 같이하시는 많은 분들이 ‘미국이 우리나라와 민주주의를 지켜줄 것’이라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셨는데, 이 같은 미국 언론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 언론이 전하는 미국 내 여론은 결코 ‘탄핵이 부당하게 이뤄져 불법무효’라거나 ‘한국의 공산화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님과 친구분들이 수십 년간 즐겨보며 공감하던 조중동 어느 곳도 탄핵이 부당하다거나 불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좌파에 의해 장악됐다고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우리 언론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설과 칼럼, 기사가 넘쳐났음을 벌써 잊으셨나요? 그 언론사 사장과 편집국장, 보도국장, 기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물론 선배님이 왜 분노하시는지 이해는 갑니다. 피비린내 나는 6.25 한국전쟁을 겪으셨고, 당신 세대의 노력으로 잿더미에서 오늘의 한국을 일으켜 세웠는데, 당신 세대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 같은 젊은 세대에 화가 나실 만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젊은 세대는 선배님과 같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실,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익추구에만 혈안이 된 집권세력과 정치권에 분노를 보내는 것입니다. 더는 오늘의 현실을 좌시하거나 낙담해 주저앉지 말고 바꿔보자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것입니다. 어쩌면 선배님 세대가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보자’고 이를 악물고 노력하신 것과 일맥상통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선배님, 이제 더는 박사모가 주최하는 집회에 나가시거나 그들이 떠드는 증오에 찬 SNS글들을 퍼 나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노를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선배님의 아들딸 손주들이 보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 흙수저여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이 나라의 미래를 축복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5월 대선에서 선배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봄이 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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