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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첫 번째 그란폰도 월드 투어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

조회수 2018. 5. 21.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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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국내 3대 그란폰도로 이름 높은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가 개최되었다. 대회에 앞서 대회 전날인 11일에는 설악 그란폰도 조직 위원회가 인제 스피디움 호텔에서 그란폰도 월드 투어 시리즈의 설명과 지난 설악 그란폰도에 대한 경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인제군의 박대용 부군수를 포함한 군청 관계자들과, 대회 타이틀 스폰서 자이언트 코리아의 이정휘 부장, 엄기석 설악 그란폰도 조직 위원장, 그란폰도 월드 투어 대표 다니 부요, 국내외 기자단이 참석했다.

올해부터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는 그란폰도 월드 투어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그란폰도 월드 투어 시리즈(Gran Fondo World Tour Series)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등 전 세계 12개국의 그란폰도가 등록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설악 그란폰도가 최초로 등록되어 대한민국의 사이클 위상을 높였다.

다니 부요 대표는, 그란폰도 월드 투어가 이미 다른 스테이지 그란폰도에 참가한 사이클리스트와 그란폰도에 관심을 가지는 3만 명 이상의 사이클리스트에게 그란폰도 월드 투어 시리즈를 알리고 참가를 권하고, 대회 완주 기록 시간으로 포인트를 환산하여 매년 말에 고득점 남녀 사이클리스트에게 상금을 수여한다고도 말했다.

상금 총액은 36,000달러이며 남녀 각각 순위에 따라 10,000달러, 4,000달러, 2,000달러의 상금이 수여되며 나머지 4000달러는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여성부 뉴 그란폰도 월드챔피언십에 상금으로 지급된다. 프로 사이클링의 상금이 9,000달러 선인만큼 아마추어 사이클 대회 상금으로는 제법 높은 금액이다.

2018년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는 올해 그란폰도 월드 투어의 4번째 스테이지로 선정되어, 100여 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그란폰도 월드 투어에 등록된 경기에서 완주한 시간 기록을 포인트로 환산하여 최종적으로 시상을 하게 되며 우승한 남성과 여성에게는 각각 노란색 저지와 핑크색 저지가 수여된다.

환영만찬 자리에서는 포인트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1위 시간 기록/본인의 시간 기록 x 1,000으로 하게 되지만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의 경우 타 대회보다 높은 난이도를 반영하여 1,000을 곱하는 대신 가산점 100을 포함한 1,100을 곱하게 된다. 메디오폰도의 경우 750을 곱하면 된다. 이처럼 포인트는 그란폰도 월드 투어 시리즈에서 난이도와 거리에 따라 구분되어 매겨지며 높은 포인트가 걸려있고 아름다운 코스로 인해서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는 앞으로 더더욱 해외 참가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회 마지막에는 자이언트 코리아에서 상남중학교에 자전거를 기증하는 전달식이 이어졌다. 기증 자전거는 상남중학교의 학생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2018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는 총 4,012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회당일 비가 예보되면서 많은 참가자들이 출발선에 오르지 못했으며 최종적으로 2,433명의 라이더들이 비가 오는 중에도 굳은 의지로 출발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출발 당시 급격하게 쏟아지는 비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라이더들이 대거 있어 실제 코스를 달린 라이더들은 그보다 더욱 적었다. 대회 내내 비는 멈출 줄을 모르고 쏟아졌으며 오전 기온이 12.4도에서 정오 때 10.6도까지 떨어져 많은 라이더들이 대회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궂은 날씨에도 라이더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코스를 통과하여 첫 번째 고지인 구룡령 정상까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구룡령 정상에는 1차 보급소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갤러리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더들은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보급을 하고 내려갈 채비를 준비하였다. 하지만 구룡령 정상은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더 낮은 온도였으며 멈출 줄 모르는 비 때문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라이더들이 등장했고 급하게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구룡령 정상에서 많은 수의 라이더들이 젖은 노면의 다운힐을 시도하지 못하며 대회를 포기해 보급소는 많은 사람들로 계속 북적였다.

첫 번째로 넘는 구룡령의 다운힐은 굉장히 길다. 하지만 젖은 노면으로 인해 라이더들은 속도를 내어 내려가지 못했으며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다운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중 몇몇 참가자들은 구룡령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서 준비한 모닥불을 쬐며 잠시 몸을 녹여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구룡령 다운힐을 끝마치면 바로 조침령이 등장한다. 조침령은 ‘높고 험해서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라는 뜻이 있는 고개로 평균 경사도가 10.9%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맞이하는 조침령의 모습은 그저 거대한 벽으로 보일 만큼 매우 가파른 경사로를 자랑하며 조침령을 오르는 라이더들은 마치 벽에 달라붙은 점처럼 보인다. 메디오폰도 코스를 목표로 한다면 조침령만 넘으면 사실상 코스를 완주했다고도 볼 수 있는 난이도로 설악 그란폰도를 대표하는 코스다.

하지만 조침령에 와서는 오히려 포기를 하는 사람을 보기 더 어려웠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이미 구룡령을 넘고 길고 고통스러운 다운힐을 완주한 만큼 골에 들어가겠다는 높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조침령을 넘었으며 이들의 열정은 궂은 날씨와 낮은 온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침령을 넘어 이어지는 코스에서 역시 고통은 계속 이어졌다. 달리는 내내 비는 멈추지 않았고 극심한 추위가 찾아왔다. 이미 레인재킷과 우의를 입었음에도 온몸은 땀과 비로 젖어 있었으며 온열 대책이라고는 그저 열심히 페달링을 해 체온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회의 코스가 갈리는 갈림길이 등장했고 많은 라이더들이 메디오폰도로 핸들을 틀었다.


 

사실 설악 그란폰도는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회지만,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더 힘든 그란폰도 코스를 선택하는 것으로 이름 높은 대회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비와 추위 그리고 안전 때문에 메디오폰도 코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메디오폰도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 남은 업힐인 오미재가 등장한다. 추위와 싸워온 라이더들은 마지막 업힐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오른다. 빕의 패드는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며 정말 물먹은 솜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칼로리를 소모했기에 더 이상 힘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굳은 의지로 산을 넘어 코스를 완주하고 기어코 골에 몸과 자전거를 밀어 넣었다.

이날은 궂은 날씨와 추위 때문에 역대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며 많은 참가자들에게 실패를 맛보게 하였다. 출발선을 넘은 2,433명 중 그란폰도 코스를 완주한 라이더는 400명(남 379명, 여 21명)이며 메디오폰도 완주자는 1,562명(남 1,465명, 여 97명)이었다. 비록 코스는 달랐지만 이날 대회를 완주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전거 생활을 하는 내내 자랑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그란폰도 월드 투어 등급의 대회로 향후 수많은 해외 라이더들이 같은 코스를 달릴 예정으로 높아진 위상을 마음껏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분명 이번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대회였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열정은 그 무엇도 꺾질 못했으며 인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자전거를 타는 그 경험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 것이다. 올해 실패를 했다면 내년의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가 준비되어있다. 도전은 계속되고 그 가치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자신의 한계가 궁금하다면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를 신청해보자. 자전거 생활을 즐김에 있어서 끝없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글: 이기홍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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