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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사회 리뷰: 임박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

조회수 2015. 11. 19.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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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뉴스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사건의 전조, 조용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단면을 강정수 박사가 ‘디지털 경제·사회 리뷰’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2019년, 애플이 목표로 제시한 애플 자동차 생산 시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타이탄(Titan)이란 이름 아래 자동주행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해 질주하고 있다.


최고 모바일 기기 ‘자동차’


2015년 5월 코드 컨퍼런스에서 애플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약 1,78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 사진)는 이렇게 답했다.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다.” 

제프 윌리암스는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으며, 팀 쿡(Tim Cook)의 뒤를 이을 차기 애플 CEO 1순위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애플에 있어 타이탄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제프 윌리엄스 (출처: dossw.com)
참조로 2013년 팀 쿡은 같은 코드 컨퍼런스에서 웨어러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손목은 흥미롭다(I think the wirst is interesting)”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 애플의 아이워치(iWatch)가 시장을 흥분시켰다.


타이탄 프로젝트과 딥러닝  


타이탄 프로젝트에는 현재 약 600명이 일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곧 1,800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인재 영입이 한창이다. 지난 10월 말 애플은 엔비디아(Nvidia)의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가 조나단 코헨(Jonathan cohen)을 영입했다. 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업체 엔디비아는 Drive PX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Drive PX는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딥러딩 방법으로 분석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 엔비디아의 딥러닝 서비스 Drive PX (출처: Nvidia Drive PX)
Drive PX는 자동차 한 대당 2백만 픽셀의 영상을 기록하는 카메라를 초당 12대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또한, Drive PX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수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그래픽 데이터를 통해 사물인식 능력을 진화시키고 있다.

아래 동영상은 이와 관련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2008년부터 Drive PX를 이끄는 조나단 코헨이며, 그가 바로 애플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2019년 애플의 첫 번째 자동차가 자동주행 자동차일 가능성은 작으나, 조나단 코헨이 애플에 결합한 사실에서 애플 또한 장기적으로 자동주행 자동차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플의 하드웨어 생산능력을 저평가해선 안 된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하드웨어의 대량생산 기술을 성숙시켜 왔다. 아이폰은 호주머니에 들어간 작은 슈퍼 컴퓨터다. 내연기관이 사라진 전기 자동차 생산이 아이폰 또는 최신 안드로이드폰의 대량생산보다 어렵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민망
일류 역사상 가장 많은 기업이익을 창출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기술 구매와 인재 영입에서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애플이 (전기)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것이다.


전기자동차 혁명



애플만 전기자동차 또는 자동주행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주문형 운송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가 최근 공격적으로 로봇 공학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전문기업을 매입하고 있다. 우버는 구글, 애플 등에 의해 생산된 자동주행 자동차로 또는 우버 스스로 생산한 무인 자동차로 우버 운전사를 장기적으로 대체해 나갈 수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Baidu) 또한 무인자동차 및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Bosch)도 무인 전기자동차 개발을 시작했고,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Delphi)는 아우디 Q5를 개조한 자동주행 자동차를 제작하여 2015년 3월 미국 횡단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시 말해 전기자동차 또는 자동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다임러 벤츠,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통 완성차 기업에 제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은 지난 30년 동안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했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전통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지금까지 자동차 또는 완성차와 무관한 기업들까지 (무인) 전기자동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을까. 자동차 산업을 덮쳐 오는 변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답은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또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있다.


자동차 가치사슬 및 생산방식의 변화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미국 포드 자동차의 생산방식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가능케 했다. 포디즘은 자동차뿐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성의 질적 비약을 가능케 했던 생산방식의 혁신이었다.
출처: 포드 컨베이너 벨트 조립라인 (1913년)
그 이후 포디즘 또는 대량생산이 자동차 산업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완성차 사업자의 이른바 생산의 깊이(Production Depth)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생산의 깊이는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에서 특정 기업이 완성차 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을 말한다. 포드의 초기 생산의 깊이는 100%였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타이어 심지어 유리까지 직접 생산했기 때문이다.
포디즘에 기초한 자동차 생산방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일본의 도요타(Toyota)를 통해 일어났다. 도요타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적시생산(Just-in-time manufacturing)이라 불리는 도요타 생산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 TPS)을 발전시켰다. 도요타는 협력업체(automotive supplier) 또는 부품업체와 새로운 생산 가치사슬을 형성하며 자동차 생산성 증대를 꾀했다.
최고!
도요타는 내연기관과 차체(bodywork) 개선을 중심으로 (신형)모델 개발에 집중했고, 복수의 부품업체는 계기판, 브레이크, 좌석, 타이어 등에서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며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 결합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10년 기준 완성차 업체가 차지하는 생산의 깊이는 22% 수준이다. 나머지 78%는 부품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이 소수의 완성차 업체와 다수의 부품업체 구도로 변한 것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부품업체를 사실상 단일화했고, 이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컨티넨탈(Continental), 보쉬(Bosch) 등에 이어 세계 5위 부품업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소수의 완성차 사업자가 다수의 부품업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폭발하는 힘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내연기관의 개발과 생산에 있다.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진화시키고 이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차체(bodywork)를 생산하는 능력은 시장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 내연기관 생산능력이 없는 새로운 사업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자동차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내연기관의 종말 = 자동차 산업 구조 변동



포드와 도요타가 주도해 온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 구조가 전기 자동차에 의해 변화를 맞고 있다. 시장진입장벽으로 기능해온 내연기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단한 퀴즈를 풀어보자.


● 구글은 자동주행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을까?
● 도요타와 계속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 아니면 포드, 벤츠, 폭스바겐?

아니다. 구글이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해 협력하는 기업은 독일의 보쉬, 컨티넨탈과 미국의 델파이(Delphi)다. 모두 자동차 부품업체다. 내연기관이 필요 없으니 완성차 업체와 협력이 불필요하다. 센서 기술을 앞세워 자동주행 전기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보쉬 입장에서도 완성차 사업자보다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탁월한 구글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전통 자동차 부품업체 또한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독일 보쉬의 자동차 사업 부문에는 약 34,000명의 기술자가 일을 하고 있고 그 중 1/3이 개발자다. 마이크로프로세스와 소프트웨어가 내연기관의 위치를 대체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100개의 마이크로프로세스와 1억 줄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제2의 삼성자동차와 힘을 잃어가는 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생산방식은 센서, 배터리 등 전통 부품업체와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가진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의 새로운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애플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를 진화시켜 온 뛰어난 하드웨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애플을 사랑하는 삼성전자 또한 충분히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불끈!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애플과 베엠베(BMW)의 협상 실패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베엠베의 전기자동차 i3는 차체를 탄소섬유(carbon fiber)로 만들며 생산방식을 진일보시켰다. 그러나 전통 완성차 위치를 고수하려는 베엠베와 새로운 완성차 사업자로 등극하려는 애플 사이에서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은 작다.
이 대목에서 현대자동차가 이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더욱 왜소해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가치사슬에서 전통 완성차 사업자는 구글 및 애플과 보쉬, 델파이 등 부품업체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의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자동차 비중이 높다고 하지만, 2013년 기준 약 6.2%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규모의 경제는 전기자동차의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단위 생산단가가 낮아질 때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배터리 가격의 하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효과가 증가하면서 단위 생산단가는 하락할 수 있다. 또한, 베엠베 i3 생산과정을 담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자동차 생산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 생산보다 단순하다. 규모의 경제, 다시 말해 전기자동차의 가격하락은 충분히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장을 닮아갈 전기자동차 시장


지금까지 전기자동차로 인해 자동차 생산의 전통 가치사슬이 붕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사업자가 점차 힘을 잃어갈 수 있음은 특히 한국 경제에 작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난감함
스마트폰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크기가 매우 작은 고성능 컴퓨터다. 스마트폰이라는 초소형 컴퓨터 생산에는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의 전체 이윤 중 90% 이상을 애플이 가져가고 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능력, 앱스토어 플랫폼, 음악서비스 등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수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광고), 페이스북(광고), 모바일메신저, 우버 등은 스마트폰 시장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이익을 취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질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을 만든 것처럼, 전기자동차는 운송수단이라기보다 바퀴를 가진 컴퓨터로 이해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것처럼, 움직이는 컴퓨터인 전기자동차는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만, 시장의 주인은 아닐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동하는 자동차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산다. 이 시간과 자동차 내부에 자리를 잡은 인간의 삶을 차지하려는 싸움을 구글과 애플은 준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승자는 전기자동차 생산자가 아니라 구글과 애플 그리고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버(Uber)와 유사한 서비스가 스마트폰이 아닌 움직이는 컴퓨터인 전기자동차에 통합될 경우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은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가 어두운 두 번째 이유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마크 필즈(Mark Fields, 사진)는 2020년에 무인 자동주행 자동차 시대가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무인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사고 책임의 주체 논쟁, 자동차 운전 알고리즘의 윤리 문제, 교통 시스템의 혁신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적지 않은 시간과 사회갈등을 요구한다. 그래서 2020년은 지나치게 빠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무인자동차보다 먼저 찾아와 자동차 시장을 그 아래로부터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2020년보다 빠를 수 있다. 관련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정치의 경각심이 절실하다. 이는 단지 현대자동차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 : 강정수(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슬로우뉴스 편집위원과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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