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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가축화'설, 증거는?

By 이웃집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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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 작성일자2018.04.12. | 13,99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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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과 가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야생동물과 달리 가축은 사육 가능하고, 인간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부에서는 사육 가능하며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소·말·양·돼지·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타조·꿩 등을 가축으로 정해 놨습니다.

가축화 위해 인간이 동물을 길들입니다.

출처 : Pixabay

일단 가축을 기르려면 동물을 잡아서 길들이는 과정이 있었을텐데요. 책 <진화와 의학>을 보면 야생 동물의 가축화는 지금 이라크 지방인 서아시아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양과 염소의 가축화는 기원전 9천년 전에 시작됐고, 돼지와 소도 '가축화' 됐다고 하네요. 인간 처음으로 가축으로 만든 동물은 개입니다. 약 3만3천 년 전에 길들여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축화'란 무엇일까요. 독일 보훔대학교(University of Bochum) 정신의학과의 2007년 연구에 따르면 '가축화(Domestication)'란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시켜 신체적 특성, 행동적 특성을 필요에 맞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예전부터 가축을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길들이려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가축화 된 동물이 있다고 하네요. 

자기 가축화란?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란 인간이 인위적 개입을 하지 않았는데도 야생동물에게서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와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행동 변화란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얻기 위해 친밀하게 구는 것, 인내심의 향상, 공격성의 감소 등을 뜻합니다. 신체 변화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두개골 크기 감소, 이빨 크기 축소, 외모의 암컷화 등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가축화한 '보노보'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진화인류학과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교수에 따르면 콩고강 열대 우림 지역에 서식하는 영장류 '보노보(Bonobo)'는 인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가축화'한 동물입니다.

다른 침팬지에 비해 공격성이 적은 보노보.

출처 : Wikimedia Commons

헤어 교수에 따르면 보노보는 자신의 조상이나 다른 침팬지 종에 비해 공격성이 월등히 낮습니다. 이러한 공격성의 감소는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빨이 작아졌고 두개골의 용적이 줄었습니다. 피부 색깔도 달라지는 등의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생깁니다. 이러한 가축화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공격성의 감소'라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암컷의 선호 때문입니다. 보노보 사회에서는 암컷의 권력이 우세한데요. 암컷이 덜 공격적인 수컷을 선호하면서 공격성이 낮은 수컷과 암컷이 교미하게 된다는 겁니다. 또 외양이 어려 보이는 수컷의 공격적 행동은 암컷이 좀 더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암컷이 대대로 이러한 특징을 가진 수컷과 골라(?) 번식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따로 인간이 길들이지도 않았는데 공격성이 적은 새끼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는 패턴 속에 보노보가 가축화된 겁니다.

인간도 스스로 가축화?!

이러한 자기 가축화 과정이 인간에게도 일어났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인간 자기 가축화 가설( Human Self-Domestication Hypothesis)'인데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도 자기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와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는 가설입니다. 헤어 교수는 인간의 사회화 과정과 호모사피엔스 화석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보인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헤어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 친사회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 가축화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에게 '가축화' 특성이?

출처 : Brian Hare

헤어 교수는 2017년 연구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를 통한 협동적 의사소통'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다른 영장류에선 찾을 수 없는 요소인데요. 이러한 대화를 통해 인간이 공격성 적고 사회성 많은 사람 간 번식(?) 기회를 많이 가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과정이 세대에 걸쳐 반복되면서 자연 선택이 이뤄졌다는 건데요. 

특히 이 과정에서 가축화된 동물이 보이는 외형변화, 심리적, 신경학적 변화가 인간에게서 관찰됐다고 합니다. 약 300만년 전부터 7만년 전 사이의 전기 구석기 시대 인류와 비교했을 때 현생 인류는 공격성, 신체능력, 외형, 사회적 행동, 인지 능력 면에서 '자기 가축화'라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개, 여우, 보노보, 인간이 가축화 과정에서 보이는 특성.

출처 : Brian Hare
'인간 가축화'설, 증거는?

과거 인류의 화석을 보면 이러한 증거들이 보인다고 하는데요. 대략적 특징을 보면 현생 인류들은 구석기 시대의 인류에 비해 인내심은 많아졌고 공격성은 줄었습니다. 신체적으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들었고 얼굴이 여성화됐다고 합니다.

행동 측면에서는 사회성이 증가하는 쪽으로 진화됐다고 하는데요.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 돕는 등의 사회적 행동이 늘었습니다. 나아가 사회적 인맥을 확장하거나 의사소통 하며 협동하는 능력도 커졌다고 합니다. 

남성 호르몬 영향을 받는 검지, 약지 길이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출처 : Brian Hare

남성 호르몬 수치가 줄어 둘째 손가락인 검지와 넷째 손가락 약지 사이의 길이 비율이 바뀌었습니다. 엄마 자궁 속 태아였을 때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이 많이 생성될수록 약지가 검지에 비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구석기인들에 비해 현생 인류는 약지가 검지보다 덜 길다고 합니다. 

얼굴은 길어졌다고 하네요.

출처 : Brian Hare

또 얼굴 모양이 길쭉해졌다고 하는데요. 농경 사회의 사람들은 수렵 채집사회의 사람들보다 얼굴의 세로 길이가 좀 더 길다고 합니다. 남성 호르몬이 많을수록 얼굴이 짧아지고 눈 위뼈는 튀어나온다고 하는데요. 남성호르몬 수치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약해졌다고 합니다.  

뇌의 용적이 커졌고 인내심이 증가했습니다.

출처 : Brian Hare

두개골이 둥글게 발달하면서 사회적 인지 능력과 소사회성이 늘었다고 합니다. 또한 뇌의 용적이 커지면서 사회적 인내심이 늘어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도 많아졌다고 하네요.  

왜 인간은 스스로를 가축화시켰나?

헤어 교수는 인간이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우호적이지만 자기와 다른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축화 작용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협력을 해야 하는데요. 내부 집단 사람들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며 같이 지내려면 높은 수준의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내부인을 향한 공격성을 줄이면서 친사회성과 인내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고 그 과정이 가축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아기들도 자신과 비슷한 부류를 좋아한다고 하네요.

출처 : Pixabay

이 같은 습성은 아기들에게서 발견 가능합니다. 2013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생후 9개월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두 개의 인형을 두고 한 인형이 다른 인형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장면을 보여줬는데요. 아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인형에게 가져다 주는 인형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다른 인형에게 가져다 준 인형을 누군가 혼내주는 장면을 보고 아주 좋아했다고 하네요.

또한 여성의 선택으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헤어 교수는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남성을 선호했고 이러한 남성들과 주로 자손들을 남기면서 인간 스스로 '자기 가축화'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추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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