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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가 송아지를 '담가버렸다'

조회수 2017. 4. 7. 12: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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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먹이를 묻어서 보관한다
출처: Austin Thomas / BBC
"오늘 저녁은 소고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김장 김치를 김칫독에 넣어 땅속에 보관했습니다. 땅에 묻어둔 덕분에 김치가 오랜 기간 잘 묵었습니다. 첨단 기술 없던 옛 우리 조상들이 발휘한 지혜술이었죠.


그런데 야생 동물이 이 방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었습니다.

보존생물학자 Evan Buechley는 지난 겨울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이라는 분지 지역에 서식하는 ‘스케빈져(scavenger)’류 동물이 겨울을 보내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스케빈져는 주로 동물의 시체를 먹기 때문에 죽은 송아지 시체를 이용했습니다. 연구진은 그레이트 베이슨 분지에 총 일곱 구의 송아지 시체를 분산시켜 놓고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일주일 후 뿌려놓은 송아지 시체 중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연구진은 처음엔 코요테나 퓨마가 끌고 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촬영한 영상을 확인해 진짜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범인은 바로 11kg짜리 몸집의 암컷 오소리였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암컷 오소리가 버려진 송아지의 시체를 발견하고 바로 땅파기 작업에 착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오소리는 자기 몸무게의 두 배가 넘는 송아지를 땅에 묻는 데 닷새를 소요했습니다. 퓨마나 곰 등 다른 종류도 먹이감을 쟁여두긴 합니다. 하지만 나뭇가지나 흙 같은 엄폐물을 덮어 놓는 식이죠.


오소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처럼 땅 속이 일종의 냉장고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요?

생태계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

이 연구결과는 지난 달 31일, 학술지 ‘Western North American Naturalist’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오소리는 설치류나 토끼처럼 작은 몸을 가진 동물인데요. ‘자신보다 큰 동물을 묻어버리는’ 장면 포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번 발견을 통해 오소리가 인간에게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장 주인이 기르던 가축이 병에 걸려 죽어 썩은 시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오소리가 ‘현장 처리반장’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목장 주인은 처리하기 곤란한 가축 시체를 처리하고, 오소리는 배부르게 먹을 양식을 확보하고. 윈윈이군요.

이 발견에 대해 재밌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지만 Buechley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Buechley는 이번 연구에 대해 “해결한 궁금증보다 더해진 궁금증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죽은 동물의 시체는 다양한 동물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습니다. Buechley는 “만약 전 세계의 오소리들이 먹이를 독점화하고 어느 동물이든 묻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오소리가 미치는 생태학적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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