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순천을 사랑한 남자, '문화 도시'의 기적을 만들다

조회수 2018. 4. 19. 1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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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훈 순천시장 인터뷰

리(이승환 ㅍㅍㅅㅅ 대표): 어쩌다 3선까지 하게 되셨나요?


조(조충훈 순천시장): 시장을 하면서 내세운 키워드가 혁신, 기적 등등 이쁜 말로 하면 시대정신이에요. 시장 재임 기간 동안 도전했던 시도가 다 성공했죠.

밝은 얼굴로 첫 질문부터 자기 자랑을 시작하는 조충훈 시장

리: 기적이라뇨? 


조: 2002년 처음 시장이 처음 됐을 때도 여전히 산업화 패러다임이 강했어요. 모든 단체장들이 지역을 키우기 위해 공단 세우고 투자유치에 힘을 쏟았죠. 저도 같은 생각 많이 했죠. 그런데 내가 이건희가 아닌 한, 순천은 산업화 부분으로 전남에서 1등 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광양제철보다 큰 공단을 만들 수 있지는 않잖아요. 그러면 순천을 1등 만드는 길은 뭘까, 하며 걷다가 순천 앞 흐르는 동천 앞에서 딱 생각을 바꿨어요.


리: 무엇이 생각을 바꾼 겁니까?


조: 눈에 보이는 게 다 썩은 동천이었어요. 시내 한복판을 가르는 강에 고기가 한 마리도 안 사는 BOD 4등급 물이 흐르고 있었죠. 농담이 아니라, 썩어서 거품이 부글부글 났어요. 그때 무슨 생각 했냐 하면 옛날 우리 어머니가 요강을 절대 제 머리 위에 안 놨어요. 우리 아들은 잠잘 때도 깨끗하게 자야 하니, 저쪽에 치워놨죠…


리: 전 요강 세대가 아니라 잘 모르겠(…)


조: 그때 농촌은 다 그랬어요(…) 한복판에 똥물이 흐르는데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잠자리가 편할까? 공장 유치하는 거 때려치우고 이거부터 살려야겠다… 서울로 치면 다 썩은 한강인 동천을 살리기 시작했죠. 동천을 살리다 보니 또 순천만이 보여요. 순천만 습지가 지금은 전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힐 정도의 절경인데, 왜 이걸 몰랐을까… 그걸 가꾸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관광객 10만 명이 몰렸어요.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뭡니까?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리: 시장 하자마자 대박을 쳤군요(…) 


조: 아니, 근데 그게 너무 뜨다 보니 갑자기 폭발적으로 250만까지 늘어나는 거예요. 이게 기적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기적적으로 오염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얼마나 순식간에 더러워졌는지, 짱뚱어 점프 높이가 달라져요. 예전엔 30센치 뛰던 애들이 10센치밖에 못 뛰어요. 이걸 어쩌나, 하며 환경 관련 학자들 다 모아놓고 물어봤죠. 그래서 나온 대답이 ‘에코벨트’에요.


리: 그 에코벨트는 잘 조성했나요?


조: 타이밍이 묘한 게, 그때 저는 시장 못하고 후임 시장님이 이어받아서 잘 해나갔어요. 근데 이 분이 국회의원 나간다고 시장을 관두면서 저한테 또 바통이 넘어왔어요. 그걸 또 이어받은 저는 그걸 ‘정원박람회’로 기적을 만들었죠.

자랑 좀 그만하라 하고 싶었으나 연세가 지긋하셔서…

모두 망할 거라 했지만 대박이 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리: 기적… 아무튼 자기 자랑을 좋아하는 듯하니, 계속 자기 자랑해 보십시오(…)


조: 제가 어떻게 이런 기적을 계속 순천시와 함께 만들고 있느냐? 바로 시대정신을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이야기해요. ‘니네들 중앙부처 매뉴얼 가지고 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그보다 한발 앞서가야 시대를 앞서가는 거다’라고. 정원박람회 처음에 다 망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박이 났죠.


리: 읭? 그 대박 난 걸 망할 거라 했었다고요?


조: 중앙에 예산 따러 가면 과장이 손가락질하면서 “시장님, 국고도 돈입니다” 이랬어요. 그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광지 개념이 고적, 유적지, 바다, 이 정도였어요. 그런데 자연 생태, 정원이 딱 생기니까 국민들이 그쪽으로 몰린 거죠. 우리 국민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국민에 걸맞은 발전이 없었던 거죠. 정원만 해도 그냥 꽃과 나무가 있는 곳이 아니에요. 시대정신이 있는 곳이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봄꽃 축제가 되었다.

리: 시대정신으로 퉁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신다면… 


조: 이제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에요. 돈 벌고 흥청망청 쓰는 게 아니에요. 여유를 찾고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정원입니다. 그 문화를 대한민국 처음으로 순천에서 만들자는 도전을 시대정신이라 한 거죠. 왜 다들 정원박람회 망할 거라 했을까요? 한국 박람회 중 성공한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도 안 된다 한 거죠. 대전 엑스포, 무슨 박람회… 다 안 되지 않았냐고. 근데 대부분 박람회는 한 번 하고 끝이니까 안 되는 거예요. 우리 순천정원박람회가 왜 잘 되냐? 매년 업그레이드하니까요.


리: 어떤 업그레이드를?


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로봇과 꽃의 향연’도 하고, ‘미래의 정원관’은 벽지가 아닌 식물로 벽과 천장을 만들었어요. 어쨌든 조금이라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해요. 정원박람회가 이렇게 뜬 것도, 어찌 보면 대한민국 천지에 볼 게 없어요. 근데 우리 순천시는 매번 다른 걸 제공하니까 입소문이 나죠. “작년에 갔는데?”라고 하면 “올해는 또 달라”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1년에 600만 명 오는 행사는 순천 하나밖에 없어요. 에버랜드가 아닌 한 우리가 제일 많죠.

미래의 정원관을 검색하자, 오랜만에 추억의 스타를 볼 수 있었다(…)

리: 뭐, 성공한 건 사실이니… 혹시 정원 관련하여 영향받은 도시가 있나요? 


조: 그런 건 없었어요. 어차피 정원에는 싫든 좋든 억지로 맡은 거니까… 전임시장이 큰 틀만 짜고 관둬서 제가 얼떨결에 맡게 된 거죠. 잘 돼서 다행이지, 안 됐으면 지금도 전임시장 원망하고 있을 겁니다. 다행히 박람회가 대성해서 6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게 됐으니, 전임시장이 절 부러워하고 있겠죠. 아무튼 우리 때문에 이제 전국에 꽃 축제도 성황이고 해서 자랑스럽습니다.



MBC ‘기적의 도서관’ 유치, 전국 어린이 도서관 운동으로 번지다


리: 기적의 도서관은 무엇입니까…


조: 원래 제가 성격이 이렇게 세지 않았는데, 바뀐 계기가 있어요. 시장이 된 후 어느 날 MBC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PD가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하는데, 순천에 도서관 지을 생각 없냐는 거예요. 좋다고 서울로 달려갔죠. 그냥 도서관 지어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을 만든다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별걸 다 한 프로그램이었다(…)

리: 어떤 경쟁이었죠? 


조: 그때 첫 프로 촬영장을, 내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요. 가니까 원혜영 부천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이 양반 셋이 온 거예요. 제가 손학규랑 원혜영한테 이야기했죠. 나 안 한다고, 니들은 TV 스타 아니냐고, 나 같은 촌놈은 나가봐야 쩌리될 거 아니냐고 그랬죠. 그러니까 그 쌀집아저씨 김영희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저기 한참 떨어진 데에서 “X발 시장이 어떤 놈인데 지금 와서 안 한다 그래?” 보지도 않고 욕하는 거에 제가 기 눌려서 녹화장에 갔어요.


리: (……) 의외로 소심하시군요.


조: 그때 작심을 했어요. 도지사까지 온 걸 보니 애초에 이건 경기도에서 가져가기로 기획된 거구나. 지방 하나도 없으면 이상하니까 순천놈 하나 끼운 거구나.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부천시장, 군포시장, 둘 사이에 손학규 지사가 앉아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들이받았어요. “아, 지사님. 오랜만입니다!”하면서 끼어들었죠. 그러니까 군포시장이 깜짝 놀라서 자리를 비켜주더라고요. 손 지사 옆 센터 자리에 가서 조금이라도 더 튀려고 했죠.


리: 성격 참 쉽게 바뀌는군요(…)


조: 또 자존심이 상하는 게, 그 김용만이가 사회를 봤어요. “원 시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아유, 지사님이 나오셨네요”, 그렇게 인사를 하다가 제가 순천에서 왔다고 하니까, “고추장 많이 나은 곳에서 오셨군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바로 한마디 했죠. “MBC 프로그램 MC면 공부 좀 하쇼. 전라남도 순천과 전라북도 순창을 구분 못 해서 MC 보겠소?” 이렇게요.

당시 프로그램 출연분은 지금 인터넷에서도 나온다.

리: 그거 TV 탔나요? 


조: 그대로 나갔어요. 김영희 PD가 프로인 게, 그런 장면을 절대 안 놓쳤어요. 정말로 저는 그렇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돋보이려고 했죠. 순천 아이들 위해서 이건 가져가야 한다. 순천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도서관이다… 그렇게 ‘기적의 도서관’ 전국 1호관을 순천에 유치할 수 있었어요. 순천시는 난리가 났죠. 저도 전국에서 유명해졌고요.


리: 얼굴과 안 맞게 어린이를 위한 시장님이 되셨군요(…)


조: 내친 김에 기적 시리즈를 이어가려 했어요. 그림책도서관도 우리가 전국 1호에요. 기적의도서관이 들어오니까, 사서들이 또 아이들 중심으로 연구해요. 그림책도서관이 필요하다 해서 만들었죠. 이게 생기니까 다들 신나요.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도서관 도시를 만들자, 그런데 큰 거 하나로는 시민들이 불편할 것 같다, 그러면 집에서 10분 만에 닿을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 그렇게 해서 지금 순천에 작은 도서관만 65개에요. 전국에서 작은 도서관이 제일 많죠.

순천의 성공이 ‘기적의 도서관’ 운동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전국에 기적의 도서관은 총 11개가 설립되어 있으며, 크고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약 40개 이상 생겨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리: 네…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시장님. 이제 다른 이야기를 좀 하시죠. 


조: 그런데 내가 아이들을 위해 또다시 기적의 시리즈를 해요. 그게 바로 기적의 놀이터죠.


리: …….


조: 아파트를 지으면 법적으로 그 안에 놀이터가 있어야 해요. 근데 이 놀이터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에요. 아파트 준공 받기 위한 형식적 놀이터죠. 제가 직접 모래밭을 파봤어요. 모래가 30센티밖에 안 돼요. 그 밑에 바로 시멘트 바닥이고. 시청 직원들한테 이거 갖고는 안 된다, 애들 눈높이에 맞춰라… 그래서 나온 게 기적의 놀이터에요. 시설물이 없는, 자연을 모토로 한 놀이터죠.

시소, 그네 대신 물, 진흙, 잔디를 벗 삼아 뛰노는 친환경 놀이터다.

리: 오, 이건 좀 괜찮다… 


조: 그리고 기존 놀이터는 애들 다칠까 봐 과보호가 심했어요. 이러면 애들이 자기 스스로가 위기방지 능력을 못 키워요. 보통 미끄럼틀 보면 쇠철판이 직선으로 내려가게 돼 있잖아요. 우리 잔디 미끄럼틀은 똑바로 내려가지 않고 살짝 휘어져 있어요. 내려가다가 몸을 살짝 틀지 않으면 엎어져요.


리: 위험한데요(…)


조: 아니에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그러면 큰일 날 줄 알죠. 애들이 미끄럼틀을 하면서 스스로 안 넘어지려고 자기 보호를 해요. 애들이 놀면서 그런 걸 배워야지, 인위적인 데에서 노는 게 더 이상한 거예요. 처음엔 부모들도 밧줄 잡고 올라가는 거 밑에 매트리스 깔아달라 했죠. 그런데 떨어질 때 아무 문제가 없으면 오히려 막 대충 오르지 않겠어요? 떨어져도 크게 안 다치게 해야지, 그건 자연스러운 설계가 아니에요.


리: 그래도 부모들이 싫어하지 않나요? 자기 집 귀한 자식인데…


조: 아니에요. 여기에서부터 놀이터 자치를 시작합니다. 기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대학교수한테 용역 주고, 그 안을 그대로 따라 해요. 순천시는 애들과 학부모들한테 직접 설계하라고 해요. 선생님은 문제가 없는지 감리하죠. 그러니까 더 안전해요. 밧줄은 미끄러지지 않는 독일 특산품, 모래는 강원도에서 가져온 세균 없는 모래를 1.5미터 깊이로 만들었어요. 그게 3호까지 갔고, 앞으로 10호까지 갈 계획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조충훈 시장(……)

뜻도 능력도 있었지만 ‘때를 잘못 타고나’ 낙선한 아버지


리: 아버지가 정치에 수차례 도전하셨다가 죄다 낙선하셨는데… 왜일까요?


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양반이 테크닉을 몰랐던 것 같아요. 고향만 사랑하는 게 정치인의 최고 덕목인 줄 알았던 거죠. 순천에서 사업을 크게 한 사람인데, 자기는 사업가가 아니라 농사꾼이라는 거예요. 왜 그런가 했더니 사농공상 생각이 딱 박힌 양반이었어요. 상인은 맨 마지막인데, 난 상인이 아니라 내 고향을 지키는 사람이라 정치한 거다…

맞는데(?)

리: 정치 감각이 정말 떨어졌던 건가요? 


조: 그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여기서 정치하고 있는 것도 아버지 덕이 커요. 그때만 해도 집에 달력 하나 없는 집이 정말 많았어요. 근데 아버지가 한 장짜리 달력을 전체 집에 무료로 다 돌린 거예요. 그 달력에 아버지 이름이 있어요. 마을마다 아버지 모르는 동네가 없었어요.


리: 그런데 왜 당선이 안 된 거죠(…)


조: 그때는 박정희 공천받은 공화당 사람 당선 안 시키면 난리 났어요. 그렇다고 그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인 김대중, 이철승, 김영삼… 또 이쪽 공천받기도 힘들어요. 워낙에 힘들게 투쟁하신 분들이니까. 아버지는 그런 거 몰라, 그냥 우직하게 고향 땅에서 열심히 하자는 쪽이었죠. 두 번 무소속 나오고 한 번 제3당 나와서 떨어졌죠. 이 양반이 정당정치를 몰랐죠…


리: 자랑만 듣다가 좀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조: 솔직히 두 번째 때는 거의 당선됐다고 봐요. 당선될 수밖에 없었죠. 솔직히 아버지도 정치하려고 달력 돌린 거고, 우리 아버지 모르는 사람 없었는데… 근데 그때 전두환이가 직접 이 동네를 왔어요. 선거날에는 경찰 같은 놈들이 총을 들고 있어요. 그것만 봐도 사람들이 벌벌 떨어요. 공포 속에 하는 게 무슨 선거입니까? 억울해서 재개표하자 하니까, 첫 심의에서 기각 때리더군요.

껍데기뿐인 투표가 자행되던 시절 이야기다. 사진은 체육관 선거로 당선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

리: 아버님이 화병 나셨겠군요. 


조: 아뇨, 그래도 아주 당당하셨습니다.


리: 지역 유지라는 썰이 있습니다. 돈이 있어서 괜찮았던 겁니까?


조: 솔직히 유지는 맞아요. 그 당시에 저는 소위 ‘금수저’였죠. 아버지가 서울 갔다 오면 가죽으로 된 책가방 사줬는데, 그거 가지고 오면 애들이 난리도 아니었죠. 근데 순천 경제가 돈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이 양반이 돈도 잘 벌었지만 사회활동을 정말 좋아했어요. 이때는 돈 없어서 공부 포기해야 하는 애들이 많았거든요. 머리는 좋은데 돈이 없어서 공부 못 하는 애들 있으면,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아버지 찾아왔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렇게 아버지가 장학금 주고 공부시킨 애가 376명이더라고요.

같은 순천 출신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조충훈 시장 아버님은 당시 순천 제일의 금수저였다 한다(…)

리: 그렇게 훌륭한 아버지를 두셨는데 아들은 삼수를 했다고 합니다… 


조: 아버지가 중학교를 서울로 보냈어요. 저는 시험 운이 없어서인지 공부 안 하고 놀아서인지 삼수해서 국민대에 갔죠. 솔직히 더 좋은 학교 갈 수 있었어요. 근데 그때 2차까지 시험이 있었는데 먼저 학교 간 동창들이 시험 전날 술 먹자고 해서… 그래서 결국 시험 전날 술 먹다가 망해서 정원 미달로 들어갔습니다.


리: …… 그래서 대학교는 잘 다녔나요…


조: 그렇게 고생해서 대학을 갔는데, 학교를 다니면 되겠습니까? 술 마시고 당구장 가고 그랬죠. 그러고 공부 안 하고 있는데 학보사 기자 모집을 보고 들어가서 편집국장을 했어요. 근데 그때가 유신 때잖아요. 유기춘이란 문교부 장관을 비판했는데 난리가 난 거예요. 긴급조치 위반이란 거죠. 그래도 그때 낭만이 있었던 게 총장이 조용히 절 불러요. “야 이 새끼야, 너 어쩔라 그러냐”라면서 한참 뭐라 하더니, 30만 원 주면서 말하더라고요. “당장 튀어라. 너 잡혀 들어가면 죽는다”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제4공화국의 두 번째 문교부 장관이었던 유기춘이다.

리: 그래서 튀었나요? 


조: 당연하죠. 그러다가 또 연락이 와서 군대 가는 거로 마무리하고 조용히 살았습니다.


리: 대학 마치고 바로 정치판에 뛰어드셨나요?


조: 해외개발공사라고 좋은 직장 들어갔어요. 제가 외아들이니, 아버지가 선거운동 하라고 해서 꿈의 직장 사표 내고 돌아온 거죠. 저는 처음 정치한 게 아버지처럼 고향 위한다기보다 아버지 도와준 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군사정권 때문에 표 도둑맞고 원통해 하는 그 모습 보면서 순천 사람들 잘 모시려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리: 아니, 아버님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왜 민정당에 들어갔어여-_-;;;


조: 아버지를 배신한 건 아니고(…) 아버지도 여당 갈 기회가 있었으면 갔을 거예요. 그 양반은 이념, 보수-진보 이런 거 없어요. 그냥 고향 생각만 하던 사람이죠. 근데 안기부에서 고초당하고 이러다 보니 무소속으로 나온 거지. 그리고 제가 민정당에 간 건, 또 사정이 있어요.


리: 그 사정은 또 뭐죠(…)


조: 학보사 때문에 제가 이름이 좀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김영삼 정권 때 민정당에 있는 선배가, 5.18 특별법을 만들어주겠는데 저보고 좀 앞장서라는 거예요. 젊은 호남 출신이 앞에 나서야 한다고… 저는 신나서 지역민들 모았죠. 또 제가 몸담았던 JC(한국청년회의소) 도 엄청 끌어들였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더라고요. 사기꾼 놈들이었죠. 얼마 안 있고 나갔어요. 우리 전라도민들도 5.18 특별법 안 만든다 하니까 전남도청까지 가서 민정당에 시위하고… 전 그분들한테 거의 역적놈 소리 들었죠.

지금 보면 무슨 결사조직(…) 같은 로고를 쓰고 있다

리: 결국 5.18 특별법 만들어지지 않았나요(…)


조: 한참 뒤의 일이죠.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이 콜해서 그분을 대통령 만드는 데 힘썼죠. 그때 경북 담당으로 성과를 높게 인정 받았어요. 호남이야 누가 가도 지지율 높을 때니까… 덕택에 선거 끝나고 중앙당 직능위원장 자리로 정당정치 생활을 제대로 시작했죠.



어두운 시절, 그리고 재보궐 이후


리: 아픈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이정현 의원 캠프를 도왔다는 썰도 돕니다.


조: 그건 진짜 정치적 음해인 게… 전 지금도 현역 프리미엄이 아니라 족쇄라고 생각해요. 공직자가 아닌 사람은 맘대로 할 수 있지만, 공직자는 중립을 지켜야 하잖아요? 또 제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순천시 전체 명예가 깎여요. 그런 제가, 특히나 시의원이 다 민주당 천지인데 이정현 편을 얼마나 들겠소? 이정현 편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제가 그 편을 들 수 있습니까?


리: 음…


조: 아니, 그리고 전 시장이지 않습니까? 당선증을 줘야 해요. 오해 없게 하려고 ‘유력’이 뜰 때까지 기다렸어요. 새벽 2시에 떠서 갔죠. 이정현이 꽃다발 계속 안 받고 긴장 타다가 제가 시장이니까 받더라고요. 그게 테레비에 원샷 잡혔어요. 그게 왜 제가 이정현 도와줬다는 겁니까? 아니, 그리고 난 억울한 게… 어쨌든 전 현직 시장이잖아요? 누가 국회의원 되든 축하해 줘야죠. 이정현이 됐다고 생깝니까?


리: 생까면 재미는 있었을 것 같네요(…)


조: 순천시민은 정말 시대정신이 있어요. 민주당 이름만 갖고 표를 안 줘요. 잘해야 밀어주지. 이번에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잘 할 것 같으니까, 득표율이 67.8%로 대한민국 1위를 했어요. 순천시가 이렇게 위대해요. 노관규, 김선동… 아 무소속이나 다른 당이었잖아요. 저도 무소속 오래 했었고… 순천은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표를 주는 게 아니라, 정말 지역에 도움 될 수 있는 사람을 미는 거죠.

조충훈 시장 본인도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전력이 있다.

리: 아무리 그래도… 새누리의 이정현은 어떻게 당선된 거죠(…) 


조: 이정현 왜 됐냐? 민주당이 딱 갈라져 있으니까. 서갑원, 노관규 둘이 갈라지니까 이정현이가 당선되죠. 그뿐 아니라, 우리는 그 치욕의 새누리당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메시지가 있어요. 이정현이가 호남에서 힘이 얼마나 있어요? 그런 이정현을 택한 건, 당 믿고 오만 떨지 말라는 채찍질이죠.

이정현 의원이 실제 지역에서 매우 열심히 활동한 것은 사실이다. 저놈의 장 때문에 우스개거리로 묘사되지만(…)

리: “박근혜 사랑합니다”도 돌고 있습니다(…) 


조: 제가 전국 시장군수협회 회장을 했는데, 조윤선이가 그 당시 정무수석이었어요. 제가 조윤선한테 따졌죠. 지방자치 제대로 할 거면 좀 만나자, 왜 그 흔한 청와대 국수 하나 안 먹이냐, 대통령이랑 우리랑 이야기를 해야 국정 잘 될 거 아니오? 대판 싸우다, 처음으로 박근혜가 초청을 했어요. 근데 제가 회장이니까 대표 인사말을 하잖아요. 인사 중에도 계속 비판했죠. ‘대통령 후보 나와서 지방분권 약속 하나도 안 지킵니까?’


리: 그게 어쨌…


조: 이러다가 마무리하면서 “대통령님, 웃는 모습으로 정치해주세요. 대통령이 찌푸린 모습을 국민들은 답답해합니다. 순천에는 사감운동이란 게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마무리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거예요. 이걸 가지고 뭐 또 박근혜한테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실제로 순천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관심 없다: 앞으로도 순천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


리: 앞으로의 순천은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이십니까?


조: 아까 기적 시리즈를 이야기했죠. 기적의 도서관, 기적의 놀이터, 기적의 순천만, 기적의 정원박람회… 그러면서 또 다른 도전 거리를 찾았어요. 외국 다니다 보면 키자니아가 많아요. 한국도 있지만, 뭔가 의미를 담은 곳은 드물죠. 한국에 잡월드가 성남에 딱 하나 있어요. 예약만 몇 달이 걸리죠. 외국은 이게 굉장히 많아요. 이걸 광주와 붙어서 국립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어요.


리: 성남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조: 회의를 여러 차례 하다가 지시했죠. 4차산업 시대가 열리면 기존 직업이 다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소방관, 경찰, 의사, 이런 기존 직업을 이야기해서 되겠냐. 싹 없애라… 그렇게 우리 순천 잡월드는, 우리도 모르는 4차산업혁명 이후를 기획하라고 했죠. 이미 카이스트 총장과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적극적으로 같이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잡월드.

리: 이제 순천만, 정원박람회 같은 자연에서 디지털로 나아가는 건가요? 


조: 이미 순천에 연간 920만 명이 방문해요. 올해는 천만 찍을 것 같은데, 이러면 순천은 대한민국 생태수도, 국가정원으로 완성되는 거겠죠. 이제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할 때예요. 처음에는 에코박람회를 생각했는데, 이제 좀 더 앞서가는 컬러가 필요해요. 그래서 나온 게 4차산업박람회지요. 자연에 이어 미래까지도 품겠단 겁니다.


리: 구릴 것 같은데…


조: 시장은 정부 예산을 필요할 때 잘 받고 잘 쓰는 것도 필요해요. 처음에 정원박람회 할 때 농림부, 환경청 등등 다 까이고 뺑뺑이 돌다가 산림청에서 겨우 승인받았어요. 이제는 경험이 쌓이고 성공의 역사가 있으니 한 달 반 만에 승인이 나더라고요. 지금 대통령이 4차산업 아이디어 내라고 하는데, 순천은 이걸 빨리 잡은 거죠. 4차산업박람회가 열릴 때는 순천이 생태도시에서 미래가 함께하는 문화 도시로 변모할 거예요. 그리고 그걸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제가 시장이 되어야 하고요.


리: 마무리는 자기 홍보로…


조: 문화가 중요해요. 정원박람회가 왜 성공했냐? 꽃과 나무 있는 게 정원이 아니에요. 정원문화와 사람이 있어야죠. 그럼 정원문화는 뭐냐? 다 문화에요. 정원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조각품을 전시하는 것도, 다 정원문화죠. 작년에 신영옥 소프라노 정원박람회에 모신다고 진짜 힘들었어요. 음향 시설 떨어지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한 번 오니까 너무 놀라워요. 조수미 소프라노도 겪고 나니까 환장해요. 딱 트인 정원에서 3만 명이 있는, 이런 무대가 어딨겠어요? 올해 8월은 정명훈도 부르고, 내년에는 북한도 한 번 불러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3대 교향악 축제로 대관령, 통영, 자라섬이 꼽히는데, 여기보다 순천이 대한민국 대표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리: 상대 후보가 문재인과 더 가깝다고 주장하는데… 


조: 그게요, 현직 시장이 정치 개입하면 안 되니까 제가 조용히는 있는데… 그 친구는 문재인 공식 선대본부에 이름이 없는 사람이에요. 정확한 이름이 민족화합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인가… 사조직으로 운동한 걸 가지고서 이름 팔고… 우리 본조직에 못 들어온 거예요.


리: 이전 선거부터 심하게 싸우던데요, 둘이서(…)


조: 전 네거티브 한 적이 없어요. 선거 3일 앞두고 저한테 마약 했다고 해서 고소했죠. 그러니까 좀 봐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지금도 문자 있고… 판사도 선거문에서 제가 선처해달라는 것 때문에 ‘용서할 수 없으나 어쩌고 집행유예 선고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왜 또 그게 상호 네거티브로 비치는지…

출처: 프라임경제
너무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 헤드라인부터 ‘황당’으로 잡혀버림.

리: 혹시라도 경선에서 패하면 상대 후보를 밀 생각 있습니까. 


조: 당은 지키는 게 도리니 도와야죠. 그런데 정치공학상, 그렇게 싸우다가 떨어진 사람이 도와준다는 건 정치적 수사일 뿐이지, 제대로 도와주겠습니까?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같은 당이니까 도와주기야 하겠지만…


리: 어쨌든 낙선하면 정치 계속할 겁니까?


조: 이걸로 끝입니다. 국회의원 하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 나이에 초선해서 뭐합니까. 올해 나이가 65인데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욕심 없습니다. 이번에 당선이 되든 안 되든 현실정치는 안 합니다. 저는 그저 철저하게 지방분권이 되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이제 나이 들었으니 새로운 일 찾아야죠. 내가 그토록 사랑했고 애착 가졌던 순천의 발전을 위한 일을 하는 후배들을 도와주는 봉사단체라거나… 이런 걸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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