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도 나눠쓰자" 불붙은 공유 오피스 시장

조회수 2017. 10. 10.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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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없이 월세만 내고 사무실 빌려주는 서비스..국내외 업체 경쟁 치열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1인 기업을 차린 A 대표. 1주일에 수차례 4~5곳의 거래처와 미팅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집에서 업무를 봤다. 하지만 손님 맞이와 회의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사무실을 내기엔 자본금이 부족했던 그는 최근 서울의 한 공유 오피스에 들어갔다. A대표는 “사무실이 다 내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공간과 비품이 알맞게 제공돼 편하다”고 했다. 그는 공유 오피스에서 앞으로 6개월 정도 지내며 자리가 잡히면 따로 사무실을 낼 생각이다.
출처: 위워크
위워크 을지로점.

한 집에 여럿이 모여 살며 방은 따로 쓰되 욕실, 주방 등을 공유해 월세를 절약하는 ‘쉐어하우스’(share-house)처럼 사무실을 같이 쓰는 ‘공유 오피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공유 오피스란 보증금없이 매달 30만~70만원대 월세를 내고 사무 공간을 빌려쓰는 것. 입주사는 무선인터넷·회의실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각종 스타트업이나 금융 신생기업, 프리랜서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빌딩 소유주의 경우 공실(空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외 기업 몸집 키우기 경쟁

국내에 공유 오피스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말 이후 소규모로 존재했지만 지난해 ‘위워크’(we-work)가 서울에 처음 지점을 내면서 국내외 업체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010년 뉴욕에서 설립한 위워크는 이미 전 세계 16개국, 55개 도시에 165개 지점을 두고 있다. 


출처: 위워크
비즈니스에 한창인 공유 오피스 입주사 직원들.

지난해 8월 강남역점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을지로점, 지난 8월 삼성역점을 냈고 조만간 4호점 역삼역점도 문을 연다. 서울 명동 을지로점은 10개층에 1인 기업부터 다국적 기업, 대기업까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네덜란드계 스페이시즈도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달 중순께 서울 종로에 국내 1호점을 오픈했다. 지하철 종각역 인근 그랑서울 빌딩 7층에 300여석 규모의 사무 공간을 마련했다. 2006년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세계 60여 도시에 진출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스페이시즈
스페이시즈의 공유 오피스 내부.

룩셈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리저스(Regus)는 서울·부산·대구 등에 14개 지점, 홍콩계 TEC는 서울에 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해외 업체들이 한국에 속속 상륙하면서 국내 토종 기업도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인근에 대규모 공유 오피스를 운영 중인 패스트파이브는 홍대입구역 ‘케이스퀘어’ 건물에 12호점을 내며 강북권에도 진출한다.


1998년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을 개척한 르호봇은 현재 전국 46개 지점과 중국 상하이·옌청 등 2개 지점을 각각 운영 중이다. 르호봇 관계자는 “연내 5~6개의 중소형 센터와 1000평 규모의 대형 센터 2곳을 더 열 계획”이라고 했다.

공유 오피스 왜 확산하나?

공유 오피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체 사무 공간을 빌리는데 따른 스트레스와 각종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여기에 창의적인 분위기와 네트워킹이 가능한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결합돼 있다.

출처: 위워크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탁구와 전자 다트를 즐기고 있는 입주 직원들.

실제 모든 공유 오피스에는 무선인터넷, 데스크, 회의실, 폰부스 등 기본적인 업무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입주사를 위한 다양한 부대서비스도 제공한다.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강남은 입주사가 창고, 캐비닛, 주차 서비스 등을 받는다. 퀵서비스와 택배 업무가 가능한 퀵익스프레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위워크 을지로점의 경우 스크린골프, 전자 다트 등 입주사 직원을 위한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입주사에게 단지 공간만 내주는 것이 아니다. 아직 회사 운영이 미비한 예비 창업주들이나 신생 기업의 발전을 돕는 기능도 한다.


르호봇의 경우 입주사는 대체로 지원 프로그램 때문에 입주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 B씨는 “관련 업계 모임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이곳은 시니어와 청년의 협력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세대융합 특화센터’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알샵(R#)’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르호봇
르호봇 신촌점 내부.


현재 공유 오피스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가 강연 등을 마련해준다. 스페이시즈의 경우 ‘해피 아너 프라이데이’, ‘스페이시즈 북 클럽’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위워크에 입주한 아틀라스가이드의 류 로빈(Robin Lyu)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면 대규모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합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해외 공유 오피스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스페이시즈의 경우 그랑서울에 입주한 업체는 서울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 시 현지 스페이시즈 시설과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위워크 역시 모든 입주사의 지점 방문이 자유롭다. 입주사는 출장 전 미리 예약하면 된다. 르호봇 입주 기업들은 중국 출장시 옌청 센터에 한해 공유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최근엔 대기업도 시장 진출 늘어

공유 오피스는 대기업에서도 많이 활용한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지사는 공유 오피스를 쓴다. 아예 공유 오피스 사업에 직접 뛰어든 기업도 있다.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 현대카드의 ‘스튜디오 블랙’이 대표적이다.  

출처: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내부.

한화생명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한화생명 서초사옥을 공유 오피스인 ‘드림플러스 강남’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연말까지 총 15개층 2500석 규모의 오피스로 꾸민다. 현대카드는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홍우2빌딩 10층에 공유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1월 역삼동 아주빌딩에 공유 사무실인 ‘스파크플러스’를 만들었다. LG그룹 계열사인 LG서브원도 공유 사무실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유 오피스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글=김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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