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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머리를 영희 몸에 이식하면 "철수야? 영희야?"

조회수 2018. 2. 18.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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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미래에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해 진다면 머리가 바뀐 사람을 여전히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이라고 봐야할까요?

출처: 페이스북
대담한 계획을 세운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2015년 5월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Sergio Canavero) 박사는 인간의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인 ‘베르드니히-호프만병’을 앓는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Valery Spiridonov)의 머리를 신체 건강한 기증자 몸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진행됐어야 할 이 수술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 혈관 전문가, 정형외과 전문의 등 의료진 150명과 예산 130억 원이 필요했는데 후원금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죠.

출처: Ruptly TV
머리 이식 수술을 받을 뻔했던 스피리도노프.

대신 카나베로 박사는 지난해 11월 "런샤오핑(任曉平) 중국 하얼빈 의대 교수팀과 18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세계 최초로 시신의 머리를 다른 시신의 몸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카나베로 박사는 신경의 전기 자극을 통해 수술 성공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학계 내부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척수 손상을 입은 사람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를 이식해도 신경이 제 기능을 못할 거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하네요.    

머리 이식 후에는 '누가 누구?'

카나베로 박사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일단락 됐지만 궁금증은 남습니다.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해져 살아있는 A라는 사람의 머리와 B라는 사람의 몸이 합쳐진다면 이 사람은 A일까요 B일까요?

말하고 생각하는 부분인 머리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이룬다고 본다면 이 사람은 A라고 봐야 겠네요. 머리보다는 몸이 우리 신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더 많으니까 면적을 중시한다면 이 사람은 B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The Neuroethics Blog
머리가 먼저냐 육체가 먼저냐.

정답은 없지만 학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보통 생각하고, 기억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뇌'를 제공한 쪽이 몸의 주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은 편입니다. 감정 변화 등도 모두 뇌의 영향을 받고요.

그런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몸이 감정이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내장기관이 감정이나 정신건강에 영향 미쳐?!

엄밀하게 말하면 '내장 속 미생물'이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연구진은 지난해 중순 내장속 미생물이 감정과 행동,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연구진은 생후 1개월 된 새끼 돼지의 창자 내용물을 분석했는데요. 자기공명분광분석을 통해 혈액과 뇌 속 신경대사물질을 조사해 장내 미생물과 혈액 성분, 뇌 대사물질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했습니다.

출처: Pixabay
내장 속 미생물이 우리 정신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돼지 혈액과 뇌속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를 발견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실험 결과 장내 미생물이 코르티졸 농도를 조절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라는 장내 세균이 뇌 속 대사물질 N-아세틸아스파타이트 (n-acetylaspartate)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아세틸아스파타이트는 자폐증 발생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Pixabay
혈중 코르티졸 농도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뇌 대사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 간 농도는 코르티졸(Cortisol)에 의해 조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혈중 코르티졸이 대변 속 루미노코구스와 뇌 속 N-아세틸아스파타이트간 일종의 의사소통의 채널로 작용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즉, 루미노코구스가 코르티졸 농도를 조절해 뇌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또 연구진은 장속의 미생물을 통해 세로토닌, 코르티졸 호르몬 수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출처: Pixabay
내장속 미생물과 세로토닌 수치가 연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 물질로 부족하면 우울증, 무기력, 만성피로, 불면증, 기억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코르티졸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종합하자면 장내 미생물과 우리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오스틴 머드(Austin Mudd)는 "내장 속의 박테리아, 균, 바이러스 등이 유아기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소화기관 미생물이 뇌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정확한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쯤되면 다시 의문점이 듭니다. 과연 A의 머리와 B의 몸이 연결된다면 그 연결된 육체의 주인은 A일까요, B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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