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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희생’하려는 부모가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

아기발달 전문가 김수연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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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랩 작성일자2018.05.18. | 58,45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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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마음껏 귀여워하고, 아이와 친구 같은 부모가 되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상식처럼 언급되는 이 조언은 미국의 소아과 의사 벤저민 스포크 박사의 책 <육아와 육아 상식>(Common Sense Book of Baby and Child Care, 1946)이라는 책이 그 기폭제가 됐다. 


한마디로 ‘육아엔 애정이 절대적’이라는 이런 주장은 1960~7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38개국 언어로 번역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아기발달 전문가인 김수연(57)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 조절 훈육법>(물주는아이 발간)이란 책을 펴내 한 달 만에 1만 부 넘게 팔아치운 이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다.

김 박사는 간호사 출신이다. 연세대 간호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까지 마쳤다. 1997년 인하대병원 소아과에 아기발달클리닉을 열어 영유아 발달 평가를 거의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이다.


20대 후반 이스라엘로 날아가 히브리 대학에서 영유아 발달신경학을 수학했다. 이스라엘 국가기관인 모자보건센터 산하 아동발달연구소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스라엘 육아의 실제 사례들을 접했다.


히브리어까지 익혀가면서 이스라엘에서 생활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스라엘에는 ‘아이는 국가 시스템과 함께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육아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 양육은 엄마 책임으로만 맡겨지는 게 아니라 ‘사회 모성지수’가 함께 커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 국민이 아기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아이 다루는 법을 배울 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더군요.

역시 선진국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자꾸 떨어지는 여러 요인 가운데 이른바 ‘독박 육아’가 한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 키우는 일을 오롯이 엄마에게만 맡기는 거지요. 사실 육아는 엄청난 노동이에요. 저는 애 키우는 게 체질이 아닌 여성이 99퍼센트라고 봅니다. 아이가 강아지 마냥 빨리 크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아이 똥오줌 치우는 게 재밌을 리가 있겠습니까. 버젓한 사회인 되라고 비싼 교육 시켜놓고는, 아이만 낳으면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건 ‘사회적 학대’라는 거지요.

박사님은 저서에서 아이가 떼를 쓸 때, 아예 관심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못된 행동에는 무관심, 잘하는 것에는 관심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떼를 쓸 때는 관심을 끊어야 해요. 시선도 주지 말고 아예 얼굴도 아이 쪽으로 돌리지 말라는 거지요. 세 살 무렵부터는 아이가 울면 화장실이나 자기 방으로 가게 하면 됩니다. 마음껏 울고 난 뒤 얼굴을 닦고 나와서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때만 상대하라는 겁니다.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추슬러야 된다는 걸 암암리에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감정조절 훈련법’이 바로 그것이군요.

말썽 피우는 아이에게는 무관심하고,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하며 계속 긍정적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해동을 바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칭찬이나 보상으로 긍정적 강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야단과 꾸중은 ‘부정적 강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행동을 더 심화시킬 뿐입니다.

그래서 박사님은 효과적인 꾸중법이 따로 있다고 기술하셨는데?

꾸중의 원칙은 딱 한 가지이지요. 짧게! 이것은 어른들에게도 해당합니다. 하물며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는 더 짧게 해야 해요. ‘안 돼!’ 한마디로 끝내야 합니다. 그래도 그치지 않고 계속하면 안고서 그 자리를 나온 뒤 한참 안아주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서너 살이 되어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고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경우에는 간명하게 왜 안 되는지 설명을 해주는 것도 교육상 좋고요. 아이들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이건 안 되는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고 강하게 전달해야 하지요. 가볍고 부드럽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른바 ‘헬리콥터 맘’으로 유명한 한국의 엄마들은 자칫 과잉보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과잉보호 엄마들, 즉 ‘지원’이 아닌 전폭적인 ‘구호’를 하는 엄마들의 심리 기저를 분석해 보면 아이의 장래보다 엄마의 자기만족 때문에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이 인생을 망친다는 의심도 없고 자신이 과잉보호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지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완벽하게 보호해야 하고, 그것이 엄마로서의 사명이자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한국 엄마들에게 특히 강해요.

그 부작용이 간단치만은 않겠습니다.

한국 엄마들은 ‘이 일은 엄마인 나 이외에는 누구도 할 수 없다’는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할 수 있다는 숭고한 사명감까지 갖지요. 그렇게 해야 엄마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경향이 농후해요. 남편으로부터 멀어진 엄마가 아이에게 더욱 극성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엄마가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도와주고 베풀 수 있다는 건 자신을 높은 위치에 두는 일이지요.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에도 우쭐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어요. 이런 감정에 취해 아이에게 전념할수록 아이는 점점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엄마 없이는 아무 일도 못 하게 되어 버립니다. 엄마는 이런 아이를 은근히 좋아하고요. 그냥 두면 ‘잘될 아이’를 ‘못 되는 아이’로 오히려 엄마가 만들고 말게 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집필의 동기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육법>은 행동발달 이야기예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 ‘반응성 애착 장애’가 부각되면서 아이들을 과잉보호했어요. 아이한테 ‘안 돼!’라고 하지 마라, 스킨십 많이 해줘라, 만 3세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등등의 권고(?) 때문에 엄마들이 직장도 그만두고 그렇게 키웠는데 아이들이 떼도 더 심해지고 사회성도 안 좋은 거예요. 그렇게 2, 3년 키우다가 훈육을 하려니 그게 되냐고요. 이 책은 독박육아를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훈육 패러다임을 주기 위해 썼습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우울증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육아 우울증은 소아정신과에 갈 일이 아니라, 좀 쉬고 제대로 먹고 운동하는 게 더 나아요. 독박육아로 힘들어 하면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으로 돌아가는 데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거죠. 그러려면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이스라엘에 오래 계셨는데 이스라엘과 한국이 육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이스라엘 엄마들이 아이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너는 너, 나는 나’이지요. 엄마인 나도 피곤하고 나도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희생? 그런 개념 거의 없어요.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 또한 국가 전체가 아이들의 양육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덕분이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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