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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vs. 티(Tea)? 두 갈래로 나뉘는 이름

발음의 차이로 보는 차의 세계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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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2.14. | 18,48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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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artz의 「Tea if by sea, cha if by land: Why the world only has two words for tea」를 번역한 글입니다.


우려 마시는 차, 한자로 ‘茶’라고 쓰고 발음도 ‘차’에 가까운 이 단어는 영어로 다들 아시다시피 ‘티(tea)’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세상에 모든 언어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차를 ‘차’에 가깝게 발음하는 부류와 ‘티’에 가깝게 발음하는 부류로 나뉜다는 겁니다.


먼저 중국어로 ‘차’, 힌디어로는 ‘차이’에 가깝게 발음하는 부류가 하나입니다(한국어 발음도 ‘차’니까 이 부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영어로 ‘티’, 스페인어로 ‘떼(té)’, 아프리칸스어로 ‘-ㅣ’ 발음이 좀 더 긴 ‘티’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이 또 다른 부류입니다.


두 부류의 이름은 모두 중국에서 유래했습니다. 각각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경로를 추적해보면 ‘세계화’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한참 전에 실제로 차의 세계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어처럼) ‘차’에 가깝게 발음하는 단어는 육로, 특히 실크로드를 통해 퍼졌습니다. 그리고 (영어의) ‘티’에 가깝게 발음하는 단어는 해상 교역로를 통해 퍼져나갔는데, 잎을 우려 그 물을 마치는 신개념 상품을 유럽에 가져가 소개한 네덜란드 상인의 공이 컸습니다.

한자 ‘茶’는 중국어의 뿌리가 되는 다양한 어족에서 대부분 차를 뜻하는 단어로 쓰입니다. 중국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중앙아시아로 건너가 페르시아어로 ‘چای’가 됐습니다(발음 기호상 chāy). 최근 연구에서 사람들이 차를 교역한 건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된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이 대표적이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페르시아를 넘어 우르두어와 아랍어, 러시아어도 차를 뜻하는 단어의 발음은 대체로 ‘차이’ 혹은 ‘체이’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까지 닿아 스와힐리어로도 차는 ‘차이’입니다. 페르시아와 차를 교역하기 한참 전부터 한자 문화권에 속해 한자 언어체계를 사용해 온 일본과 한국에서도 당연히 차를 뜻하는 단어의 발음은 중국어 발음과 거의 같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부류인 ‘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자 ‘茶’의 표기는 여러 다른 중국어 사이에서 모두 같지만, 그 발음은 중국어의 갈래에 따라 다릅니다. 흔히 표준 중국어로 알고 있는 현대 중국어에서 이 발음은 ‘chá’지만, 중국 남부 해안의 푸젠성과 대만에서 쓰이는 중국어의 한 갈래인 민난어로 ‘茶’의 발음은 ‘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푸젠성이 바다에 접한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해안 지역의 중국어로 차는 ‘테’에 가깝게 발음하고, 17세기 아시아와 유럽을 활발히 오가던 네덜란드 상인들이 차와 함께 이 단어(와 그 발음)를 바닷길로 실어날랐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동아시아의 교두보처럼 마련한 항구가 푸젠성과 대만에 있었죠.


이곳 사람들은 모두 차를 ‘테’라고 발음했습니다. 네덜란드가 세운 동인도회사가 열심히 차를 실어와 인접한 유럽 국가에 팔기 시작하면서 이를 지칭하는 단어가 프랑스어로는 ‘thé’ (발음기호 te), 독일어로는 ‘tee’ (발음기호 teː), 영어로 ‘tea’ (발음기호 ti:)가 된 겁니다.

다만 네덜란드 이전에 아시아 국가들과 본격적으로 교역을 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포르투갈이었습니다. 대만을 식민지로 삼고 포모사(Formosa)라는 지명으로 부르던 것도 포르투갈인들이었죠. 포르투갈 상인들은 푸젠성이 아니라 마카오를 통해 교역을 했고, 마카오에서는 ‘茶’가 ‘차’였습니다. 유럽 대부분 나라가 소위 ‘테’ 부류에 속하는 가운데 포르투갈이 홀로 ‘차’ 부류에 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차를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지칭하는 언어도 없지 않습니다. 주로 차로 쓰는 잎이 자연히 자라고 오래전부터 재배해 차를 마셔왔기 때문에 이 행위를 지칭하는 단어와 표현을 만들어야 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버마어로 찻잎은 ‘lakphak’입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두 발음과 전혀 다르죠.


똑같이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다른 부류는 각기 다른 세계화를 상징합니다. 먼저 ‘차’ 부류 단어의 전파는 고대 중국의 문명과 문화가 수천 년에 걸쳐 서쪽으로 뻗어 나간 역사의 반영이며, ‘테’ 부류 단어의 전파는 이른바 유럽의 대항해시대 이후 지난 40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주름잡은 유럽인들에게 중국의 문화가 끼친 영향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전 세계 대부분 언어의 단어 하나는 배운 셈입니다. ‘차’ 혹은 ‘테’ 둘 중 하나를 변용해 발음하면 ‘茶’를 뜻하는 단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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