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플라스틱, 100만 원 이하 카본 로드바이크의 등장?

조회수 2017. 11. 10. 17: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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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썼지만, 딱히 자전거 광고는 아니니 일단 댓글 폭격을 위한 로그인은 자제해 주시기를. 이 기사는 지난 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복합재료 전시회 ‘2018 JEC ASIA’에서 만난 국내기업의 독특한 자전거와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2018 JEC ASIA(이하 JEC)는 국내외 소재 관련 기업들의 전시회로 언 듯 자전거와는 별로 관련없는 행사로 보인다. 실제로 전시회장의 기업들 이름에서 자전거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간간이 ‘TORAY’, ‘MITSHUBISH’ 같은 이름이 보이는 정도다. 물론 이미 눈치를 챈 분도 있겠지만, 고성능 자전거의 개발에는 ‘카본(Carbon Fiber, 탄소섬유)’을 필두로 다양한 복합소재와 기술이 사용된다.

현장의 전시물은 대부분 소재와 관련된 것이었다. 자전거 타는 이들 대부분이 카본 소재의 성능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소재를 실제로 본다고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자전거 기술의 바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에 사용되는 카본 복합소재는 ‘실’을 엮어서 ‘천’을 만들고, 이 천을 여러 겹 겹쳐 붙여서 입체적인 모양을 만든다. 이 실 형태의 카본 ‘원사’의 생산 뿐 아니라 가공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특성과 품질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대구·경북지역은 예전부터 섬유산업이 발달했던 지역이다. 노동집약적 의류산업이 쇠퇴하고 있다고 하지만, 섬유에 대한 노하우는 복합소재 산업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이에 국내의 크고 작은 관련기업들이 JEC ASIA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T4L’ 또한 경산시에 위치한 복합소재 전문기업이다.


T4L은 신소재 섬유와 자동화 장비 등을 개발한다. 복합소재를 이용한 스포츠용 장비개발도 하고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국내에서 직접 자전거를 개발하고 실제 판매도 하고 있다. 물론 주 사업 분야는 자전거가 아니다.

현장에는 티포엘이 다이텍 연구원과 함께 연구개발 중인 로봇을 이용해 카본섬유의 브레이딩을 자동화하는 공정인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로보 브레이딩’의 시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전거의 튜빙과 같은 소재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직경이 변화하는 형태와 같은 복잡한 구조를 정확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의 경우 카본 섬유를 조각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었을 때 더 가볍고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자전거의 핸들바나 시트포스트, 프레임의 튜빙 등에 이 같은 기술을 접목할 경우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자전거에 사용되는 기술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본 컴포넌트 브랜드가 제품에 적용된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마케팅에 더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는 티포엘이 개발한 여러 자전거 모델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 중 ‘LCR’이라는 모델이 시선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카본 프레임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카본튜빙을 잘라 러그(Lug)라는 부품을 이용해 연결하는 프레임 제조방식은 자전거에 카본소재가 접목된 초기부터 사용된 방법이다. 프레임 전체를 한 번에 성형하는 모노코크 카본 프레임과 비교할 때, 각각의 튜빙을 잘라 접착하는 러그드 카본 프레임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생산 방식이다. 튜빙을 생산하는 기술과 노하우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리고 이 튜빙을 연결하는 러그에 또 독특한 기술이 사용되었다. 바로 러그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보통의 플라스틱은 아니다. 카본소재와 플라스틱이 결합된 복합소재인데, 생산방식은 금형을 이용해 사출하는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하다.


플라스틱 러그와 카본 튜빙을 이용한 프레임의 성능에 대해서는 실제로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당연히 필자 또한 플라스틱을 사용한 프레임의 성능과 내구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소리소문 없이 UCI의 인증을 정식으로 진행했고, ‘FRAME 42318 LAIL-LCR-RD’라는 인증이 완료된 상태다. 사실 초기 프레임의 인증이 실패했고, 여러 차례 개량된 프레임을 보내 인증 받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UCI의 인증을 받은 자전거라면 레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 프레임의 안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하다.

정말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전거의 성능보다 생산성이다. 튜빙을 자르고 러그로 연결해 제작하기 때문에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프레임의 시판 가격이 100만 원 이하라는 점은 어쩌면 모든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강력한 매력이다. 최고성능의 레이스 프레임은 아니더라도 정말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카본 프레임이다.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물론 이보다 더 나은 기술로 만든 더 좋은 자전거가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자전거의 등장, 앞으로의 발전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자전거만 놓고 볼 때 살짝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저렴하고 부담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카본 로드바이크를 원했던 이라면 이런 새로운 기술에도 관심 가져봄직 하다.




글: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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