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들만의 리그로 변한 아파트 청약 시장

조회수 2017. 11. 6. 18: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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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85㎡ 에 100% 청약가점제 적용..40대 당첨자 2배로 증가
이제 아파트 청약 시장은 40대 이상 무주택 실수요자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됐습니다. 청약 가점이 60점 정도는 돼야 인기 아파트를 노려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는 9일 당첨자를 발표하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아파트. 김상욱 분양사무소장은 예상 당첨 가점을 전용 59㎡ 기준으로 60~65점으로 예상했다. 이전과 달리 당첨자를 100% 가점제로만 뽑아 공급이 늘어났는데도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당첨 가점과 비슷하게 높다.


가점제란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 가족 등에 따라 점수(가점)를 주고 높은 점수를 받은 청약자에게 우선 당첨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중소형(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100% 가점제로만 모집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고덕 아르테온'은 청약 제도 개편 후 서울 강남에서 분양하는 첫 단지다. 여기에 단지 규모가 4066가구로 크고 일반분양 물량(1397가구)의 90%가 중소형이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향후 청약 제도 개편에 따른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 앞에 예비 청약자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전용 59㎡ 60~65점 돼야 당첨 가능"

'고덕 아르테온'은 지난 1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10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264명이 접수해 평균 10.5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전용 59㎡는 4개 주택형을 모두 합쳐 일반분양 물량이 72가구밖에 되지 않아 경쟁률이 평균 57.6명 대 1에 달했다. 

예비청약자 대상으로 가점을 분석한 결과, 당첨 커트라인은 전용 59㎡ 기준으로 60~65점이다. 59㎡D 형은 3가구 모집에 330명이 청약해 110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해 당첨 가점도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용 84 ㎡도 평균 경쟁률이 7.4대 1로 예상보다 높았다. 전용 84㎡ 당첨 가점은 55~60점으로 예상된다. 어디까지나 예상치여서 실제 당첨 가점과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출처: 대우건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가점제 확대해도 당첨 점수 낮아지기 어려워

중소형을 100% 가점제로 뽑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약간만 높아도 이전보다 쉽게 인기 아파트에 당첨될 수 있을까.


우선 '아르테온'을 살펴보자.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면 당첨 가점에 큰 차이가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고덕지구에서 분양했던 '고덕 그라시움'은 중소형 40%를 가점제로 공급했다. 당시 당첨 커트라인이 50~60점 정도였다. '아르테온'은 100% 가점제로 공급하지만 커트라인은 큰 변화가 없다. 

청약 제도 변경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당첨자가 발표된 서대문구 '래미안 루센티아' 역시 인기 주택형은 55점이 넘어야 당첨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가점이 높은 청약 대기자들이 노리는 인기 아파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가점제 비율을 40%에서 100%로 늘려도 변화를 체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택지 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급보다 재건축·재개발 등 기존 주택을 헐고 짓다보니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강남에서는 공급난이 더욱 심하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이 2016년 1616가구, 2017년 1168가구에 불과하다. 


청약 가점이 50점 이상으로 높은 주택 수요자가 몇 명인지는 정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 가점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인 통장 가입자만 서울에 30만명(올 9월말 기준)이 있다.

청약 시장, 40대 이상 무주택자들의 리그로 

결국 앞으로 청약 시장에서는 가점이 60점 전후인 40대 중반 이후 무주택 수요자들의 눈치 싸움이 극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들은 그동안 모아 온 가점이 아까워 투자 가치 높은 단지 중심으로 청약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인기 지역 아파트에만 청약이 쏠려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서대문구 '래미안 DMC루센티아'의 당첨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비중은 예전보다 절반 가량 줄었고, 40대 비중은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당첨자 총 385명(특별공급 제외)을 분석한 결과 40대 당첨자 비율이 51%로 가장 높았고 20~30대 28%, 50대 17%, 60대 이상 4% 순이었다. 

앞으로 30대 이하 무주택 수요자들이 인기 지역의 소형 주택을 당첨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청약 가점이 60점을 넘으려면 부양가족 3명 이하를 전제로 무주택 기간이 12년 이상이어야 한다. 40세 미만에서는 이를 충족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김상욱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아르테온 분양 상담 과정에서도 30대 수요자들이 바뀐 가점제도 때문에 청약을 포기하며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려야 하지만 소득 요건 등이 까다로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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