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회사의 실력은 무엇인가

조회수 2018. 5. 16. 12: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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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빠지면 일이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어렵게 일 따서 강사님 보내서 강의 잘했는데, 글쎄 그다음부터는 발주사(기업)에서 우리 회사를 제끼고 바로 강사님한테 연락하더라고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따금 작은 교육회사를 컨설팅 하다 보면 이런 애로사항을 많이 듣는다. 교육업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 강사와 전속 계약을 맺지 않는 한 이를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되려 강사가 소개해준 업체에게 먼저 알리고 상의를 한다든가, 업체가 신의를 저버렸다고 생각하는 강사와 기업을 음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것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하여 발생한 결과다. 믿음, 신뢰, 정 이런 게 얼마나 추상적인 이야기인가. 많은 교육 회사가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래와 같다. 말하자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그에 맞는 강사를 추천하여 파견하는 형태.

많은 교육 회사가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그냥 ‘유통’업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인력중개소와 다를 바 없는 모델이다. 중간에 있는 회사의 역할이 없으니 고객사가 회사를 제껴도 결과물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회사가 중간에 끼어 봐야 커뮤니케이션만 복잡해지고, 강사 입장에서도 회사(에이전시)가 껴야 강의료만 나눠지게 되므로 직접 계약하는 걸 선호한다. 


우리나라 성인교육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를 복잡한 하도급 구조라고 보는데, 실제로 국내 대형 기업교육회사 중에서는 공식적으로 ‘우리는 유통회사다’라고 말하는 곳도 여럿 있다. 원청에 재하청을 거치는 유통단계에서 중간 유통사가 있어 봐야 최종 고객에게 도달하는 가치가 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떨어진다.



교육기획 회사의 대체 불가한 역량은?


결국 우리 회사가 빠지면 일이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고객사가 직접 강사 풀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육회사가 중간에 꼭 들어와서 같이 하자고 부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비즈니스 모델을 리폼해야 한다. 그럼 가르치는 ‘강사’가 아닌 ‘회사’로서의 대체 불가한(irreplaceable) 역량은 무엇일까?


첫째, 기획력. 이게 교육기획 회사의 처음이자 끝이다. 많은 회사가 비슷한 주제의 강의를 하는 강사를 섭외하고 그 콘텐츠를 그냥 밀어 넣고 끝낸다. 이건 교육업이 아니라 중개업이다. ‘기획’이 없다. 소개만 해주는 비즈니스다. 그러니 차별점이나 경쟁력, 수익성이 안 생길 수밖에 없다.


교육기획 회사라면 고객사의 니즈를 분석해서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그 커리큘럼에 따라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고 함께 교안을 개발해야 한다. 나는 오히려 강사의 역량에 맞추어 회사가 지도나 제안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게 핵심 능력이다.

둘째, 가치 우위(Value advantage)를 주어야 한다. 중간에 유통단계가 늘어날수록 효율성이 커지는 사업모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유통단계가 증가할수록 개별 사업체의 이익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시너지가 나지 않을 거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 사업에서 중개자의 역할은 강사에겐 영업과 기획으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를 줄여주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비용을 낮추고 성과를 높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밝힌 대로 공급사슬(Supply Chain) 안의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보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이 강사에게 직접 연락하면 아마 일반적으로 받는 비용으로 계약할 것이다. 하지만 강사와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업체는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여기서 ‘신뢰’라는 것은 시간에 비례해서 생기는 것이기에 아무리 대기업이고 좋은 조건을 제안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를 새로운 업체가 능가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게 작은 회사의 유리한 부분이다.


성과는 어떻게 높이는가. 이게 바로 기획이다. 고객사의 상황과 니즈를 분석하고 이것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능력이 바로 교육회사의 역량이다. 남들 다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나 강사한테 직접 받는 것과 차별이 없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그거야말로 중간에 있는 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거다.

결국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너지 모델로 귀결되어야 한다

기업은 “A 강사님의 콘텐츠를 가지고 우리 회사 실정에 맞게 설계해주십시요”라고 부탁할 수 있는 탁월성이, 강사는 “B기업의 니즈에 맞추어 제 강의안을 검토해주십시요”라고 요청할 수 있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기업은 강사보다 그 분야에 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기획력은 개별 세미나가 아닌 장기 과정이나 로드맵을 설계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각 분야에 적합한 강사를 추천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육목표에 맞추어 모든 교육과정에 유기성을 부여하고 모자이크의 퍼즐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섭력에서는 강사보다 뛰어나고, 기획력에서는 기업보다 뛰어나지 않는 한 유통중개업의 모델을 극복할 수 없다. 물론 영업이 뛰어나거나(유통업) 운영을 잘하는 것(행사업)도 역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콘텐츠를 만드는 교육기획 회사라면 기획능력 그 자체로 압도적인 차별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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