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1만 명 죽은 나라' 어디?

조회수 2018. 4. 30. 0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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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근길, 등굣길, 집 문을 나서면서 '폐속까지' 갑갑한 요즘입니다. 이제는 봄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는데요. 반려동물 산책용 마스크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하늘만 보면 진짜 나가기 싫지요ㅠㅠ
미세먼지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대기중 유해물질들을 분진의 크기로 분류한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PM10,초미세먼지는 PM2.5라고 구분하는데요. PM은 입자상 물질인 Particulate Matter의 약자입니다. PM10은 10㎛ 이하의 입자들을 말하고, PM2.5는 2.5㎛ 이하의 입자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연소반응 등으로부터 직접 발생한 탄소화합물(CxHy)등이고, 초미세먼지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추가로 반응해 생성된 2차 생성물질을 말해요. 미세먼지는 천식 같은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 저하를 초래합니다. 초미세먼지는 코 점막으로도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떠있는 상태로 도착하여 천식이나 폐질환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출처: 젤존몰
댕댕이용 미세먼지 마스크. 멍멍이도 소중하니까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기오염이 수십 년 전 런던과 LA에서도 문제가 됐던 사실, 알고 계신가요?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스모그라는 말을 들어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해 뿌연 하늘, 이전에는 '스모그'라고 불렀습니다. 다만 이전까지는 떠다니는 물질이 무엇인지에 주목을 했다면, 요즘은 입자의 크기에 따른 영향을 추가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죠.

스모그의 시작, 런던형 스모그

스모그는 smoke와 fog의 합성어입니다. 공장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온 오염물질원이 기타 원인들로 대기 중에 부유하는 겁니다.

스모그라는 말은 1905년 H.A데 보외의 논문 '연기와 안개(Smoke and fog)'에 등장합니다. 같은 해 7월 26일 런던의 신문인 <데일리 그래픽스(Daily Graphics)>에서 영국 도시의 대기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스모그라는 말을 소개했어요. 1865년부터 1900년까지, 제 2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급증한 공장 때문에 런던의 대기오염도 함께 급증한 겁니다. 당시에는 대기오염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공장이나 빌딩 등 연소시설에서 발생한 황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등이 여과없이 배출됐습니다.

출처: Central Press/Getty
1952년 런던의 그레이트스모그.

1909년 영국 글래스고와 애든버러에서 대기오염으로 1,00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스모그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인데요. 런던의 대기 질은 지속적으로 나빠져, 결국 1952년 12월 5일, 영국인 10,000여명이 스모그로 인해 사망한 '런던 그레이트스모그 사건'이 발생합니다.

산소와 반응해 생성되는 스모그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물질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 것일까요? 대부분의 스모그 원인 물질은 물질을 태우는 연소반응에서 시작합니다. 화학적으로는 연소반응을 '어떤 분자가 산소와 완전히 반응하는 것' 이라고 해요.

황(S)이 포함된 물질은 연소되면서 황산화물(SOx)을 발생시킵니다. 참고로 앞으로 나오는 x, y, z들은 수학에서 뭔지 잘 모르는 수를 나타내는 x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황산화물은 황과 산소가 결합한 물질들을 총칭하는 말로, SOx(삭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황 하나에 산소가 두개 결합한 이산화황(SO₂) 이에요.

이산화황(SO2)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삼산화황(SO3)이 되고, 이들이 또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면 황산(H2SO4)을 형성하여 강한 산성비가 내리게 됩니다. 화학식으로는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어요.


SO2 + O2 → SO3


이산화황이 산소와 반응해서 삼산화황이 되었습니다.


SO3 + H2O → H2SO4


삼산화황이 물과 반응해서 황산이 생성되고야 말았습니다. 


황산은 빗물에 섞여 강한 산성비를 내리게 했지요.

가릿?

이산화황을 직접 들이마시게 되면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황만 타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원료로 쓰는 석유와 석탄 등은 유기화합물입니다. 유기화합물은 탄소(C)를 뼈대로 산소(O)와 수소(H) 등이 결합한 물질입니다. 유기화합물을 완전히 연소시키면 최종적으로 발생하는 물질은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입니다. 화학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아요.

CxOyHz + O2 → CO2 + H2O


유기화합물이 완전히 연소됐을 때를 반응식으로 이렇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소 반응이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그런 경우 유기물의 탄소와 수소가 완전히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하지 못하고, 일산화탄소(CO)와 탄화수소(CxHy)가 섞이게 됩니다. 이들은 반응이 끝까지 가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불완전연소 생성물이라고 해요.

일산화탄소(CO)는 탄소하나에 산소 하나가 결합된 물질입니다. 과거 70~80년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연탄가스 중독 얘기가 소재로 종종 나오지요? 그때 연탄가스의 CO가 문제의 원인이에요. CO는 반응성이 크고, 무엇보다 적혈구 내 산소운반분자인 헤모글로빈의 산소 자리를 뺏는 분자입니다. 따라서 뇌에 산소공급을 막아 영구적인 신경손상을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이런 물질들이 런던 하늘로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습도가 높고 안개가 잘 끼는 런던의 기후가 더해져, 오염원들이 발생한 후 대기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런던이 안정적인 고기압에 들어갔던 1952년 12월 5일 스모그가 발생했습니다. 이 스모그는 5일 동안 지속되었고, 고농도의 아황산가스와 분진으로 인해 자그마치 1만여 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스모그로 짧아진 가시거리 때문에 구급차의 이동도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선진국형 스모그, LA형 스모그

런던에서는 공장이 문제였다면, LA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문제였습니다. 대기 중 질소(N)는 굉장히 안정한 상태라서 산소랑 반응을 하지 않는데요, 자동차 엔진 내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엔진 안에서는 공기를 압축한 뒤 폭발시키는 방법으로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고압 고온의 조건이 되고, 따라서 질소 또한 연소반응을 일으킬 만한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 생성물을 질소산화물(NOx)이라고 해요. 황산화물이 SOx인 것처럼, 질소산화물은 NOx(녹스)라고 하지요.

아무런 자극도 없다면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탄화수소와 반응하지 않지만, 맑은 날의 '자외선'은 둘이 반응할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그 결과 안개를 만드는 물질과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안개를 만드는 물질은 페록시아세틸 나이트레이트(Peroxyacetyl nitrate, PAN)라는 물질입니다. PAN은 수증기와 반응해 짙은 안개를 만들어요. 그리고 유해 물질은 '과알못'이라도 들어보았을 유명한 물질, 오존(O3)입니다.


NOx + CxHy → C2N3NO5 (PAN) 


질소산화물이 탄화수소와 만나 PAN이 만들어졌어요.


PAN + O2 → O3


PAN은 산소와 반응해서 오존을 만듭니다.

이 반응에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광화학 스모그'라고 부르기도 해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은 우리 삶에 도움을 주지요? 그러나 지표 근처에서의 오존은 꽤 유해합니다. 산소보다 산화력이 강한 오존을 흡입할 경우, 체내 단백질과 반응합니다. 그 결과 세포막을 약화시켜 기침, 메스꺼움, 후두 염증, 두통,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킵니다. 심한 경우 폐출혈까지 유발해요.

또한 오존이 대기중 황과 반응할 시 앞서 말했던 이산화황이 발생하지요. 이 결과 눈을 자극하고, 가축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고무가 균열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복사기를 이용했을 때 비릿한 냄새를 맡아보신 적 있나요? 그 비릿한 냄새의 원인이 바로 오존입니다. 그러니 복사기를 이용하실 때는 환기에 신경을 써주세요!

LA형 스모그의 발생 조건은 런던과는 전혀 다릅니다. 흐린 날이 아닌 맑은 날 공장보다는 차량운행이 많은 대도시에서 주로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선진국형 스모그라고도 해요. LA뿐 아니라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 발생한 바 있어요. 1987년 서울에서도 LA형 스모그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공룡도 스모그로 죽었다고?
저..말입니까?


스모그는 이 외에도 화산폭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화산 스모그'라 하는데요, 화산 폭발시에도 이산화황이 발생하며, 동시에 쉽게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대기에 오래 머무를 정도로 작은 분진들이 부유하게 됩니다.

이들은 태양광을 차단하고, 산성비를 내리게 해요. 요즘에도 화산폭발 이후 인근 지역 기후변화를 볼 수 있어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에서 다량의 화산재로 인해 태양빛 투과율이 감소했어요. 따라서 2년여 동안이나 지구의 평균 온도가 약 1도 낮아졌습니다.

출처: fotolia
스모그 때문에 공룡이 멸종했을 수도 있다?!

공룡 멸종설 중 '화산활동설'이 이 현상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화산폭발 이후 발생한 화산 스모그로 인해 햇빛의 투과율이 낮아져 기온이 감소하고 기후가 변화해 공룡이 멸종했다는 설인데요. 물론 공룡 멸종설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동아시아는?!
출처: REUTERS
스모그로 덮인 베이징.

모든 스모그의 형태가 런던형과 LA형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건 아닙니다. 현재 베이징과 서울의 미세먼지는 런던형 스모그와 LA형 스모그의 오염원들이 모두 발견되는 혼합형 스모그라고 규정합니다. 공장이나 차량이라는 특정 원인을 밝힐 수 있었던 런던과 LA의 경우와는 달리, 현재 서울은 중국발 공장과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뒤, 배기가스 등 서울에서 자체 발생하는 원인이 더해지는 상태라고 분석합니다. 중국에서 오는 양과 서울에서 발생하는 양의 비율은 현재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예측이 중요해졌는데요. 미세먼지 농도는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북부에 고기압이 형성되면, 시베리아에서 온 공기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며 상대적으로 남쪽에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차단됩니다. 반면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 대기가 정체되어 미세먼지가 축적됩니다. 이를 토대로 미세먼지의 증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겨울 강추위가 찾아왔을 때마다 미세먼지 농도는 감소했습니다. 관찰력이 좋으신 분들은 추위가 주춤할 때마다 흐려진 하늘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미세먼지, 대책은?!

미세먼지 대책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것과,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겁니다. 미세먼지가 높아지면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이 시행돼 낮 시간 도로청소차를 긴급 운영합니다. 소각장 등 대기배출시설의 운영을 조정하기도 하죠.

미세먼지 경보 발령 시 언제나 권고사항으로 따라오는 것이 '외출 자제'입니다. 그러나 실내 공기 또한 안심할 순 없습니다. 형성 자체가 외부 유입 때문인데다, 오히려 문이 열렸다 닫히며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외출했던 옷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묻혀오기 때문인데요.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보다 더 고농도일 수 있습니다.

요리를 하거나 청소기, 컴퓨터 등 팬이 달린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추가로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밀폐된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는 점점 증가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가 외부의 100배까지도 간다고 하네요. 따라서 공기청정기를 이용하고, 청소기 대신 물걸레를 이용하는 등의 노력이 실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런던과 LA는 어떻게 대처했나?

런던의 경우, 1953년 비버위원회를 설립하여 대기오염의 대책을 조사하고 연구했습니다. 이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1956년 대기오염 청정법을 제정했습니다.

또한 가정용 난방을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등 점진적인 해결방안을 냈습니다. 이때 연구는 전 세계의 대기오염의 기준이 돼 정유 과정에서 황을 제거하는 과정을 추가하고, 발전소나 공장에 이산화황 제거장치를 부착하는 등의 해결 방법의 토대가 됐지요.

LA는 미국 내 유일하게 자동차 배출 기준을 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준은 연방 환경보호청보다 엄격합니다. 수 십년의 노력 끝에, 현재는 두 도시 모두 '스모그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원인 분석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던 두 도시의 스모그 극복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나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추진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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