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는 20대 무슬림들이 말하는 '할랄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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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은 무슬림도(이슬람교도)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식품을 기준으로는, 돼지고기 술 등을 먹을 수 없어요. 닭고기나 소고기 등 돼지고기 이외의 고기도 이슬람 율법에 따른 방식으로 도살되고 가공된 것이어야 하죠.
한국이 좋아, 집을 떠나온 20대 청년들인데요. 다들 한국어를 듣고 말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더라고요. 무슬림 청년들은 한국 생활의 즐거움과 어려움, 아쉬움을 거침없이 풀어놨습니다.
Q. 무슬림으로서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마주하는 어려움들이 있을텐데?
▶디나
작년에 한국에 오고 얼마간은 식당에 가면 돼지고기가 들어있는지만 물어보고 주문했어요. 그런데 돼지고기 없다는 말에 주문했는데 음식 속에 햄, 베이컨이 들어 있더라고요. 종업원들이 그런 건 돼지고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거죠.
돼지고기로 만든 젤라틴이 들어간 젤리는 못먹어요. 한 번은 한국 친구들이 건네준 젤리를 무심코 먹었는데, 포장지에 젤라틴 함유라고 적힌 걸 보고 뱉어버리기도 했어요.
▶니스린
이태원 할랄 식료품점에서 장을 봐서 기숙사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보통 소고기, 라면, 소시지 같은 걸 5만원 어치를 사죠. 그러면 3주 정도 먹어요. 수원에서 이태원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리지만 학교 근처 식당이나, 학생식당엔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먹기 어려워요.
▶이브티쌈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이탈리아 음식도 조리 과정에서 와인을 사용하면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으니 주문을 아예 피하기도 해요.
한국음식 좋아하는데, 할랄 조건을 충족하는 식당을 찾기 어려워요. 이태원에 몇 군데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무슬림들이 많이 가진 않는 것 같아요.
Q. 한국 사람들 술도 많이 마신다. 금주를 지키지가 어렵진 않았나?
▶자흐라
제가 근무하는 학원은 회식을 해도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동료들이 나를 배려해서 회식 장소를 해산물 뷔페로 잡아줘요. 만약 고기를 먹는 날에도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주문해주거나 따로 구해주기도 하고요.
▶디나
학교에서 MT를 6번이나 다녀왔어요, 그때마다 술 대신 주스나 음료수를 마셨죠. 친구들이 착해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꼭 준비해 줬어요.
참고로,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식당들을 대상으로 4가지 할랄 인증을 내줘요. 할랄 식재료 사용하는지, 무슬림 조리사를 고용했는지 등 여러 기준을 따지죠.
Q. 할랄음식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오해는?
▶호쌈
한국에서 닭갈비를 정말 많이 먹어요. 리비아에서 먹던 닭 요리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리비아에서 먹던 음식들에 고기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매워요. 제가 보기엔 한국 음식이 훨씬 건강해 보입니다. 할랄이라면 채소만 먹는다는 생각은 오해에요.
사실 한국을 비롯한 비(非) 이슬람 문화권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엄격하게 할랄을 따지긴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불가피하게 약간의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무슬림 프렌들리'한
식당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