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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 감정의 언어에 귀 기울이기

조회수 2018. 4. 23. 1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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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에도 불능이 있다

※ 본 글은 usnews에 실린 「When You Can’t Put Your Feelings Into Words: The Emotional Ignorance of Alexithymia」를 번역한 글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뉴요커>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묻습니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환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그래서 여기 왔는데요.”

농담 같지만 아주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이라 불리는 이 성격적 특성은 준 임상적인 상태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감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무기: 나를 자극하는 수만 가지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심리 솔루션』의 저자인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임상 진단으로 내리는 질병은 아니지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힘들어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장을 초래하는 증상입니다.”

1976년 심리학 저널에 처음으로 등장한 감정표현 불능증을 우울증과 다양한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고혈압, 편두통, 심각한 이명, 통증 조절 실패, 불면증, 식이 장애와 약물 중독을 포함한 많은 건강 문제와 연결짓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나아가 얼마 전 《스칸디나비아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감정표현 불능인 사람들은 피로와 통증, 고통 같은 신체 감각을 포함, 비일상적인 신체 증상을 과도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내적 감정의 경험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보고했습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관찰해 본 적은 거의 누구나 확실히 있습니다. 감정의 의식이 부족하고 감정을 설명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며, 감정과 신체 감각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감정표현 불능증의 주요 특징입니다.

즉, 감정표현 불능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화가 나거나 불안해하는 감정을 감지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분노, 불안감, 실망 등)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은 감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조절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술이나 음식으로 풀기도 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을 가진 사람이 불안해하거나 근육 긴장, 심장 박동 증가를 경험할 경우 이런 증상을 자신이 피곤하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여길 수 있다고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임 연구원 크리스틴 모리는 말합니다.

“이런 분들은 불안함에서 나오는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특정 감정, 특히 불안함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의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은 더 증가합니다.”

어떤 면에서 감정표현 불능증은 감성 지능의 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감정표현 불능증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표현 불능증은 통찰력의 부족함과 관련 있기 때문에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 등 다른 사람이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다른 사람들의 정서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인간관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매사추세츠대학교 앰허스트의 심리학 및 뇌 과학 교수인 레베카 레디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심리학 저널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의 2017년 호에 실린 연구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짐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카운슬링심리학 저널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2018년 1월호에 발표된 연구는 감정표현 불능증은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정서적인 애착 회피(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기를 꺼려하는)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정서 장애의 근원


감정표현 불능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울지 않거나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는 아이들이 감정표현 불능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수전 데이비드는 설명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육체적, 감정적 또는 성적 학대와 같은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대처 기제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 및 재활 병원의 부교수이자 물리요법과 재활과의 디렉터로 있는 던 뉴만은 생리학적인 외상성 뇌손상(TBI)의 경우에도 뇌의 신경적인 손상으로 인해 감정표현 불능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부위와 신경망에 외상이 장애를 일으켜 내부의 감정 반응과 감정의 인식이나 표현의 유무 사이에 분리가 일어날 때 발생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파킨슨병 같은 다른 신경 질환과 더불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감정표현 불능증을 단독으로 치료받기보다 이를 동반하는 우울증, 불안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약물 중독이나 기타 정신 건강 질환을 위한 치료를 받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한 감정 언어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표현 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상담자에게서 감정적 지지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더라도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는 사람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거나 치료에서 효과를 얻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뉴만은 덧붙였습니다.


 

감정의 언어 배우기


감정의 의식과 감정 언어를 확장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화가 난다는 생각이 든다면,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감정(실망이나 좌절 같은)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질문해보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라고 수전 데이비드는 제안합니다.

“감정은 우리의 관심 대상에 대한 이정표입니다. 따라서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가?’라고 물어보세요.”

또한 “나는 …에 대해 배웠다”던가 “…하는 이유는”, 혹은 “ …을/를 깨달았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등도에서 중도의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뉴만과 동료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감정 언어를 말하고 감정의 신체적인 신호에 귀 기울이게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감정 자각 치유 프로그램’에 8회에 걸쳐 참여하도록 하였습니다.


두 달 후, 참여자들은 감정 자각 및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습니다. 그에 대해 뉴만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 자체가 변연계에서 발생하는 내포된 감정 반응을 제어하는 전전두 피질이 관여하게 하여 불쾌한 기분을 최소화하도록 돕는다고 보입니다.”

《약물과 알코올 의존 저널》 2015년 호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는 코카인 복용자들이 컴퓨터 기반의 인지행동치료에서 효과를 얻었고, 기존의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비하여 약물을 중단한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공동 저자인 모리는 부분적으로 인지행동치료가 약물에 대한 갈망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호작용을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연관시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조절하라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컴퓨터에 마련된 환경에서는 그렇게 큰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본인의 속도와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에서 치료 모듈을 진행할 수 있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더 이상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되죠.”

이와 함께 사람들의 감정 자각을 증가시키고 감정 언어를 더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앱들이 고안되었습니다. 뉴만과 동료들이 개발한 ‘My Emotional Compass’라는 앱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의 수치 및 감정의 흥분 정도에 따라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앱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4월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예일 대학교 감성 지능센터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Mood Meter’ 앱으로 변하는 기분을 다른 색깔들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방법에 상관없이, 그리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상관없이 자기감정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수전 데이비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건강하고 상세하게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낮은 우울감과 불안감, 그리고 높은 수준의 웰빙과 연관이 있으며, 우리를 목표에 더 가까이 가게 하고 복잡한 세상을 효과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잠재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이상 우리에게 좋은 방법은 없을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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