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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뭘, 왜,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조회수 2018. 5. 4.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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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웅이 아니니까~ 수고링

PPT를 시작으로 디자인이란 걸 시작하고 나서 가장 난감했던 것은 툴이었어요. 포토샵이나 일러나 인디자인, 스케치 등 정말 다양한 툴이 있었지만 당시엔 레이어가 알록달록 크레이프 케이크에나 쓰이는 건 줄 알았지 도대체 레이어와 벡터가 뭔지 마스크가 어쨌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거든요.

레이어가 뭐 어쨌다는…

처음엔 포토샵을 공부하고 싶어서 책을 사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기술서들이 그렇듯 일단 저장하고 켜는 법부터 알려주는데 (더블클릭은 나도 안다고!…) 보통 자잘자잘한 이야기로 1-2장이 후딱 지나가는 터라 정작 내가 궁금한 것에 관해선 중반부가 지나서야 가볍게 건드려주고 지나갈 뿐이었다능… 감질나서 막 잠 못 자고 이불 차고…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어깨너머로도 배워보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학습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발등에 불 떨어지고 심장이 두근대는 데드라인의 압박은 학습능력을 초인적인 수준으로 높여주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친구의 약간 짜증 섞인 채 대충 알려주는 그 특유의 말투가 뭔가 다급함과 짜증을 동시에 불러오면서 승부욕도 올려주더라고요.

그… 그건 뭐 누른 거야?…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보통 이런 테크닉 강의는 예제를 실습해보고 실시간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정작 정해진 테크에 따라 실습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스릴을 느낄 수 있었어요. 끝나고 나서 물어보려고 하니 다음 스케줄이 엄청 바쁜 강사님이었던 터라 슝 가버리시더라고요…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는 좋은 스승이었어요. 어쩜 이리도 금손이 많은지 조금만 웹을 뒤져보면 아주 굉장한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죠. 단점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꾸 빨간도깨비 님의 마블 유니버스 세계관 정리를 보거나, 다음 웹툰을 자연스럽게 켜고 이태원클라쓰를 정주행하다가 새벽 4시가 되곤 했어요.


이외에도 유튜브 중에는 금손 외국 친구들이 올려놓은 영상이 꽤 많아서 공부하기 위해 또 다른 공부(영어)를 해야 하는… 마치 가위가 필요해서 가위를 샀는데 그 가위를 개봉하기 위해 또 가위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이런 난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보도록 해요. 영어와 디자인을 동시에 잡을 수도 있어요. 전 못 잡았어요.


네이버 블로그는 다 좋은데 광고가 너무 많아서 블로그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다 보면 광고가 반이거나 패치 다운받으라고 첨부 걸어놓은 파일에 악성코드가 심긴 경우가 종종 있었던 터라 파란 화면을 망연자실 바라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포맷 2번 했어요.

이모티콘 표정도 맘에 들지 않아…

이것저것 눌러보며 스스로 깨닫는 자급자족 방법도 있지만 추천하진 않아요. 이 방법으로 상당히 많은 것들을 깨달았지만 포토샵을 4번 정도 다시 깔아야 했어요. 시간 아까워요. 지금 생각해보면 단축키 하나만 누르면 될 일이지만, 당최 어떻게 초기화하는지 몰랐던 터라 먹통이 된 포토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곤 했답니다. 왜 꺼지질 않니… 


툴이나 기능적인 부분 이외에도 디자인 기초와 이론 부분에서도 공부할 것이 산더미였고 심지어 이것저것 융합된 다른 영역도 함께 공부해야 함을 깨달았어요.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디자인 서적 코너에 멀뚱히 서서 도대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요. 광대한 우주 크기 비교 동영상 보고 난 후 현자타임 온 듯한 무상함을 느끼며 그냥 아무 책이나 빼 들었어요.


그렇게 대책 없는 디자인 공부가 시작되었고, 바보 같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몇 가지를 적어봤어요.

나는 영웅이 아니었…

대책 없는 디자인 공부 10가지 방법


1. 그냥 아무 책을 빼든 후 그 책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을 다른 책을 보며 답을 찾는 꼬리물기 방식을 택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도시디자인 관련 책을 보니, 스트리트(street)와 애비뉴(Avenue)와 로드(Road)와 웨이(Way)는 다르대요. 어떻게 다른지 대강 설명이 나오긴 해요. 하지만 어원이 궁금해져서 외국어 코너에 가서 어원 어쩌고 하는 책을 찾아보기로 해요. 


어원을 보니 재미있어요. 역사와 종교에 관련된 내용이 많아요. 유럽은 고대 마차로 쓰던 길을 그대로 포장해서 도로로 활용했던 터라, 폭이 넓지 않아요. 그래서 엄청나게 큰 대형 부품을 운반할 수 없었어요. 터널을 넘어갈 수도 없었죠. 우주항공 산업이 뒤늦게 발달한 것도 실은 ‘좁은 도로로 로켓 제조부품을 옮길 수 없어서’라는 얘기도 있어요. 좁은 도로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져요. 세계사 코너에 가서 ‘길’ 관련 책을 찾아봐요.


이 방법은 비효율적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결과를 톡톡히 볼 방법이었어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고, 찾고 싶은 질문이 명확한 터라 질적 측면에서는 꽤 엄지 척이랄까요. 제가 좋아하는 방식이지만, 평소에 딱히 질문이 없거나 내면에 황수관 박사가 없는 분이라면 그냥 추천하지 않아요.

나에게 궁금증 따윈 없다구우우우!

2. 디자인은 인지심리학과 많은 관련이 있지만 무작정 심리서적을 빼들어선 별 의미가 없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온통 위로해줄게, 괜찮아, 니가 잘한 거야, 퇴사해, 우쭈쭈, 그냥 가마니처럼 가마니 있어도 돼~ 느낌의 위로 심리서적이 많아서 내가 필요한 걸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차라리 디자인 코너로 가세요. 그리고 평대 말고 서가로 가세요. 뭔가 마니악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책들이 있어요. 그중에 디자인과 심리와 연관된 책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 걸 읽어보도록 해요. 특히 마케팅 등과 연관된 ‘소비자, 서비스, 심리, 구매’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한 번쯤 읽어보세요.

땡스북스나 현카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가봅시당

3. 혹시 본인이 뇌과학이나 생물 쪽에 관심이 많다면 인지체계에 관한 뇌과학 서적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아주 흥미진진할뿐더러, 단순히 심리학 이론만 습득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인 이해가 가능해요. 특히 인지구조와 시지각에 관련된 내용을 익히면 재미있는 것들을 알 수 있어요. 


개인적으론 쉬운 책은 길벗출판사에서 나온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이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데이비드 이글먼 씨가 지은 『더 브레인』이란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수면제로 적당하고 두께감 있어서 베개로도 좋아요.

책은 베개다

4. 시간이 없다면 카카오나 브런치 등에서 잘 쓴 디자인 관련 글을 발췌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브런치가 처음엔 오글이토글이 감성글이 가득하더니 요즘엔 개꿀팁들이 가득한 정보의 왕국이 되었어요. 더불어 pxd 블로그의 게시글, IDEO에서 나온 HCD(human centered Design) 프로그램도 뭔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밖에 페이스북 그룹 등에서 디자이너 모임 같은 곳에 가면 싱싱한 트렌드 소식을 심심치 않게 공유해주더라고요. 체계적으로 뭔갈 배운다기보단 순간순간의 인사이트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것 같아요.


5. 툴은 책을 사서 보는 것보다 어깨너머 서당개 훈련법이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돈 주고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그냥 친구 어깨너머로 뭘 누르는지 어떻게 하는지 슬쩍슬쩍 보는 게 안 잊히더라고요.


그러나 RGB와 HSB의 명확한 정의나 이미지 파일 간의 특징 등 현장에서도 미쳐 배우지 못하는 디테일한 부분을 정리하기에는 책이 훨씬 좋았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술 서적의 1-2장에 적힌 자잘한 지식이 오히려 책이 가지는 메리트가 아닐까 싶어요.

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6. 디자인의 역사는 정독하진 않더라도 한 번쯤 훑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요즘엔 일본과 북유럽 디자인 이야기가 책으로 많이 나오지만 디자인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어요. 정립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을 뿐이죠. 세계사와 연관 지어 읽으면 개인의 흥미 여하에 따라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어용. 


만약 역사라면 막 피부가 빨개지고 재채기가 나오는 체질이라면 1860년대에 시작되었던 미술공예운동부터 아르누보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이어지는 근 150년간의 미술사 정도만 체계를 잡아 놓아 보아요. 물론 이 부분은 당최 이해가 안 될 수 있고 굉장히 단기 기억에 머물러요. 내일 정도면 사라진달까요. 하지만 근본은 알아야 할 것 아니겠어용. 재미지게 강의해놓은 미술사 강의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7. 다른 영역의 직무서도 한 번쯤은 훑어보아요. 디자인 공부만 하기에도 벅차 죽겠는데 남의 일까지 신경 써야 하냐! 싶겠지만, 독립한 디자이너에게 남의 일이 어디 있겠어요. 마케팅부터 세금 관리까지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게 개인 사업자의 운명이에요. 디자이너가 아닌 사업자 관점에서 경영서와 타 직종 실무서도 통독 정도는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8. UX와 서비스디자인 관련해선 웹이나 논문 위주로 공부했는데 이쪽이 훨씬 많은 도움이 돼요. 사실 서적에서 많은 부분을 다루지 못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해당 디자인 영역이 들어온 지 오래지 않아(사실 본래 역사 자체가 짧긴 하지만) 자료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해외에서 나온 논문의 번역본이나 케이스 스터디 등을 통해 공부해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당. 다만 이 부분은 다양한 사례와 인사이트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독학하기보단 몇 명 모여서 케이크와 커피를 동반한 수다 겸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보거나 참여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9. 어도비 사이트는 굉장히 많은 기능 팁이 있어요! 그냥 공식 사이트의 FAQ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인사이트 콘텐츠나 기능 팁이 올라와 신기방기했어요. 플랫폼 방식이라 다양한 사람이 노하우를 공유하더라고요. 설명도 상당히 친절해서 가끔 툴 다루다가 막히면 어도비 사이트에서 질문하곤 했어요. 대다수 문제라는 것들이 다들 도토리 키재기라서 너무 이상한 문제만 아니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어요. 어도비 툴 쓰다가 뭔가 뻑나거나 오류 터지면 종종 이용해보도록 해요.


10. 디자인 공부는 하루에 몇 시간!~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범위와 깊이가 너무 다양해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찾아보는 실시간 검색형이 훨씬 효율적이었어요.


책도 완전 정독하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기보단 빠르게 넘기면서 필요한 내용만 쏙쏙 뽑거나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고 빠지는 식으로 학습하는 게 현실적이랄까요. 사실 일 끝나고 오면 피곤해 죽겠는데 언제 책상에 앉아서 정자세로 책을 읽고 있겠어요.

참고로 


저도 요즘 새로운 영역을 공부해보고 있답니다. 여기저기 너무 많이 들리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이에요. 디자인과 블록체인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디자인은 외적인 영역과의 컨버전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 정리해서 하나하나 올려볼게요(저도 분명 잊어먹을 테니… 나중에 와서 다시 읽어야 한다능).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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