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다, 숨겨졌던 '강원도의 맛'

조회수 2018. 2. 27.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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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가 전부가 아니었다

함께 웃고 웃었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패럴림픽이 이어집니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올림픽을 결산하는 기사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올림픽 축제의 덕을 본 것들을 꼽아보자면 한식, 특히 강원도의 대표 먹거리들이 아닐까 싶어요. 평창과 강릉을 찾은 내외국인들은 아무래도 현지 음식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강원도는 바다와 산을 아우르는 지역이죠. 덕분에 예로부터 주민들이 먹었던 식재료도 참 다양했습니다.


출처: 구글지도
하.지.만.
오늘날 대중화에 성공한 일부 먹거리를 빼면 강원도 향토 음식, 식재료 대부분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어요..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강원도 지자체들이 토종음식 지키기에 나섰답니다. 국제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주요 식재료/음식을 등재하기로 한 거죠!


맛의 방주?

제슬로푸드협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세계 각지의 전통 먹거리를 찾고, 보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출처: 슬로푸드협회

지난해 지자체들이 보존이 필요한 지역 내 먹거리들을 맛의방주 후보로 신청했고요. 이후 슬로푸드한국협회 맛의방주위원회의 1차 검증, 이탈리아에 있는 국제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의 최종 검증을 거쳐... 20개 식재료/음식이 맛의 방주에 탑승했답니다.


출처: 슬로푸드한국협회
뭐가 등재됐을까?
(‘맛의 방주’에 등재된 식품.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올챙이묵, 수세미오이, 보다콩, 능금, 신배)

이번에 이름을 올린 20가지 먹거리 중에는 일단 올림픽이 펼쳐진 평창의 향토음식 4가지(감자술ㆍ오대갓ㆍ봉평메밀ㆍ올챙이묵)가 포함됐어요. 

출처: 리얼푸드

(인제군)

▷인제노란찰  ▷인제오이  ▷능금  ▷율무  ▷와촌메주콩


(정선군)

▷보다콩 ▷수리떡 ▷신배 ▷가시고기 ▷결명자


(횡성군)

▷물고구마 ▷수세미오이 ▷팔줄배기 ▷감자범벅 etc... 

하나같이 낯선 이름이죠...?

이런 먹거리들은 강원도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하기만 합니다. 점점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강원도 전통시장에서나 겨우 만날 수 있고요, 심지어 자가소비를 위해 일부 가정에서 소량 재배하는 게 전부인 것도 있습니다.


 “(이들 품목은) 강원도의 문화유산이자 지역의 정체성 그 자체이지만 대개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김종덕 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의 설명입니다. 


2월 20일 서울혁신센터(서울 불광동)에서 강원도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가 마련한 자리죠. 


생소한 강원도 음식을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는 얘기에 에디터도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이날 점심으로 나온 메뉴는 감자범벅, 올챙이묵 그리고 송어 샐러드였습니다.


감자범벅은 삶은 감자와 콩 위에, 막걸리에 넣어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덮어 다시 삶은 뒤 한데 뒤섞어 먹는 토속음식. 지금은 강원도 내에서도 감자범벅을 차려내는 식당을 찾기 어려워요.


출처: 슬로푸드한국협회
(감자범벅)

올챙이묵 메옥수수(고지대에서 재배하는 찰기가 없는 옥수수) 가루로 묽은 반죽을 만들고, 이걸로 면을 뽑아 만든 음식이에요. 면의 생김새가 올챙이를 닮아 올챙이묵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슬로푸드한국협회
(올챙이묵)

그리고, 행사장에선 이렇게 음식이 차려졌어요. 


그릇에 따로 담긴 게 올챙이묵이고요. 컵케이크 모양의 음식이 감자범벅, 그 옆에 있는 건 송어 샐러드입니다. 

출처: 리얼푸드

위에서 먼저 보여드린 사진과 비교하면 어딘가 다르죠?


식사를 준비한 김단 셰프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강원도 레시피를 따르되, 약간의 ‘변주’를 가미했다”고 했습니다.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만들면 먹기 불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죠. 

출처: 리얼푸드

감자범벅은 먹기 편하게 컵케이크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옥수수떡과 비슷한 고소한 맛이 났어요.


올챙이묵은 기존 조리법에 고소한 크림소스를 접목했어요. 흔히 이탈리아식 수제비라고 불리는 '뇨키' 스타일로 조리했습니다. 쫄깃쫄깃한 올챙이면이 크림소스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또 송어샐러드는 송어를 20일간 건조숙성해서 소스를 올린 건데요.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부드러운 송어의 식감은 일품이었습니다. (참고로 평창은 국내에서 처음 송어양식이 시작된 곳이에요)

출처: 리얼푸드

김단 셰프는 이렇게 말했어요.


“토속음식을 먹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그걸 만들던 식재료도 사라져요. 모든 식재료는 저마다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데,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그 식재료를 제대로 해석하고 또 보존할 수 있어요.”


어건 비단 강원도 음식과 식재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국 곳곳의 식문화들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죠. 관심과 소비가 필요합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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