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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서 오징어 먹기가 무서워진 이유..

조회수 2018. 2. 19.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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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가서 직접 알아봤습니다.
지난해 말, 여기저기서 들려온 이야기


"속초 횟집엘 갔는데 오징어 없어서 못 판다더라"

(죽마고우 A氏)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채가 이제 없어.. 온라인몰에"

(회사선배 B氏)

"거저 주던 오징어회가 이젠 2만원이야"

(대학동기 C氏)

기사를 찾아보니 오징어가 '金징어'가 됐다고 하질 않나. 몇달째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오)징어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생긴 것인가...' 


그 이유를 알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오징어의 섬' 울릉도를 직접 가봤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무섭게 출렁이는 동해 바다... 이윽고 찾아온 배멀미에 시달리며.... 반실신 상태로 장장 4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 
출처: 리얼푸드
(여긴 도동항입니다. 평화로웠습니다)

배멀미의 악몽을 겨우 벗어내고, 이튿날 아침 일찍 저동항 위판장으로 나갔습니다. 야간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하나 둘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어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삶의 현장'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더라고요.  (감동...)
출처: 리얼푸드

근데 이게 웬걸?

오징어가 어선에서 막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오징어가 스무 마리씩 가지런히 놓인 파란 상자들이 탑처럼 쌓여있질 않나...

출처: 리얼푸드
(잘 안 잡힌다더니?!)

어리둥절한 에디터에게 이성용 울릉수협 상무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많이 잡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로는 완전 적자입니다. 9.7t짜리 배가 하룻밤 조업하면 기름값과 인건비로만 150만~200만원이 들어요. 오징어 열댓 상자로는 남는 게 없어요.” 


아 그런 것이군요. 몰라봤습니다(ㅠㅠ)

986t

2016년 울릉도 어민들이 잡은 오징어의 양이 이 정도라고 합니다. 울릉군청과 울릉수협이 집계한 수치죠. 


이게 얼마나 적은 수준이냐면요.. 오징어 어획이 최고치를 찍었던 1993년(1만4414t)의 7% 정도입니다. 2005년까지 연간 어획량은 8000~1만t 수준을 유지했다고 해요.


울릉도 어민들이 “해방 이후 가장 적은 양”이라고 탄식하는 게 이해되더라고요.


도대체 왜 안 잡힐까요?
울릉도 주민, 전문가, 공무원들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이유 #1 기후변화

바다가 변해서...오징어가 떠났다

일단 울릉도 주변 바다를 포함해 동해의 수온이 상승한 게 이유라고 합니다.


울릉도에 있는 울릉도ㆍ독도 해양과학기지(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의 김윤배 박사는 “오징어는 바다 온도가 12~18℃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울릉도 주변 해역의 표층(50~100m) 온도가 20℃에 달하는 날이 60일 가까이 늘었다. ‘바다 속 여름’이 늘어나면서 점점 오징어가 머무르기 어려운 조건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리얼푸드

그러면서 오징어는 수온이 적당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떠났어요.  동해 북한수역대화퇴(大和堆) 어장에 오징어가 몰리기 시작했죠. 한일 공동수역에 있는 대화퇴 어장은 울릉도에서 북동쪽으로 370㎞쯤 떨어져 있어요. 


참고로 오징어는 회유성(回遊性) 어종. 제주도 주변에서 태어나 동해에서 성어기를 보낸 뒤, 다시 태어난 곳으로 내려와 알을 낳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과거엔 울릉도 주변 바다에서 성어기를 보냈다면, 이젠 더 북쪽 바다에서 그 시기를 보내는 겁니다. (떠나지마..)

출처: 리얼푸드

수온이 오르면서 달라진 게 또 있어요.


바로 어민들이 오징어를 잡는 시기! 전통적으로 울릉 어민들은 5~6월쯤 조업을 시작해 10월 말까지 오징어를 잡았어요. 제일 많이 건져올리는 시기는 8~9월이었고요. 


하지만 지금의 어기(漁期)는 3개월 정도 뒤로 밀렸어요. 추운 1월까지도 어민들은 고깃배를 몰고 바다로 나갑니다.

이렇게 겨울철에 조업이 이뤄지면.. 조업일수가 뚝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면 겨울의 동해바다는 파도가 유난히 거칠거든요. '풍랑특보'가 발효되는 날이 여름보다 많아지고요, 일단 특보가 내려지면 어선은 바다로 나갈 수 없습니다. 공치는 날이 늘어나는 거죠. (악순환ㅠ)


이유 #2 중국어선

그들의 싹쓸이...

어민들이 피부로 느낀다는 이유는 '중국어선'입니다. 치어까지 남기질 않는 '싹쓸이 조업'의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건 아닙니다.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얻어서 동해 북한수역에서 고기를 잡는 원양어선들이죠.  

출처: 김현권 의원실
(울릉도로 피항한 중국 어선들. 참 많죠?)

매년 1000척 이상의 중국배가 북한수역으로 진입합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2014년엔 1904척이 들어와 사상 최대치를 찍었고 2016년엔 1185척이 조업했습니다. 


중국어선들은 북한수역에 서식하는 오징어들, 그리고 알을 낳기위해 제주도로 돌아가려는 오징어들 가리지 않고 잡아들입니다. 

출처: 리얼푸드

더군다나 동해의 중국 오징어배들은 몸집도 큰데요. 


배수량은 최소 수십t에서 수백t에 달하고요. 오징어를 유인하는 집어등도 5단, 2열로 촘촘하게 설치했는데, 우리 어선들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설비라고 해요....


출처: 리얼푸드

김형수 울릉수협 조합장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어요. 


“중국 배들은 ‘쌍끌이 저인망’ 조업이 기본이다. 그물코도 엄청나게 촘촘하니 오징어는 물론이고 물고기란 물고기는 죄다 잡아간다. 바다 수온이 높아지며 오징어 어장이 울릉도 이북으로 옮겨간 덕을 중국 어선들이 제대로 보고 있다.”



상황이 해마다 나빠지면서 지자체, 정부 모두 고민입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오징어를 비롯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어종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어요. 


한때 국민생선이었던 명태처럼 '동해에 오징어 씨가 말랐다'라는 말만큼은 듣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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