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소리: "청년이 꿈이 없어 불행하다"는 홍준표 후보

조회수 2017. 4. 17. 2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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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잊혀질" 누군가의 "소리를 찾아서"
"청년은 돈이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2017년 4월 13일)

1. 순진하다기보다는 폭력적이다 

사람이 좀 덜 떨어졌다, 지능이 모자라다, 그런 소리를 흔히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보면 순진하다. 홍준표의 발언은 그 말을 접한 수많은 청년의 결핍과 상처를 대놓고 찌르고, 모욕한다는 점에서는 폭력적이다. 

더불어 이 발언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는 결격이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고통과 결핍에 대한 공감 능력이어야 한다. 우리는 고통과 결핍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아니 공감할 수 없는 대통령이 초래한 비극을 이미 충분히 겪었다. 

무능력한 것까지는 봐줄 수 있다. 그런데 내 고통, 아니 국민 다수의 고통에 공감하지도 못한다고? 그래, 그런 정치인이 초래하는 세계는 이미 지겹게 봐왔다. 학대와 고통으로 가득했다. 참담한 울음으로 넘쳤다. 

2. 꿈이 있어서 불행하다 

청년이건 노인이건 간에 대한민국 국민은 꿈이 있어서 불행하다. 이것은 자명한 진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하고, 꿈꾼다. 모든 인간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게 인간이다.

꿈이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꿈을 꾸지만, 그 꿈이 내 성실한 노력이나 내 훌륭한 인간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꾸만 멀어지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대다수 이웃들이 특히 청년들이 불행한 거다. 그렇게 사회는 더 비인격화한다. 국가는 그렇게 더 물질화한다. 

꿈은 인간의 조건이고, 행복의 조건이지만, 그보다 먼저 불행의 조건이다.

3. 그리고 돈이 없어서 결정적으로 불행하다 

가장 지랄맞은 건 그 꿈에 "돈이 없어서"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건 핑계가 아니다. 홍준표의 '정신승리'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서" 꿈과 멀어지는 사례들은 각종 사회학, 경제학 저서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경림 시인은 '가난한 사랑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4. 정치는 꿈과 현실을 만나게 하는 것 

행복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 내가 성실하게 노력하고, 내가 마음 똑바로 먹고 착하게 살면,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 오늘보다 조금 더 분명한 내일, 그런 희망(꿈)을 품을 수 있으면 사람은 행복하다. 

달리 표현하면, 국가는 사회는 국민 개개인에게 그런 '예견가능성'(희망, 꿈)을 부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런 예견가능성이 거의 망가진 사회다. 그래서 청년들이 불행하고, 꼰대들이 불행하다. 서로 모두 경쟁적으로 불행하고, 불안하다. 열심히 해도 안 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성공이라는 게 로또고, 주변에 잘 '나가는' 친구들은 거의 대개가 '있는 집 자식'인 사회에서 무슨 꿈을 꾸나. 무슨 예견가능성이 생기나. 그냥 성공도 희망도 로또인 거지.

정치는 사람들의 꿈을 현실화하는 작업, 그 꿈을 구체화해서 제시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홍준표는 거꾸로 말한다. 마치 불행이 국민(청년) 책임인양 말한다. 도둑이 물건(꿈)을 빼앗은 뒤에 훈계하는 꼴이다. 

망가져 가는 나라를 국민이 다시 일으켰다. 누구는 촛불 명예혁명이라고도 한다. 그런 훌륭한 국민이 사는 나라에 여전히 적폐의 상징인 누군가는 국민을 훈계하고, 탓한다. 이래도 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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