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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기 위해 내달리는 사람들

조회수 2018. 4. 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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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버지 주위에 어떤 친구가 가장 행복해 보이세요?

40년 가까이 한 대기업에서 근속하고 퇴직하신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아버지는 친구 몇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공통점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회사 다니며 부지런히 한눈팔아서 친구들이 은퇴할 무렵 여전히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라는 점이었다.


기억에 남는 한 분의 이야기는 동종 업계 다른 회사에서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열심히 공장을 보러 다니시더니, 모아둔 돈으로 공장을 매입하셨고 현재는 그 공장에서 나오는 돈으로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시면서 여유롭게 산다는 것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어머니께서 한 말씀을 던지셨다.

그 아저씨 처음에 회사 다니면서 사업한다고 한눈파느라 그 집 아줌마 고생 많았잖아!

그렇다. 누구보다 근면하고, 동료 직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마치신 아버지는 ‘열심히 한눈판’ 친구의 삶을 부럽다고 평가했다.



우리들의 회사 생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회사 생활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때려치워야겠다고 소리치다가 월급날이 되면 ‘다음 월급날까지만 다녀볼까?’라고 조용히 되뇌게 되는 삶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들은 오늘도 출퇴근 버스에 지하철에 몸을 옮긴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길 위에서 한두 시간 버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출처: 오펀

조금 격하게 말하면 모든 직장인은 은퇴를 위해서 내달린다. 물론 은퇴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겠지만 ‘우연히’ 시작했던 회사 생활이 한 해 한 해 쌓여 갈수록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통해서 나를 본다. 어느 회사의 평사원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올라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나를 소개할 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명함 한 장이면 충분할 뿐.


그런데 우리는 모두 안다.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란 것을. 어느 회사도 당신이 평생직장 생활을 하도록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 생활은 은퇴 후를 준비하기에 너무 바쁘다. 그보다는 제대로 그다음 순간을 준비할 정신적인 여유를 주지 않는다. 원래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 살다 보면, 크게 다른 생각이라는 걸 하기 힘들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한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저 당신이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지 않았을 뿐.



미니 은퇴를 권한다


미니 은퇴는 30-40년을 통으로 회사에 바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1~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회사 생활 후 나에게 휴식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안식년이 일정 기간 휴식 후 같은 조직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면 미니 은퇴는 그 ‘은퇴 기간’ 이후의 삶이 꼭 이전과 같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퇴사하고 내가 은퇴 후 꿈꿔왔던 삶을 지금 해보는 데 의미를 둔다.

은퇴와 미니 은퇴

여행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모아둔 월급과 퇴직금으로 떠나볼 수도 있다. 창업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고, 배우고 싶었던 게 있는 사람은 배움을 시작하면 된다. 재취업을 못 하면 어떻게 하냐고? 몇 년간 회사 생활을 해왔는데 고작 1년 쉬고 돌아왔다고 재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몇 년 뒤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될지 깜깜하지 않은가?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전문성을 쌓아서 언제든 일을 할 수 있는 실력과 자신감을 쌓는 것에서 시작해야지 회사에 충성심을 보이는 방식으로 해소해서는 안 된다. 언제 내가 다니는 회사가 기울지 언제 내 팀이 해체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회사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생각은 사실 도박이랑 다를 게 없다. 그저 좀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든 도박판일 뿐이다.


첫 회사를 퇴사한 이후로 세 번 더 퇴사를 해봤는데, 퇴사는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정말 쉽다. 그리고 다양한 연애를 경험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더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누군지 알게 되듯 회사도 그렇다. 회사를 고르는 심미안이 생긴달까.


정말로 실력이 있고, 그렇다고 믿으면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걸 깨달으면 회사 생활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다. 왜냐면 회사 생활이 더 이상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최선을 선택한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

상해에서는 우버를 자주 탄다. 출발지랑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지로 차가 데리러 온다. 앱으로 차가 도착했다고 알리면 그제야 옷을 입고 내려가면 된다. 그리고 목적지로 가는 길은 사실상 다 희뿌옇게 흐려져 버린다. 분명히 차를 타고 갈 거리라면 수많은 공간과 이야기를 거쳐온 것일 텐데 내가 지나온 그 공간의 이야기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걷기 시작하면 그 많은 것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길에서 나는 냄새, 가로수의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의 생김새 등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맛있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갈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옷이 보이면 들어가서 살 수도 있다.


나는 회사 생활이 출발역과 종착역으로만 이뤄진 기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기차는 탔고, 어찌 됐든 종착역으로 달려갈 테고, 나는 그 안에서 매일을 영위해나가는 그런 삶. 물론 당신이 그 기차에서 내린다고 갑자기 모든 기회가 내 앞에 찾아오진 않을 거다. 나 역시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그 막연함과 막막함을 기억한다. 그건 생각보다 훨씬 공허하다.


그런데 기차가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지고, 그 여백이 익숙해질 무렵 알게 되었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구나.’ 오랫동안 못하던 뜀박질도 해보고, 자전거도 타보고, 그렇게 방황하면 그제야 정해진 노선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과 목적지가 생긴다. 그렇게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이다.


원문: 마르코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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