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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의 종말

‘진짜 해피엔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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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3.14. | 30,96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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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돌봐온 딸 C 씨는 흐느끼며 치매상담전화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느닷없이 훔쳐간 돈을 내놓으라며 C 씨와 C 씨의 딸을 괴롭히고, 식사를 드렸는데도 밥을 안 줘서 굶겨 죽이려 한다며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밤에는 칼을 들고 나타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C 씨는 상담원에게 “이렇게 하루하루를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물로 하소연했습니다.

- 「 “치매 걸린 엄마 모시기 너무 힘들어요”」, SBS, 2015년

우리나라에서 12분에 1명씩 발생하는 병, 사람을 동물로 만드는 병,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 무섭고 끔찍한 병,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까지 무시무시한 암흑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병, 바로 치매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인구 중 약 10%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 환산하면 무려 72만 명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100만 명을, 2040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해 부부가 85세까지 산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치매는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 칼날을 겨누고 있지만 정작 치매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나빠졌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 들면 다 깜빡깜빡하는 거 아닌가요?”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찾아오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 역시 한결같다. 물론 뇌의 노화가 시작되는 마흔이 지나면 누구나 뇌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는 분명히 다르다.


건망증은 잊어버렸던 정보를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뇌의 신경세포 조직이 지속적으로 망가져 기억이나 판단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한 번 잊어버린 정보를 다시 기억해낼 수 없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기억뿐 아니라 인식이나 판단, 성격, 감정 조절에도 문제가 생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자신의 돈을 훔쳐 갔다거나 며칠 동안 밥을 한 끼도 먹지 못했다거나 급기야 폭행을 일삼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까지 수렁으로 밀어 넣는 치매

문제는 이렇게 끔찍하고 암울한 질병인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약은 물론이고 특별한 예방책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가까운 미래에 약으로는 알츠하이머를 막을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왜 알츠하이머는 치료할 수 없는 걸까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베타라고 불리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플라크가 뇌 속에 쌓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플라크를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처럼 보였다. 수많은 제약업체와 정부 기관, 과학자, 의학자들이 모여 플라크 제거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플라크를 제거해도 망가진 두뇌의 인지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생물학자들은 암의 발병으로 이어지는 거대하고 복잡한 경로의 비밀을 풀어냈고, 암을 막는 방법도 알아냈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두뇌 속 화학 반응을 그려냈으며 우울증, 정신분열, 불안 등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을 개발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건강한 뇌와 치매 뇌. 여전히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금 당장 생활 습관부터 바꿔라!”


책 『알츠하이머의 종말』을 만난 건 지난 2017년 겨울이었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는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을 때였다. 저자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UCLA 교수와 벅 연구소 초대소장 및 교수를 지낸 저명한 신경학자다.  

브레드슨 박사는 지난 30년 넘는 연구 끝에 알츠하이머가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염증, 영양의 불균형, 체내에 쌓인 독성물질 등 여러 가지 원인의 복합작용을 통해 발병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그는 임상실험 끝에 세계 최초로 영양, 호르몬, 스트레스, 수면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인지기능 회복 프로그램 ‘리코드(ReCODE)’를 개발했다.  

브레드슨 박사의 발견은 의학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최근 알츠하이머가 복합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다중타깃을 가진 치료제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병합치료가 알츠하이머 극복에 크게 기여하리라 예측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브레드슨 박사는 설탕을 비롯한 첨가제가 과도하게 포함된 식단, 전자기기에 둘러싸인 수면 공간,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 독성물질에 노출된 환경,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 등 현대인의 두뇌를 위협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음으로써 인지기능의 손상을 막고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36가지 솔루션을 제시한다.

조금씩 보이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길.

출처 : Alzheimer Society of Toronto

당신의 머릿속에는 지우개가 있나요


뇌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가 있다. 손예진, 정우성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다. 영화 속 주인공 ‘수진’은 중요한 약속을 잊는 일은 기본이고 편의점에 가면 산 물건과 지갑까지 놓고 나오기 일쑤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가져다준 ‘철수’와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을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수진은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간다. 매일 가는 집조차 찾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서야 수진은 병원을 찾고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불행을 남편에게 짊어주고 싶지 않았던 수진은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영화의 말미 두 사람은 재회하고 수진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지만, 나는 내내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수진이 기억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인간다운 모습을 전부 잃을 수진의 모습과 그의 곁에서 고통받을 철수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대….”

이제는 다르다. 브레드슨 박사의 리코드가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리코드 프로그램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다양한 인자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알츠하이머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나는 ‘진짜 해피엔딩’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노화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욱 건강하고 자유롭게 나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젊고 건강한 뇌로 살아가는 행복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회복된 적 없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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