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어떻게 쓸까?

조회수 2018. 4. 5.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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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까지 사로잡을만한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을 위한 무료 세미나 소식

몇 년 전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외국잡지에 실린 HSBC 은행의 탄생 배경과 화폐에 대한 칼럼들을 읽었다. 아담 하라시비츠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사무실로 나와, 봄에 대한 시를 썼다. 일필휘지로 시를 쓴 다음 생각했다.


“아, 사람들이 나를 직접 보기 전에는 상당히 멋지고 특이한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코 쓱…

시를 썼다는 것을 포함해 위 상황은 리얼이다. 여기에서 시 인용까지 하는 것은 이 글에 수미상관 양식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끝까지 읽으면 자세히 알 수 있고, 간략히 읽자면 끝부분만 읽어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밤을 접어 세탁기에 넣고 잤다
밤이 건조대에서 마를 때까지
난 이틀 동안 밤을 갖지 않았다
건조대에서 밤은 침대 위 내 모양으로 늘어져 있었다

맨 처음 출간한 책은 『LTE신세계』였다. 당시 우리 공동저자와 인터뷰한 중앙일보 기자는 “대리들이여, 사표 대신 책을 써봅시다.”란 칼럼을 썼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나는 사표도 냈지만 두 번째 책도 출간했다. 2013년부터 작업한 『모바일트렌드 2014』였다.


책을 쓰면서 우리는 “모바일 트렌드를 알아서 뭘 하는가? 직접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창업한 이유는 직장생활이 재미없었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 번째 책이다. 소설책 『인간의 외로움에 관한 완벽한 분석』은 회사에 퇴사 선언을 하고 나서도 4개월이나 더 다니는 와중에 출간한 책이다(“퇴사한다며?” / “네, 곧”이란 인사를 매일매일 4개월간 반복하던 그 시절).


보는 눈들이 많아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유익했던 에피소드는 내가 두 박스의 책을 책상에 두고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완판을 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네 번째 책은 5만 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 『사물인터넷』이다.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구석진 곳에서 서비스 기획을 하며 책을 급박하게 마무리했다. 그 후 열심히 쓴다고 책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여태까지 내가 가장 열심히 쓴 책은 1년간 조사하고 집필한 『스타트업 코리아』였으나 동시에 이 책은 가장 팔리지 않은 책이 되었다.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는 아니지만 섭섭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책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11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중에는 동화책 『이제 내가 대장이야』도 있다. 당시 출판사와 10권의 동화책을 한꺼번에 계약했다. 출판사 대표의 무한한 신뢰는 IT 소설집 『10년 후의 일상』이란 새로운 장르의 책 출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예상만큼 책이 팔리지 않았고, 나는 10권 동화책 출간에 대한 계약서를 먼저 찢어버렸다. 뭔가를 새로 제안할 때는 뻔뻔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업자(출판사도 돈을 벌어야 하는 업자니까)만큼 가슴에 남는다고 할까?

고양이도 읽을 만한 책을 써야 한다…

11권의 책을 출간하고, 올해는 14권의 책을 계약했다(살림출판사 13권, 미래의창 1권). 14권은 올해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수도 있다.

“혼자 어떻게 14권의 책을 1년 만에 쓸 수 있지?”

엄밀히 말해 혼자 쓰는 것은 아니다. 위 14권의 기본 저자는 오컴(Occam)이다. 소설, 인문교양서를 쓸 때는 혼자서 썼지만, 지식 기반의 도서인 IT 경제 경영서를 쓸 때는 ‘함께 공부하고 쓰는 것(공저)’를 격렬하게 추구하고 있다. 또, 공동저자를 선정할 때는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알기 위해, 생각을 교류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디딤돌이 되기 위해 책을 쓰는 것이다. 완벽한 전문가의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책을 쓰지 못한다. 이는 또한 깊은 고민과 공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IT커뮤니티 오컴’이란 이름은 철학 사조 ‘오컴의 면도날’에서 따온 것으로, 현실에 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들만 추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령, 정부와 대기업이 기반을 닦은 스마트시티 비즈니스는 여태까지 많은 실패를 해왔다.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컴에서는 시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층간소음 측정기 비영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살림출판사와 13권의 책을 계약한 이야기의 시작은, 출판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소재로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은 다음부터이다. 2주 정도 고민을 했다.


지식 기반의 책을 쓸 때는, 기본적으로 최소한 한국에 나와 있는 자료는 다 보고자 하는 내 성향을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라면 산업혁명 자체에 관한 문헌부터 관련된 정치경제, 사회학 등의 서적도 볼 것이 분명했다. 너무 큰 일이었다.


계약 결정을 한 후 일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래도 가능하면 혼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공동작업보다 혼자 쓰는 게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 기반의 도서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결국 공동작업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말았던 것이다.


공동저자를 모으고 『4차 산업혁명』을 집필하며, 출판사에 역제안을 해서 12권 계약을 더 했다. 이런데도 희한하게 아직 담당자를 만난 적도 없고, 전화도 몇 번 하지 않았다. 대부분 이메일로 얘기했고, 계약서도 우편으로 상호 처리했다.


나머지 12권 책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 12가지’이다. 각각 인공지능, 블록체인, 5G, 증강/가상현실, 모빌리티,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차, 사물인터넷, 드론,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이다.


각 저자들이 한참 책을 집필하는 가운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의 부족한 지식을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부족하지 않게 잘 포장해 전달하고 같이 얘기도 나누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취업 준비를 하는 그들에게 IT 트렌드뿐 아니라 각 업종에서 활약 중인 꼰대 아닌 척하는 선배들의 실상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컴에서는 아래의 오픈 무료 세미나를 마련했다.

갸아아아아악 무려 무료!!!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글쓰기는 ‘시(詩)’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또 책을 왜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 18회째 강연에서 들을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이 34세 때 『시의 원리』를 출간한 것을 본받아 마흔이 되기 전에 『글쓰기』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해볼 생각이다.


첫 번째 강연은 서울대병원 정보화실 연구교수인 고태훈 씨(데이터마이닝으로 박사 취득)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오컴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살림출판사)을 출간할 예정이기도 하다.


본 강의는 4월 6일(금) 저녁 7시 30분에 마루180에 시작하며, 온오프믹스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물론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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