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같은 펜션..건물 사이엔 비밀의 자쿠지

조회수 2018. 1. 10. 09:46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국형걸의 건축 레시피] ④ 자연을 닮고 싶은 휴식처, 양평 병산리 펜션

건축물 내부와 외부는 각기 다른 속성을 갖는다. 내부는 사용자를 위한 직접 체험 공간이고, 외부는 관찰자들이 보고 느끼는 세상의 일부다. 따라서 건축 과정에는 인간의 삶과 공간, 장소와 문화, 형태와 구조 등 종합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출처: HG-Architecture
병산리 펜션을 외부에서 바라본 모습(왼쪽)과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경기도 양평군 외곽 백병산 중턱에 자리잡은 ‘양평 병산리 펜션’은 마치 은신처같다. 사방이 높은 산세로 둘러싸인 테라스식 구릉지에 있는 탓이다. 좁은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 대지에 들어서면 남한강과 양평시내가 훤히 내려보인다. 이곳에 내부적으로는 도심에서 벗어난 휴식 공간을, 외부적으로는 자연 속 일부로서의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출처: HG-Architecture
지형의 높낮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유닛과 공간 구성.

펜션은 4개의 독립된 유닛(unit)으로 구성된다. 모든 유닛은 하나의 건물로 연결돼 있지만 각 유닛의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최대한 보장했다. 


언덕을 따라 건물을 짓다보니 내부 공간도 자연스럽게 높낮이가 있는 테라스식이 됐다. 4개 유닛이 물 흐르듯 흘러내리고 펼쳐지면서 서로 다른 방향의 시선을 갖는다. 프라이빗한 내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외부 공간으로 확장되며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출처: HG-Architecture
산세의 흐름을 그대로 형태화시킨 양평 병산리 펜션.

이 펜션은 험악한 산세 속 강한 암석 같은 오브제가 됐다. 상업 공간으로서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과 어울리는 외관을 찾아냈다. 사방으로 탁트인 건물은 등대처럼 주변을 밝혀주고, 산장처럼 주변 풍경과 어울리며 개방적 분위기를 띤다.

출처: 신경섭,HG-Architecture
서로 엮여 있지만 공간적으로는 분리된 벽과 지붕.

4개의 유닛은 서로 엮여 있다. 지붕이 벽이 되고, 벽이 지붕이 되는 유기적인 형태다. 이는 유닛 내·외부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구분하면서도 내부 공간이 앞마당으로 확장되도록 만든다.

출처: 신경섭,HG-Architecture
겹겹이 겹쳐진 지붕 너머로 들어오는 산세.

건물 뒤편 언덕에서는 여러 겹의 지붕 라인을 볼 수 있다. 산맥처럼 생긴 지붕 라인은 겹겹이 시선을 차단해 각 유닛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멀리 보이는 능선이 지붕선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출처: 신경섭,HG-Architecture
물 흐르듯 출입 동선을 만든 건물 뒷편.

출입구는 건물 뒷편에 있다. 슬라이딩식으로 겹겹이 엮인 건축물은 물 흐르듯한 출입 동선(動線)을 만들어 낸다. 상업용 건물임을 감안해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출처: 신경섭,HG-Architecture
공간 전체로 자연의 풍광을 받아들이는 유닛 내부.

유닛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망원경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난다. 공간 전면부는 전체가 통창으로 멀리 남한강을 향해 열려 있다. 아래쪽으로는 층고가 7m에 이르는 높은 대공간이 펼쳐지고, 상단에는 아기자기한 원형창이 나있는 다락이 있다. 아침에는 자연빛이 천장과 벽을 따라 들어오고, 밤에는 은은한 간접광이 벽면을 밝힌다.

출처: 신경섭,HG-Architecture
지형의 높낮이로 기능을 구분한 내부 공간(왼쪽), 유닛 사이에 배치한 자쿠지 공간.

내부는 막힘없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졌다. 선형적 공간이 연속으로 펼쳐지는 형태다. 상층부는 주방, 중층부는 침실, 하층부는 거실로 구성하는 등 지형 높낮이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공간의 기능을 구분했다. 전면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발코니도 있다. 


유닛과 유닛 사이에는 천장이 열린 자쿠지(큰 욕조에 온수와 거품이 나오는 온천욕 시설) 공간이 숨어있다. 방문객들에게 하늘을 보면서 온천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건축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건축에 정답은 없다. 건축 재료와 장소에는 항상 다른 사연이 배어있다.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자는 가장 나은 건축 형태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