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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의 정석: 원목 가구가 쪼개지는 이유

조회수 2018. 3. 5. 16: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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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은 '원래 터지고 갈라지고 틀어진다'?
나무를 이기려 하지 말고 순응하라!

원목을 다루다 보면 참 힘든 부분이 원목의 수축·팽창입니다. 목공의 기본 중 기본이죠. 그런데 어떤 공방에서는 고객에게 항의가 들어오면 연락을 끊거나 ‘원래 원목은 터진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분들도 처음에는 예쁘고 튼튼한 가구로 자기만의 브랜드 론칭을 꿈꾸며 공방을 오픈했겠지요.


하지만 무조건 싼 것만 찾는 소비자들 때문에 당장 이번 한 달만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그러신다는 걸 압니다. 그런 일부 공방 때문에 원목은 무조건 터지고 틀어진다는 선입견을 품게 된 분들을 볼 때마다 씁쓸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원목의 수축과 팽창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물 먹은 나무는 바위도 쪼갠다


원목은 수분에 의해 수축하고 팽창하고 휘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원목 가구는 습한 장마철에는 팽창하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수축하죠. 이 결과를 데이터로 보여드리려 자료를 찾아봤는데 잘 정리된 한글 자료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산림조합 웹사이트에서도 목재 관련 연구결과나 리포트를 찾을 수 없어 해외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출처: 우드 데이터베이스

우드 데이터베이스(Wood Database)라는 사이트에서 찾은 소나무 관련 내용입니다. 저처럼 영어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자동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영어를 잘 몰라도 손쉽게 목재별 수축률을 확인할 수 있어 외국 사이트도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소나무는 접선 방향 수축률이 8.3%입니다. 바로 자른 생목·통목(green wood)일 때와 완전 건조되었을 때 8.3%가 수축한다는 의미로, 60cm짜리 생목이라면 5cm 가까이 되는 겁니다. 예전에는 바위를 쪼개기 위해 바위틈에 나무를 끼워 넣은 다음 물을 부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목재가 팽창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공방에서 사용하는 가구용 목재는 생목이 아닙니다. 건조과정을 거쳐 함수율을 떨어뜨린 목재이다 보니 그만큼 과하게 수축, 팽창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경험상 60cm일때 0.5cm정도는 수축과 팽창이 일어나더군요.

출처: 바움공방
원목을 통으로 조립하면 수축팽창이 일어나 터질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원목루바나 합판을 사용한다.

정육면체일 때 4면까지는 나무의 결방향에 맞춰 제작하면 같은 방향으로 수축팽창이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5면과 6면까지 원목으로 조립하면 수축팽창이 일어나면서 결합 부위를 밀어내거나 수축해서 터집니다. 이를 피하려고 원목루바나 합판을 사용하는 거구요. 


최근 ‘속아서 산 원목 가구’를 주제로 한 방송을 봤는데, 서랍 밑판과 책장 뒷판을 합판으로 제작했다고 나오더군요. 물론 소비자에게 뒤판이나 서랍 밑판도 원목이라 속여 팔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서랍 밑판과 책장 뒷판까지 원목으로 조립하면 원목의 수축팽창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점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명장은 나무 앞에 겸손하다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입니다. 목재의 수축과 팽창에 대응하지 않으면 가구가 탈이 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잘못 만들어 놓고 원목은 원래 그렇다 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그분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출처: 바움공방
나무로 문을 만들 때 문틀과 알판을 따로 만드는 것은 수축·팽창을 대비해서다.

문을 만들 때 통으로 만들면 편합니다. 문틀을 짜고 홈을 따서 끼워 넣는 작업은 참 지루하고 번거로운 작업이죠. 그래도 굳이 그렇게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진의 문을 자세히 보시면 문틀이 짜여 있고 안에 알판이 끼워졌는데, 이 알판도 둘로 나뉩니다. 일정 폭 이상 되면 수축팽창률을 계산해서 나누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자신이 사용하는 목재의 수축팽창률도 모르고 막연히 홈 따서 끼워 넣기만 하면 될 거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신경 써서 작업해도 언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불허인 게 원목입니다. 10년 이상 자연 건조된 나무만 사용하는 명장들도 원목 앞에선 겸손합니다.


공방 몇 년 해보고 본인 가구는 100년을 써도 문제가 안 생긴다고 자부하시는 분 들을 볼 때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때론 뛰어가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정직해야 오래갈 수 있음을 알기에 바움공방은 오늘도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성장해갑니다.

이정호 목수가 추천하는 목재 DIYer를 위한 자료 

  • 우드 핸드북: 미국 농무부에서 발행한 509쪽 분량의 목재 안내서. 목공인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전문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우드 데이터베이스: 우드 핸드북을 기반으로 개인이 자료를 정리한 사이트. 목재별 학명과 크기, 무게, 비중, 탄성계수, 수축률, 색상, 외관, 냄새, 작업성, 부식 정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원문: 산업정보포털 i-DB / 필자: 이정호(baum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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