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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벗 '캔맥주', 비결은 '알루미늄'

조회수 2018. 5. 1.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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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의 최근 인생을 가장 풍족하게 해준 건 무엇인가요? <이웃집과학자>는 편의점의 '해외 맥주, 4캔에 만 원 시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간편한 맥주 캔 4개면 냉장고가 든든하고, 퇴근 후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면 그 이상 행복이 없기 때문이죠. 물론 과음은 금물입니다.

캬~맥주 얘기만 들으면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싶은데요!

이참에 병맥주와 캔맥주를 비교해 캔맥주 만의 매력을 톺아보고자 해요.

시원한 알루미늄 캔
출처: giphy
알루미늄 캔은 유리병보다 열전도율이 높고 얇습니다!


미지근한 병맥주와 캔맥주를 냉장고에 넣으면 알루미늄 캔이 맥주를 더 빠른 시간 안에 시원하게 합니다. 은의 열전도율이 100이라고 하면 유리의 열전도율은 0.17로 상당히 낮은데요. 알루미늄은 49로 약 290배 더 잘 전달하죠. 

더구나 유리병의 두께는 약 3mm인 반면 알루미늄 캔은 0.13mm입니다. 이 두께까지 고려하면 냉장고에 넣었을 때 알루미늄 캔이 유리병에 비해 열이 5,000여배 덜 차단되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시원한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과 에탄올은 비열이 크기 때문에 다시 미지근해지는 데는 어차피 시간이 꽤 필요하죠. 맥주를 사랑하는 <이웃집과학자> 에디터는 요즘 이 책에 꽂혔습니다.

표지 완전 화학 덕후 스타일!

표지부터 화학 마니아들 취향. <알루미늄의 역사>라는 책인데요. 여기에 나온 캔맥주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보죠.

팝-톱 캔의 등장
출처: 알루미늄의 역사
최초의 캔맥주, 맛이 궁금합니다.

맥주캔을 처음부터 알루미늄으로 만든 건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 익숙한 재료였던 '주석(Sn)을 도금한 함석{강철(Fe)과 아연(Zn)의 합금}'으로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맥주캔은 심지어 따개도 없는 형태였지요. 당시 '교회열쇠'라고 부르던 캔 따개를 이용해 캔을 열어야 했습니다. 통조림의 20년 전 형태 정도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시 함석캔 바닥에는 '교회열쇠'를 하나씩 붙여서 팔았다고 해요.  

출처: 알루미늄의 역사
당시 캔에 붙어있던 '교회열쇠'사용법

그러다 처음으로 '팝-톱 캔(pop-top can)'이 나오게 됩니다. '팝-톱 캔'이란 표현이 생소할 수 있는데요. 사용 방법을 보여드릴까요?

출처: 유튜브/spamanator666
1963년 팝-톱 캔 광고
드디어 '도구 없이' 캔을 딸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캔을 무서워했다?!

캔맥주를 딸 때 상징 같은 '치-익'소리가 나죠? 탄산이 있는 음료는 내부가 고압이고, 캔 뚜껑이 벌어지는 순간 상대적으로 저압인 대기 쪽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나는 소리인데요. 교회열쇠를 이용하면 캔에 한 번에 큰 구멍이 뚫리기 때문에 이 소리가 크게 나지 않지만, 팝-톱 캔이 등장하면서부터 치익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캔맥주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치-익' 소리가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마치 터질 것처럼 느껴졌나봐요. 당시 겁 많은 사람들은 맥주를 들어올려 '교회열쇠'를 이용해 구멍을 낸 후 따서 먹기도 했다네요.

출처: giphy
치-익

당시 업체들은 이런 애로점을 반영해 팝-톱 캔의 사용법을 캔옆에 써놓고, "따고, 따르고, 건배하자"라는 광고카피를 홍보했습니다. 팝-톱 캔의 인식을 친근하게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알루미늄은 원래 '無쓸모' 취급

알루미늄은 어땠냐고요? 원래 알루미늄은 '쓸모 없는 것' 취급을 받았어요. 지금 알루미늄의 장점이라고 하는 '가볍고 잘 휘어지거나 구겨지는' 성질은 당시 '약하다'고 인식됐거든요. 따라서 알루미늄 단독으로 쓰일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금속과 섞은 합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정도였죠.

출처: giphy
약하다? 그렇지만 편하다

그런데 알루미늄은 그런 성질 덕분에 오늘날 '포장재'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펑펑 생산하던 알루미늄의 수요가 줄었습니다. 공급이 넘치는 상황을 해소하고자 알루미늄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야 하는 일이 급해졌죠.

1956년 카이저알루미늄에서 '알루미늄 캔'을 만듭니다. 그리고 1958년 쿠어스 맥주에서 처음으로 알루미늄 캔맥주를 생산합니다. 지금과 같은 가벼운 맥주캔의 느낌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말랑말랑 알루미늄 튼튼한 맥주캔 된 비결?

알루미늄은 여러 모로 캔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잘 팽창하고 모양도 잡기 쉬웠기 때문이죠. 원래의 함석 캔은 원기둥모양의 옆판과 위 아래 뚜껑을 따로 만들어 조립했지만, 알루미늄 캔은 옆면과 아래 부분을 한 번에 만들고 뚜껑만 끼우면 됐습니다.

쓰는 사람도 편해졌어요.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연하기 때문에 캔을 딸 때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덕분에 만취 상태에서도 쉽게 맥주캔을 딸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후회도 더 많아진것 같네요.
한잔 더 마시지 말걸 ㅠㅠ
왜 맥주캔은 이렇게 따기 편해가지고ㅠㅠ

알루미늄 캔은 등장 이후 점점 더 얇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캔 구조도 개선됐죠. 먼저 강한 압력 때문에 찌그러지는 걸 막기 위해 아래쪽을 오목한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목하게 만들면 더 많은 압력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출처: pixabay
오목한 알루미늄 캔 바닥.

캔의 바닥은 오목한데 캔 뚜껑은 어떤가요? 나머지 부분에 비해 뚜껑은 살짝 두껍다는 점을 발견한 여러분은 관찰의 마왕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합니다. 뿐만 아니라 뚜껑을 몸통에 비해 입구가 8mm가량 작게 만들어 캔의 내구성을 키웠어요. 이런 구조 덕분에 알루미늄 캔들은 현재 상당히 얇고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fotolia
캔의 입구가 몸통보다 작네요. 튼튼!
알루미늄, 흔하다고 펑펑 쓰면 "안 돼~"

알루미늄은 현대에 들어 상당히 보편적으로 쓰이는 금속입니다. 중학교 때 지각에 가장 많이 함유된 원소 순서 외우신 분 있으신가요? 본 에디터는 '오시알페카나크마(O산소, Si실리콘, Al알루미늄, Fe철, Ca칼슘, Na나트륨, K칼륨, Mg마그네슘)' 이라고 외웠는데요.

알루미늄은 전체 원소 중 세번째, 금속 중 가장 많은 원소입니다. 지표면의 8%를 이루고 있어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계속 캐 써도 수백년 사용 할 수 있는 양입니다. 가공도 쉽고 열전도율이 높아 일상 생활 다양한 영역에서 쓰입니다. 알루미늄 포일이나 냄비, 동전부터 비행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이웃집과학자>의 이전 글에서도 알루미늄을 소개한 바 있어요. 궁금하시면 클릭클릭!
주기율표 어디까지 외워봤니? - Al -

그렇다고 맘놓고 쓰고 버리는 건 곤란합니다. 책 <알루미늄의 역사>에 따르면 알루미늄은 자연 상태에서 보크사이드라는 광석 형태로 존재합니다. 산화알루미늄 50~60%, 산화 철 30%와 산화규소, 물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 산화알루미늄(Al2O3)을 전기분해해 순수한 알루미늄으로 정제합니다. 산소와 알루미늄 간의 결합은 굉장히 단단해서,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80%가 이 단계에서 소모됩니다.


다만 알루미늄의 아주 강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완벽한 재활용’이에요. 다른 재료들은 재활용하면 질이 떨어집니다. 이를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로 생산한 종이에 비해 재생지는 색이 진하고 거칠죠. 플라스틱, 유리, 점토, 강철 등등이 모두 한번 생산되면 처음 생산된 것 같은 성질을 내지는 못합니다. 그에 비하면 알루미늄은 '완벽하게' 원래의 품질에 도달합니다.

출처: pixabay
다양한 캔. 우리의 힘!

시원하게 캔맥주 한 잔 들이켜신 후에는 꼭 분리해서 버리시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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