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해제, 그 후] 1부: 북한철도 재건의 10가지 주요 과제

조회수 2018. 6. 19. 18: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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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임기 내에 두어 개 정도는 할 수도 있다.

여러 해 북한철도를 지켜봤다. 아마도 무언가가 곧 바뀔 것 같다. 백지상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특권이 정말 몇 주 내로 끝날 것 같아, 서둘러 논의해본다. 논의의 흐름은 이렇다. 북한 철도사업의 큰 흐름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어느 사업 하나 만만한 것이 없고, 2-3년 내로 끝낼 수 있는 사업도 없기 때문이다(다행히 문재인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것이 나올 사업은 두어 개 정도 있다).


또한 철도사업을 정도 이상으로 빠르게 하자고 하는 여론의 흐름은, 북한의 발전과 개발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적절하지 않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 싶다. 여기에 북한 내부의 극심한 불균형 상태를 감안하면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있었던 논쟁, 즉 이미 발전된 축선에 먼저 투자해야 하느냐 후미진 지역부터 주자를 해야 햐느냐는 논쟁을 다시 벌여볼 가치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으로서는 가장 힘들겠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개인∙일당독재라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다음 글에서 논하겠다.



북한철도 재건의 간략한 로드맵

로드맵 포괄 사업

다음 10가지 사업이 북한철도 재건을 위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 사업은 한국 측 영토에서 가능한 사업을 제외하면 모두 제재가 해제된 시점부터 이뤄져야 한다. 가장 첫 번째 이뤄져야 할 사업인 디젤기 지원이 의미가 있으려면, 제재 대상인 디젤유가 북한에 반입될 수 있어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0년 차’는 대북제재 해제와 김정은의 확고한 개혁개방 의지가 드러난 해를 지시하는 것으로 규약한다.



0. 0-4년 차: 디젤기 100량 지원


이는 현재 북한 측의 기관차가 극히 부족하며, 특히 전력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겨울에 전기기관차를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극심한 수송 애로를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시급한 사업이다. 100량이라는 물량은 최소한의 수준이다. 모든 주요 노선에 일상생활과 부합하는 빈도의 열차를 공급하면서, 큰 무리가 없는 운전 일정과 시각표를 짤 수 있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북한 측 간선 철도의 표정속도는 여러 보도나 노무현 정부 당시의 시운전 데이터로 보아 대략 40-50km/h로 추정된다. 그리고 북한 측 간선철도의 현재 길이는 대략 4000km 수준이다. 계산 편의를 위해 간선이 하나의 노선이라고 가정해 본다. 기관차 100량을 모두 투입하면, 열차 100편이 대략 40km 간격으로 배열될 수 있다. 물론 왕복을 기준으로 하면,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 간 간격은 80km 수준이 될 것이다.


험지 운전이나 장대열차 보조기관차로 쓰일 차량, 수리를 위해 빠질 차량, 비상을 위해 대기해야 할 예비차량 등 여러 명목으로 본선 운전에 투입되지 못할 차량, 그리고 도착지에서 입환 중이거나 하루가 끝나 기관차고로 들어간 열차까지 합쳐 절반 정도만이 본선을 주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략 160-200km 정도마다 한 편의 열차가 통과하게 될 것이다. 표정속도로 계산하면 4-5시간마다 1편 정도의 열차가 된다.


주요 도시의 역을 아침, 점심, 저녁에 한 편씩의 열차가 통과한다면, 그리고 아침과 저녁 차량은 근거리 통근에, 점심 열차는 장거리 이동에 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한다면 현재 극심한 수송난에 시달려 목탄차량까지 이용 중인 북한 인민의 교통 상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철도의 디젤기관차는 300량도 채 되지 않는다. 131량이 운행 중인 디젤동차를 넘겨주는 것 역시 가능하지만, 이들 열차는 한국에서도 배차 간격이 매우 긴 지방선에서 주로 활약하는 만큼 북한 측에게 즉시 넘겨줄 경우 그 빈틈을 메울만한 열차가 없다. 디젤 동력차 상당수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물론 북한 측 ‘방통(객차나 화차처럼 부수된 철도차량을 지시하는 말로 탈북자들의 매체를 참고하면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말로 추정)’의 제동관 및 기타 제어장치와 기관차 설비를 호환시키기 위한 조치나, 북한 측에 주요 역에 기관차 경정비 시설을 갖추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철도차량의 제작에는 통상 2년이 걸리고 설비 호환을 위한 작업이나 북한 측 기관차 정비 시설 건설에도 시간이 필요하기에,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디젤 차량 긴급 지원 프로젝트 역시 적어도 3-4년 정도를 잡고 준비해야 한다.

북한철도 주요 지명을 숙지하고 시작하자

1. 1-4년 차: 경원선 연결 


이미 물리적으로 연결된 경의선 이외에, 동해선을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나는 이것이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 동해선을 현 한국철도망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제진에서 강릉까지 110km에 달하는 거리에 새 철도 노선을 부설해야 하는 데다, 이렇게 접속된 강릉지역의 철도는 강릉역에서 원주 방면 선로와 삼척 방면 선로가 나뉘는 구간은 단선인 상황이다.


강릉지역은 철도를 지상으로 부설하는 데 극렬하게 반대한 바 있기 때문에, 강릉 시가지를 완전히 우회하는 선로를 건설하지 못하면 이곳 강릉의 병목 때문에 동해선을 이용한 대량 철도 수송은 어렵다. 동해선 영덕-삼척 구간 역시 여전히 완공까지는 수년이 남았고, 속초에서 접속하는 춘천-속초 간 철도는 단선철도로 설계 중인 데다 경춘선 서울 측에도 용량과 구조상의 한계가 있다.


게다가 부산항과 동해선 사이의 접속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부산 도심을 직접 관통하는 열차를 운행하거나(북항), 창원-사상간 철도 건설, 또는 대구에 고모(경부선)-가천(대구선)간 삼각선을 신설하기 이전에는 동대구에서 방향을 전환하거나 크게 우회하는 내륙 철도망으로 운행(신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만도 적어도 7년은 필요할 것이다.


북한 측 문제도 있다. 동해선과 경원선은 원산 남측 약 15km 떨어진 지점인 안변에서 합류, 단선으로 북상해 원산으로 함께 진입하는 노선이다. 안변으로 진입하기 위해 동해선은 삼각주를 피해 빙 둘러가는 선형을 취하며, 이 덕분에 군사분계선에서 안변에 이르는 거리도 경원선이 대략 20km 짧다(월정리-안변 104.9, 제진-안변 125.9). 서울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거리는 말할 필요도 없이 경원선이 훨씬 짧다. 추가령 인근, 검불랑 일대의 고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선이 구불거리는 지점에 직선화된 터널을 먼저 시공한다면 그 값은 더 짧아질 것이다.


아래에서 지적할 서울지역 병목 문제는, 개혁개방 초기 수년간은 열차가 하루 한 자릿수만 다니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차차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러시아 방면 연결이나 부산 방면 연결 역시 경원선이 우월하다. 원산부터는 평라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고, 부산에서 경원선으로 올라오는 망 역시 수도권 내부망을 임시로 활용하면 된다. 사실 동해선 연선 지방정부가 통과 화물열차의 대량 운용을 달가워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동해선 투자를 반드시 하고 싶다면 삼남 지방에서 북한으로 올라가는 통과 화물 물량이 많아져 수도권 부근으로 화물을 접근시키지 않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에 해야 가장 효율적이다. 화물 물량이 이 단계가 되려면 적어도 개혁개방 이후 10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규모와 수요, 제한된 재원까지 고려하면, 모든 면에서 동해선 우회 루트는 경원선보다 후순위로 구축할 노선이다. 


경원선은 현재 백마고지역까지 북상해 있고, 같은 노선의 북한 측 이름인 ‘강원선’은 평강까지 남하해 있다. 양측 사이의 과거 철도 노선 길이는 약 17km다. 동해선에 필요한 최소 110km, 영남 방면과 수도권 방면 연결을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약 300km의 투자와는 극적으로 다른 규모다.


평강고원과 철원 사이의 높이 차이가 상당해 구철도의 선형이 구불구불하긴 해도, 이런 규모 차이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양측이 군단급 대병력을 주둔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의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개성 측 경의선 역시 지금도 양측 군단급 대병력이 서로를 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도가 통과할 폭 10여 미터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그리 큰일은 아닐 것이다.


경원선 사업에는 중요한 정치적 이점도 있다. 동해선 연결은 사업 규모가 크고 아직 실무가 진행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일 당장 사업에 착수한다 해도 7년은 필요한 것이 통례다. 기왕에 짓는 김에 현대적인 고규격 철도를 건설해 중복투자를 차단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17km 수준의, 그리고 당장 열차가 하루 몇 편 정도만 운행하면 되기에 요구 시설 수준이 낮은 단선 비전철 철도는 사업 기간이 그리 길게 필요하지 않다.


군 당국 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만 한다면 문재인의 대통령 퇴임 전에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으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규모 행사는 꼭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경원선 연결은, 김정은이 투자를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산을 서울과 최단거리로 잇는 망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은에게도 경원선 개통은 희소식이다.


김정은을 다시 불러내어 개방과 개혁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확약하는 자리를 만들고 민주당 정부의 집권을 이어나가는 동력으로 사용하려면 문재인 퇴임 전에 물리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며, 경원선은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



2. 0-30년 차: 수도권 우회선 투자

북한으로 올라가는 한국 측의 철도는 극히 빈약하다. 경의선 단선 하나만이 연결되어 있고, 앞서 제안한 경원선 투자가 이뤄져도 연결망은 단선 두 가닥에 불과하다. 이들을 복선으로 확충한다 해도, 그리고 고속신선을 추가한다 해도 삼남 지방에서 북한으로 올라가는 화물 처리는 어렵다. 동해선 투자는 이 문제를 감안한 것이겠지만 전라∙충청 지방에서 나오는 화물을 수송하기에는 어렵거나 지나치게 우회가 심한 데다 지적한 것처럼 연결을 위해 필요한 철도망의 규모도 만만찮다. 


서해선(대곡-소사-안산-홍성)을 통한 화물 수송 역시 주변의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했을 때 대규모가 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나치게 붐빌 서해선, 그리고 여객 수요가 의심스럽고 연안 주운으로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한 동해선보다는, 어느 정도의 여객 수요가 존재하면서 철도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수도권 북동부와 내륙 지역에, 서울 외곽 순환 축선을 공급해 삼남 지방에서 북상하는 화물을 서울을 우회해 수송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야 한다.


구체적인 제안은 연말에 출간될 내 책 『서울, 수도권, 철도: 거대 도시와 철도, 철도와 거대 도시』(가제)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여기서 분명히 지적할 부분은, 사업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북한 방면의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 규모가 분산될 필요가 있고, 최대 30년 정도를 두고 여유 있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 정도다.



3. 1-7년 차: 신호 및 전력설비 표준화 결정 및 투자


현재 북한 측의 신호 설비 수준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단선 구간이기 때문에 통표 폐색을 사용하는 듯하지만, 열차가 정면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기사도 있을 정도로 상황은 혼란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철도의 경쟁력을 위해 절실한 고빈도, 고속 운전을 위해서는 신호의 현대화는 무엇보다도 절실한 과제다.

룡천역 수준으로 폭발하지 않는 이상 북한철도 관련해서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매우 열악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또한 지금의 경제난을 일으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전력 관련 설비 또한 완전히 새로 정비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북한 측의 전력설비는 DC 3000V를 기본 규격으로 하지만, 한국 측의 설비는 AC 25000V를 기본 규격으로 한다. 양측 직통운전을 위해서는 전력설비를 표준화하거나, 양측 전력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히 개조된 차량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양측 실무진들의 논의가 절실하다. 북한 전국에 깔린 전력설비의 규모는 방대한 것이기 때문에, 만일 북한 측 전력을 바꿀 경우 사업 기간은 제시된 것처럼 적어도 7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전력과 무관하게 필요한, 신호설비 투자 역시 작지 않은 규모인 만큼 비슷한 기간 진행되어야 한다.



4. 2-8년 차: 대형사고 발생구간 등 애로구간 보강 및 신규 복선터널 확보


북한철도에서는 대형 사고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리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산악 철도에서 발생한 사고들이다. 1996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자강도 송원군 개고개 탈선사고에서는 적어도 네 자릿수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 같다. 207년 12월에도 청진을 출발, 부령에서 회령으로 넘어가는 산악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있었다는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사고를 줄이려면 험지를 통과하는 구간을 개량하는 토목 사업이 절실하다. 이는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입게 될 북한 지방 인민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일부 산악선 열차를 탑승하게 될 외국인이나 남한인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사고 사례나, 북한 철도를 위성으로 관찰해 보면, 개량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극악한 험지는 아래 그림에 수록된 여섯 선구로 보인다.

대형사고 발생구간 등 주요 애로구간

이들 선구, 또는 기관사 등을 통해 수집된 다른 심각한 애로 구간에 대해서는 앞으로 건설될 복선전철의 규격에 맞는 복선터널 시공을 미리 시행해야 한다.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산악지역의 개발과 균형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선투자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5. 3-13년 차: 주요간선 최고속도 증속투자


현재 북한철도의 표정속도는 45km/h 수준이다. 물론 낮은 속도지만, 지금도 태백선, 경북선, 경전서부선과 같은 남한의 일부 지방선에서는 이보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가 기록되는 만큼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어쨌든 수도권 광역철도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로는 북한 전국을 연결하기에 지극히 부족하다. 고속철도 투자를 즉각 수행한다면 물론 좋겠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인 데다 주요 거점도시·거점노선만 연결할 수 있고 우리의 면 단위에 해당할 작은 마을을 연계할 수도 없다.


기존선의 최고속도를 증속시켜 철도의 상황을 개선하는 투자가 북한 전국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토목 사업(평면, 종단선형 개량)은 최소화하고 궤도의 각 요소를 개량해 고속·고빈도 운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본선의 목침목을 압축콘크리트 침목으로 교체하고, 레일을 50kg 이상 중량레일로 교체하며, 아직 강자갈을 쓰는 도상은 모두 쇄석으로 교체하는 한편 되도록 장대레일 구간을 확보해 고속 주행시 레일 이음매에서 일어나는 충격을 줄인다.


북한 전역의 간선망에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긴 호흡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일례로 한국철도의 장대레일화는 198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장대레일 보급율은 여전히 70% 수준이다. 목침목이 남은 측선도 아주 흔하다. 다만 주요간선의 대부분 선구에서 100km/h-120km/h 이상의 운전을 가능하게 해 표정속도를 70km/h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개량은 10년 정도의 사업 기간 내에 마무리해야 하며, 특히 아래에서 논의할 이유로 경의선과 평라선 이외의 축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만 한다.



6. 4-16년 차: 경의고속선

경의고속선

경의고속선을 6순위에 놓은 것은, 이 노선이 시급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앞서 제시한 과제들이 훨씬 더 시급하거나(0, 3, 4, 5순위) 남한 측에서 사업을 개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1, 2순위). 경의고속선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거쳐 가든, 그 활용법이 어떻게 되든, 그리고 서울 시내 노선이 어떻게 되든 분명한 건 이 노선은 평양과 신의주를 지날 것이며 수도권·인천공항과 북한 관서 지방·요녕성을 잇는 주축선이 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개인적으로는 해주 경유에 찬성한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불과 2-3조 원, 그리고 2-3년이면 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향후 수요 증가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매해야 할 물량에 해당하는 고속철도 차량 가격(10량 KTX-산천이 약 400억 원, 2조 원=50개 편성=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 좌석 물량의 절반 수준) 정도밖에는 안 될 돈이다. 북한의 노동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것이 통하는 것은 토공 구간뿐이다. 고가나 터널은 한국 측의 장비가 동원되어야 하고, 평양 시내 구간에서는 역과 본선을 대규모로 정비하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평양 시내에서는 10면 20선의 대규모 역사가, 4복선 정도의 대규모 본선이 필요할 것이다. 평안남도 일대에는 석회암 지대와 탄전이 있어 지질이 좋지 않은 데다 심지어 어디에 석회동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문제점도 있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려면 대부분의 토목 공사를 장비를 통해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중국 측 복선전철의 단가를 사용할 필요는 있다. 아마도 2-3조 원이라는 계산은 자릿수를 착각한 데서 나온 오류라고 본다.


서울 도심과 인천공항 연계의 어려움, 평양 통과에 필요한 투자 규모, 평남 일대의 열악한 지질, 아주 많을 수밖에 없는 고가와 터널을 감안하면, 경의고속철도 건설에는 호남고속철도만큼의 시간적 길이, 그리고 중국 측과 호남고속철도의 중간 정도 되는 단위 비용 투입이 필요할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이 관보에 고시된 것은 2006년 8월의 일이며, 개통은 15년 4월이니 총 9년 4개월의 사업 기간이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기본계획 설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간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시작한 일인 만큼, 노선망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도 2-3년은 걸리는 것이 정상이다. 최소한 10년, 통상적인 템포로는 13년을 잡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더 시급한 사업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다음 사업을 본격 진행해야 하는 만큼, 경의고속선 사업을 시작할 시점은 대략 4년 차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전에는 모든 노력을 디젤기 투입을 통한 운행 개선이나 애로구간 시설개량에 쏟아야 한다. 시간을 길게 잡을 이유 가운데 하나인 재원 분배 문제는 아래에서 논의한다. 또한 경의고속선의 연장이 약 450km이며(남한 측 연장도 최소 50km이며 공항연계 포함 시 더 길어짐), 호남고속선의 단가는 약 450억 원/km, 중국 측 복선전철은 200억 원/km인 만큼, 이들의 가운데 값인 300-350억 원/km를 적용하면 13.5-15.8조 원의 비용은 지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7. 5-20년 차: 관북고속선

관북고속선

북한의 반대편, 동해안 쪽에도 고속철도가 필요하다. 특히 청진의 경우 서울과의 거리가 매우 멀고, 원산(36만), 함흥(70만), 청진(60만) 모두 그 규모가 충분치 못한 데다 후자의 두 도시는 주체 중화학공업(비날론, 주체철…)의 주요 거점들이기 때문에 아주 길고 근본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상당한 수준의 경기 부양과 산업 재배치 사업을 수행하지 하지 않으면, 개혁개방 이후 이들 도시는 말 그대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부양 사업의 선두에 고속철도가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노선은 경의선보다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 서울 동부 지역에서 열차 착발을 취급할만한 역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데다, 청진은 신의주보다 훨씬 멀기 때문이다. 원산까지는 약 180km(=서울-대전), 함흥까지는 300km(서울-대구) 정도의 거리겠지만, 청진까지는 600km에 달하는 거리가 될 것이다. 중국 측 심양∙대련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청진지역 공항의 건설 방향에 따라 고속철도의 경쟁력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함흥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고속신선을 건설해야겠지만, 청진의 경우에는 항공과 보조를 잘 맞추어서 고속열차 공급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청진에서 북쪽으로 150km 정도 올라가면, 장춘과 훈춘을 연결하는 중국 측 고속철도(长珲城际铁路)가 연길을 통과하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중국 측 망과 연계 운행을 할 수 있도록, 두만강 만곡부까지 고속신선 투자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무연탄 위주인 북한 석탄산업은 축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기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속철도의 역할이 절실하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이 지역의 조선족들이 한국을 오갈 때 항공기 대신 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8. 15-25년 차: 관서 지역(평북·평남·자강) 지선망 고속화 정비


두 고속선이 부분적으로 개통을 시작하면 추진해야 할 과제는 지선망에 고속열차를 투입하고, 이들이 고속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노선을 정비하는 과제다. 여기서는 관서 지역 지선망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적었지만, 지역 균형 개발 방침을 좀 더 철저히 적용한다면 다음에 소개할 관북·패서 지역 노선을 더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이들 지역은 경의선의 백업 노선이 통과할 수 있고 평양 근교의 여러 도시가 경제 재건을 거치면서, 그리고 서울과 요녕성을 잇는 통로로 기능하면서 인구와 산업이 발전해 나갈 지역이다. 따라서 경의선의 백업 기능을 충분히 할 종축(남북축) 노선을 고속화해 고속열차가 고속으로 직결 운행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노선으로 만포-강계-희천-개천을 잇는 만포선이 있다. 특히 이 노선의 북단인 만포는 옛 고구려의 고도 국내성을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지역이기에 한국인 관광객이 아주 많이 찾을 지역이다.


다만 이들 노선을 정비할 때는, 본선을 250km/h 규격으로 정비하더라도 구 단선을 폐지하지 않고 남겨두어 면 규모의 지역까지 속속들이 연계하는 완행열차를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철도망이 있는 축선인 -개천-구성-삭주-중국 측 관전현(단동시)으로 이어지는 백업 노선 역시 개척,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9. 20-30년 차: 관북(함북·함남·량강), 패서 지역(황남·황북) 지선망 고속화 정비

북한철도망 제안 전체 약도

관북 지역, 패서 지역 역시 이유는 다르지만 정교한 철도 투자를 필요로 한다. 관북 지역은 거대한 산악 지역인 데다 쇠퇴가 확실시되는 무연탄 및 주체 중화학공업에 깊이 의존한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발전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패서 지역은 거리가 유사한 충청권처럼 수도권에서 올라올 많은 제조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그렇다. 


관북 지역에서 먼저 정비할 노선은 혜산을 연결하는 혜산만포청년선·백두산청년선이다. 이 노선이 정비되지 않으면 량강도 지역은 제대로 된 전국적 경제 분업 과정에 참여할 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혜산이 백두산 방면 관광 거점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삼지연∙대홍단 방면 지선망 또한 함께 다시 부설할 필요가 있다.


부전령을 넘어 혜산과 함흥을 직접 연결하는 노선은 지형이 매우 험준한 만큼 일단은 건설하지 않는다. 함북 지역에서는 앞서 언급한 회령-연길 방면 노선뿐 아니라 무산 방면, 라진 방면 노선도 고속화한다. 함흥에서 부전령을 넘어 혜산을 진입하는 노선, 그리고 황초령을 넘어 자강도 방면을 연결하는 (개마고원 관통 고속화) 노선은 30년 차 이후에 추진할 과제로 삼는 게 어떨까 한다.


패서 지역의 경우 황해 내륙의 신계 분지를 수도권 및 평양과 연결하는 노선, 그리고 황해 해안 지역을 모두 연결하는 해주-과일-남포간 노선을 별도로 고속화 노선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지역 모두는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산업 입지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철도를 활용해 질서 있게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대북제재 해제, 그 후] 2부: 개발독재라는 그림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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