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광에서 비건으로..초등학교 때 무슨 일이?

조회수 2018. 3. 5. 10: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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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채식인으로 살아온 박소연 케어 대표를 만났다.

동물 좋아하시나요?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우리나라에선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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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동물원의 전시동물, 실험동물 등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로 출범해 2015년 '동물권 단체'로 다시 태어난 케어의 박소연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활동가로 살아온지 16년, 박소연 대표를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출처: 케어 제공
박소연 대표에겐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인생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 ‘결정적 장면’이 박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지 어느덧 40년. 하지만 날 때부터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어린 박 대표는 누구보다 ‘고기’와 ‘동물’을 사랑하는 소녀였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죠. TV에 동물이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엄마한텐 ‘고기, 고기’ 노래할 정도로 고기 광이었어요. 그 때엔 내가 먹는 것이 생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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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사건’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벌어졌습니다.

등굣길 어머니와 함께 시장통을 지나던 중 자주 가던 정육점 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정육점에서 천장에 뭔가를 ‘턱턱턱’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본 거예요.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더라고요. 엄마한테 ‘저게 뭐냐’가 물었더니 ‘그게 네가 좋아하는 고기야’ 하시더라고요.”
출처: 123RF
박 대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는 말로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여덟 살이 된 꼬마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고 합니다.
그때 이후로는 고기를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출처: 케어 제공
그날의 기억은 박 대표의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채식주의자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죠. 어린 아이는 유난스럽게 고기를 거부했습니다. 매일이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영양이 부족할 거라도 생각하시잖아요. 키도 안 크고, 체질도 약하고, 잔병치레가 많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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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식을 하며 자란 박 대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고, 배앓이도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모님도 간섭이 많았고, 구박도 심하셨어요. (웃음) 이거 먹으면 용돈 준다고 유혹도 하셨고요. 몰래 먹이려고도 하셨죠. 근데 냄새만 맡아도 다 아니까 울고 불고 난리였죠. 그러다 타협을 보고 생선이나 달걀 흰자 정도는 먹었어요. 그 때까지 완전채식인 비건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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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비건이 된 것은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채식을 시작하는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동물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비건으로 가기까지는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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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동물을 바라보던 시선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시골에 가면 소의 배 밑에 고드름이 달려 있고, 코뚜레를 한 모습만 봐도 ‘괴로움의 연속’이었다고요. 여름 피서철 동네 강아지들이 굶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집밥을 퍼다 나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동물 운동가’를 꿈 꿨습니다.
출처: 케어 제공
그러다 박 대표는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 조직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 16년, 케어 설립 이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주로 구조, 입양, 법 개정과 관련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화제가 된 '퍼스트 도그' 토리를 입양보낸 단체가 바로 케어였습니다.
토리에겐 검은개, 잡종견이라는 편견과 차별 때문에 구조가 되고 나서도 입양되지 못한 사연이 있었어요. 보통 입양 신청이 들어올 때에도 '작고 하얀 강아지 있나요?'라고 많이 물어보세요. 이런 사연을 올렸더니 당시 문 대통령이 토리를 입양하겠다고 하신거죠.  
출처: 케어
다른 일들도 많았습니다. 2011년경 돼지 생매장 현장을 폭로했고, 2006년 장수동 개지옥 사건 때는 ‘절도죄’를 무릅쓰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많은 개 농장이 대부분 열악하고 비인도적이죠. 당시 그 안에서 매일같이 개들이 죽어나가고 있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15년 만에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케어의 활동으로 학대자에 대한 징역법이 신설됐고, 벌금형이 강화됐다. 동물들에 대한 격리조치, 피난권도 생기게 됐죠.
출처: 케어 제공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사람과 피해 당한 동물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사람이 물건을 다루다가 생긴 일이라고 바라보는 인식이 커요. 무엇보다 사법부의 인식이 달라져야 해요. 사람 중에도 약자가 있지만, 그보다 더 생물학적 약자는 동물이에요. 케어의 정신은 그래서 ‘동물들의 대변자’가 되는 일이에요. 저희는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언제나 동물의 입장에서, 끝까지 동물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에요.”

리얼푸드=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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