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내전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

조회수 2018. 4. 6.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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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의 땅.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2017년 케냐에서 대통령 선거와 재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신문 국제면에는 선거 후 혼란의 케냐가 실렸다. 거리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는 흥분한 군중과 총을 멘 군인들의 위협적인 사진은 케냐에서 티몬과 품바를 만나길 꿈꾸던 순수한 관광객들을 질겁 시켰다. 다행히 혼란은 오래가지 않아 마무리되었고, 재임에 성공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선거에서 맞붙었던 야당 대표 라일라 오딩가와 손을 잡고 새 정권을 그럭저럭 잘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선거철 일어났던 폭력 사태의 파장이 꽤 큰 것 같다. 케냐가 아직도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물론 나이로비에서 소매치기와 강도를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걱정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케냐에 살며 느끼는 것은 여행 중 기본적으로 조심할 것만 잘 대비하면 문제없는 괜찮은 나라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전쟁, 특히 장기적인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헐, 케냐에 전쟁이라니 말도 안 됨

케냐에 여행 갔다가 콜롬비아 마피아 총격전이나 르완다 인종학살 같은 끔찍한 일에 엮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기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1. 전쟁에는 갈등과 명분이 필요하다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심각한 갈등이 필요하다. 종교, 이념, 민족 등 여러 이유로 대립하는 세력들이 갈등을 겪다가 각자의 명분을 갖고 마침내 전쟁이 터지고 만다. 노예제도 찬반을 놓고 전쟁을 벌인 미국 남북전쟁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와 그럴듯한 싸움의 명분이 필요하다. 사악한 동탁을 타도하기 위해 일어난 삼국지의 영웅들처럼,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우주를 누비는 로켓단처럼 싸움에는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케냐에는 그런 게 없다. 케냐인들은 타 종교나 이념에 관해 융통성을 갖고 대하기에 그 부분에는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부족 간의 갈등이 유력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선거철이 아니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케냐는 50여 부족이 모인 다문화 국가지만 자신과 다른 부족 출신이라고 차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가정과 초등학교에서부터 부족 간 차별을 방지하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케냐에는 사람들 사이를 편 가르고 한판 붙고 싶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선거철에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 간에 다툼이 발생하긴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소요일 뿐 전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광화문에서 가스통 굴리고 죽창 시위한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다. 더구나 이미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화해의 악수를 한 마당이라 당분간 큰 갈등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재임에 성공한 케냐 대통령 우후루 무이가이 케냐타

2. 전쟁은 이길 가능성이 높은 쪽에서 시작한다


북한은 6.25 전쟁을 일으킬 당시 남한에 비해 압도적인 군세를 갖고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는 쪽은 당연히 먼저 우세한 군비를 갖추고 시작한다. 케냐의 군사력은 주변 국가보다 우세한 편이다. 케냐군은 소말리아와 남수단 등 분쟁 국가에 UN 평화군으로 파견되기에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취임하며 케냐군은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케냐 정규군이 가만히 있는데 먼저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무력 집단은 케냐 내부에 없다. 아니, 군사라고 부를 만한 전투력 있는 사병을 모아놓은 집단 자체가 없다. 선거철의 혼란 때도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총검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농기구나 돌멩이를 들고 싸우는 수준이었다. 애초에 정규 군대가 싸움을 벌일 거리도 못 되는 것이다.


다만 소말리아 알샤밥 테러 집단이 드물게 국경과 해안에서 도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공격 역시 전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번씩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수준이지 케냐와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케냐-소말리아 국경이나 해안지방에 갈 때 여행 안전사항을 숙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트럼프는 자기 임기 중 케냐에 골칫거리가 생기길 바라지 않는다.

3. 전쟁은 강대국의 용인·방관하에 일어난다


전쟁은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강대국들의 용인·방관 아래에 일어난다. 르완다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강대국들은 그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땅에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결국 르완다 내전은 경찰국가들의 방관 속에 광기로 치달았고 모두가 알다시피 백만 명에 달하는 대학살 피해자를 낳고 나서야 자체적으로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케냐는 여러모로 르완다와 사정이 다르다. 케냐는 동아프리카를 이끄는 맹주 국가다. 케냐는 미국이 원조를 가장 많이 해주는 다섯 개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케냐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엄청난 수의 러시아 관광객이 휴가철이면 케냐를 찾는다. 또한 케냐에는 세계 평화의 상징 UN 본부가 있기도 하다. 강대국은 자신들이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케냐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케냐 흰 코뿔소가 자식 없이 늙어 죽었다는 얘기도 기사화되는 판국에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전쟁광이 케냐에서 칼을 갈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국제사회는 즉각 반응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몇 안 되는 모범 국가 케냐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미국과 세계는 바라지 않는다. 만일 내전의 징조가 보이면 사전에 제압될 것이다.

내전을 걱정하는 단체 카톡방 메시지. 하지만 알고 보면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4. 전쟁은 자원이 많은 지역에서 일어난다


내전은 주로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 일어난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 희귀 지하자원이 많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전이 멈추지 않는다. 폭력 세력이 자원 생산지역을 점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전쟁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광산이나 유전을 점령하면 막대한 부를 얻기에 여러 세력은 서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계속 전쟁을 벌인다. 자원에 따라오는 비극이다.


그런데 케냐에는 그런 풍부한 자원이 별로 없다. 석유와 몇몇 지하자원이 채굴되긴 하지만 내전을 일으킬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은 거 같다. 특히 현 야권 지지 지역의 경제력은 수도권에 한참 못 미친다. 설령 야권 세력이 정부에 반대해 전쟁을 일으키든 독립을 하든 그들이 자기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한마디로 전쟁해봤자 남는 게 없다.


케냐는 일찍부터 지하자원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야생동물을 바탕으로 한 관광업으로 먹고 살아온 나라다. 전쟁은 케냐가 가진 자연이라는 천연자원을 망가트리는 가장 멍청한 선택이다. 외국인들이 그들의 중요한 돈줄인 것을 알기에 선거철 혼란스러운 기간에도 폭도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건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7년 역대 최악의 폭동 때도 외국인 관광객의 인명 피해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케냐 국민들은 더 이상 혼란을 바라지 않는다.

6. 평화를 원하는 케냐 국민들


케냐 국민들은 지난 해 내내 계속된 선거 전후 불경기에 질려버렸다. 그들은 정치인의 명분 없는 고집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안정된 치안 속에서 생계에 전념하길 바라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경기가 회복되는 게 일반 국민들의 첫 번째 바람이다.


전쟁 같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싶어 하는 케냐 국민은 없다. 여당 지지자든 야당 지지자든 누굴 만나 이야기를 해봐도 이제는 그만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케냐 사람들에게 정치는 프로레슬링이나 일일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구경하는 엔터테인먼트다. 그것 때문에 생계를 버리고 전쟁을 감수할 사람은 없다.

아무튼 케냐는 별문제 없다

케냐 내전 가능성, 당분간은 0%


여러 정황을 따져보면 케냐에서 당분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0%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싸움할 상대가 있어야 싸울 텐데 케냐에는 눈에 띄는 심각한 갈등도, 정규군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도 없다. 이미 대통령 선거도 끝났고 모든 것이 안정되고 있는 시기에 몇몇 정치인들이 사건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별 힘이 없다.


정치인들의 언행만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에는 이미 수십 번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북쪽 이웃이 툭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더라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케냐 국민들도 정세를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케냐 사람들은 독립 이후 그 흔한 군사정권 쿠데타 한번 일으키지 않고 균형 있게 평화를 지켜온 민족이다.


혹시 케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작년 케냐 대통령 선거 이후 쏟아진 자극적인 언론 보도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면 된다. 이미 대선 이후의 혼란은 마무리된 상황이다. 케냐는 기본적인 여행 안전 수칙만 지키면 유쾌하게 여행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나라다.


뒷골목 혼자 돌아다니지 않기, 취침 전에 숙소 창문 잠그기, 사자에게 핸들링 시도하지 않기(자기 손목을 사자에게 먹여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따위의 것들 말이다. 케냐의 치안 안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 멋진 나라에서 감동을 받아가길 바란다. 특히 케냐는 하쿠나마타타의 땅 아닌가. 끝내주는 말씀,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이 멋진 나라에 오는 걸 왜 걱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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