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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을 매료하는, 면접실의 브랜딩

조회수 2018. 1. 22. 15: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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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 면접자에게, 물 좀 가져다줍시다.

신입사원이 뾱 하고 등장했습니다. 모두에게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죠. 신입사원이 들어온다는데 “와씨… 이제 회사 못 다니겠다”라고 책상을 치며 울분을 토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은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전임자가 아주 거친 생각을 지닌 인물이었다면 남겨진 사람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가 있긴 하겠죠. 전쟁 같은 서류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책상에 앉은 후에 일이고. 일단 우리가 생각할 것은 그가 책상에 앉기 전까지 어떤 감정을 품고, 어떤 이미지를 안고 문을 여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아니, 회사가 신입 감정까지 고려해야 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당연히 고려해야죠. 신입도 우리 회사 고객입니다. 반드시 우리 물건만으로 의식주를 영위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잖아요.


맥도날드 직원도 버거킹을 먹을 자유가 있고 애플 직원도 서피스 북을 쓸 수 있듯 입사 후에도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며 이는 여전히 고객의 역할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사의 서비스와 물품을 사용하러 오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음 코카 맛있져

또한 사람의 행동은 프레임에 의해 움직입니다. 입사 세레머니나 웰컴 키트 등에서 키치함과 멋짐, 고유함을 살리려는 이유 또한 물품이나 경험을 통한 회사의 이미지를 프레임화하기 위해서잖아요. ‘우리 회산 이런 회사야.’라는 것을 그렇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브랜드 안에 그를 속하도록 하는 동기부여 내지는 구애 행위와도 같습니다. 


자유의지는 월급이나 직급 체계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가 온전히 집단 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자신의 발걸음이 중요하죠. 그래서 계약상의 소속과 심리상의 소속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급여, 복지, 사무실 환경, 연차 등등은 계약상의 소속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반면 면접 안내를 하는 사원의 표정, 면접 내용, 면접 분위기, 사내 문화, 문자 발송, 안내 표지판, 공기의 무게(?), 화장실 상태, 웰컴 키트, 환영 세레머니 등은 심리상의 소속을 좌우합니다.


브랜딩이 늘 그렇듯 구축과 유지에는 체계와 절차가 필요하지만 망하는 건 디테일에서 비롯되죠. 합격자는 1명이지만 돌아가는 지원자는 수십, 수백 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들이 다시 고객이 되었을 때 우리 회사에 어떤 이미지를 지닐지 분명 고려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합격자 1명의 경험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오늘은 면접장에서부터 입사, 입사 후 신입사원의 첫 숙지사항을 살벌한 디테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입 채용 공지

잡코리아에 떨렁 ‘마케팅 직무 / 경력 2년 이상 / 연봉 협의 후 결정’ 한 문장만 올려놓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실한 인재, 열정, 꿈을 지닌 인재… 라는 인재상 말고 진짜 직무에 필요한 요소를 적어주세요. 하다못해 ‘앉아서 하는 업무가 많다’ 아니면 ‘활동적이고 사교성을 필요로 한다’ ‘금융계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경험이 충분한 분’ ‘리스팅 관련 장문의 글이 작성 가능한 사람’ 등 서로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말하고 들어야 온전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스토리가 중요하담서…
문의 메일엔 답을 주세요. 
서류 합격 예정일은 꼭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도 아닌 건 빨리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찾아가야 하니까요.
불합격 통지를 모두 보내는 것은 내부 업무 로딩에 따라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합격자에 한해서 개별 통보가 진행됩니다’라는 안내 문구 하나라도 제발 써놓는 것이 좋습니다.
지원 종료일이 24일인데 20일에 인재가 확정되었다면 얼른 마감 공고를 내주세요. 20일 이후부터 지원한 사람들은 벙… 쪄버릴 수 있습니다.


서류 합격 통보

합격 통보야 기분 좋은 일이니 ‘합투더격’ ‘합! 격!’ ‘올? 합격’ 뭐든 상관없으니 맘대로 보내도 좋지만, 보내는 사람 연락처는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문자 보내는 순서도 좀…
중요한 건 합격 이후 일정 통보입니다. 면접 일정을 잡을 때는 닥치고 이때 오렴… 이 아니라 복수로 면접 일정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통보 문자는 아래와 같이 보내봅시다. 
박창선 님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합격을 축하합니다. 이후 면접 일정을 공지드리겠습니다.

면접 일정

2018년 1월 14일 15:00-16:00 (약 60분 진행 예정)
2018년 1월 15일 15:00-16:00 (약 60분 진행 예정)

양 일 중 편하신 일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면접 장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 혜성빌딩 3F

면접 절차

면접 장소에 오셔서 15시 면접자라고 얘기해주시면 프런트에서 대기실로 안내할 예정입니다. 기타 별도로 준비하실 사항은 없습니다. 복장은 편한 복장도 무관합니다.

1차 면접은 실무진 면접으로 이루어지며 지원하신 직무에 대한 이해와 팀워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아젠다입니다.

면접 비용

50,000원 / 현장 지급 또는 계좌이체로 진행됩니다. 면접 후 프런트에서 해당 내용 안내가 있을 예정입니다.

기타 문의

면접 관련 상세 문의는 XX-XXX-XX, 담당자 ○○○ 씨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반드시 면접 전일 면접일정 재확인 문자와 함께 약도를 포함한 지도링크를 함께 보냅니다. 신입에게 뭐 이런 것까지 챙기나…라는 생각은 금물! 아직 우리 사원이 아닙니다. 심지어 우리 사원이어도 이런 생각은 안 될 말이죠. 엄밀히 말하면 외부인에 대한 서비스이자, 우리 회사를 처음 경험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노쇼 인원에겐 단호하게 불합격 통보를 보내줍니다. 개인적으로 노쇼도 버릇이라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간 보다가 그냥 쌩까고 안 가는 인원들이 있는데 불호령을 내려주도록 합시다.


면접 절차

편안한 복장은 좋지만 슬리퍼와 후줄근한 목티는 좀 아닌 듯합니다. 한 회사의 대표가 인사는커녕 눈도 안 마주치고 슬리퍼 직직 끌면서 심지어 늦게 들어오는 건 일단… 상식적으로 좀 아니지요.
기본적으로 면접은 피곤한 일이긴 합니다. 계속 새로운 사람과 끊임없이 비슷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소서나 이력 사항 정도는 읽어보고 와야 하는 게 예의입니다.
면접 질문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추궁이 아닙니다. 의금부에 끌려와 문책당하는 느낌의 질문, 그러니까 ‘왜 대학교 때 공부 안 하고 알바를 했어요? 그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같은 질문은 삼가도록 합시다. 우린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거지 신상 털자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대학교 때 일한 경험을 살려서 좋은 레퍼런스를 말하고 싶었다면 적힌 것만 물어보도록 합시다. “대학교 시절 많은 알바를 했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입니다.
‘내 할 말 다 하고 너에게 질문할 시간을 주겠다’ 식의 면접은 사실상 너무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인 겁니다. 면접이란 것은 얼굴을 맞대고 서로 접한다는 뜻이지 널 평가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서로 알아가기 위해선 면접자도 자유로운 질문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면접자는 돈을 받는 입장이니 강력하게 쫄아 있을 겁니다. 자유롭게 질문하기 힘들겠죠. 면접을 진행하는 쪽에서 열린 질문을 잘 던지는 것도 좋은 인재를 찾을 방법입니다.
일단 만나면 인사와 악수를 합시다. 눈 치켜뜨고 안경테를 잡는 행위는 흑백영화에서 많이 본 느낌입니다.
압박 면접 등이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사전에 얘기를 좀 해줍시다. 멋모르고 들어왔다가 멘탈이 탈탈 털렸는데 불합격까지 주면 그건 압박 면접이 아니라 그냥 진상입니다.
면접이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와 ‘조심히 돌아가셔라, 결과는 개별통보로 언제까지 해드리겠다’는 정도의 얘기는 해줍니다. 사실 면접의 경험을 좌우하는 건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물 좀 가져다줍시다.
다수 면접일 경우엔 질문을 공평하게 돌립니다. 그리고 사람 눈 보고 얘기합시다.
참여자들의 문제 해결형 면접이라면 발표자 한 사람에게 질문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인원이 맡은 역할과 느낀 점을 동시에 물어봐야 합니다. 면접장에서의 문제 해결과 현장에서의 업무 처리는 그 결 자체가 다릅니다. 면접장은 경쟁을 전제로 하지만 현장에선 협력과 깔끔하고 순탄한 흐름이 우선입니다. 면접장에서의 문제 해결을 단편적으로 놓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각 인원의 스타일과 감정이 현장에선 어떻게 드러날지 유추하는 게 목적입니다.
가끔 면접 자체를 파티 또는 이벤트로 구성해서 사내 문화를 개성 넘치게 보여주는 사례도 있어요. “와 역시 이 회사답다!”라는 멘트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벤트랄까요. 대기업은 정체성 자체가 포괄적인지라 그런 고유한 색을 딱 보여주기 어렵지만, 업무 특성이 분명하거나 색깔이 아주 뚜렷한 브랜드 및 스타트업 등에선 종종 보입니다.
사실 이런 이벤트는 행사라기보단 일종의 세레머니 같은 거라서 꼭 완벽하거나 대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편하게 즐기고 솔직한 모습으로 마주하는 시간이니까요. 대표적인 사례로 피키캐스트를 들어볼까요.
일전에 페이스북에서 회자되었던 신입사원 몰카에서도 피키다운 키치함을 격렬하게 보여주었고 이번에 나온 회사 소개 영상에서도 한결같은 문화를 어필했습니다.
콘텐츠 회사인 만큼 개개인이 지닌 색과 회사의 분위기를 하나의 이벤트로 경험케 하는 것이죠. 면접이나 회사 소개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신입사원은 입사 첫날부터 ‘아, 내가 콘텐츠 회사에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할 거예요.


최종 합격 통보

최종 입사 통보는 입사 일정 협의와 함께 보냅니다.
제출 서류가 필요하다면 어떤 서류를 언제까지 어디로 제출하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공지해줍니다.
당일 출근 시간과 장소, 소속팀 위치, 담당자 연락처를 함께 보냅니다.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나도 너도 뻘쭘하니까요.


자리에 앉았다

입사를 했고, 자리가 배정되었습니다. 자리는 전날 깔끔하게 치워주고 배선 정리해주고 랜선 뽑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입사하면 그놈의 랜선 정리하느라고 오전을 다 보내더군요…

그리고 입사 통보할 때 개인 컴퓨터의 지급 여부을 알려주고, 지급되지 않는다면 랜선 연결을 위한 어댑터(요즘엔 맥 등 C타입 USB 포트가 제법 있습니다)의 지참(또는 제공)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주면 좋을 듯합니다.
툴 키트를 짜잔. 필수는 아닙니다만 요 근래 회사의 브랜딩을 위해 웰컴 키트를 제작해 제공하는 회사가 제법 있습니다. 얼마 전 회자되었던 티몬의 웰컴 키트를 비롯해 펜타브리드, 디지털다임 등 다양한 회사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웰컴 키트를 제작해 제공합니다.

정해진 틀은 없지만 주로 사원증, 명함, OJT매뉴얼, 단체티, 사무용품(포스트잇, 펜, 메모장, 플래너, 캘린더, 도큐멘트 정리함) 등으로 구성해 패키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티몬의 웰컴 키트
멀뚱하게 있는… 신입과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엄청나게 자주 보았어요. 물론 뻘쭘하게 있는 사원도 문제지만, 뻘쭘하게 쳐다보고만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도 좀 이상하긴 하죠. 보통 신입이 들어오면 소속팀이나 사수급, 또는 관리자급에서 직접 챙겨주도록 합시다. 
  1. 일단 사무실 라운딩하면서 설명해주고
  2. 각 인원에게 인사시켜주고
  3. 컴퓨터에 공유 네트워크 잡아주고, 랜선 확인하고, 프린터 잡고
  4. 직무 설명해주고
  5. OJT 일정이나 개별 미팅 일정 공지해주고
  6. 점심 먹고
  7. 컴퓨터 세팅 끝나면 결과 보고서, 금년 기획안, 프로세스 진행리스트 공유해주면서 전체 업무 파악하라고 하고
  8. 보고 체계랑 업무시 주의사항, 근로 계약서 작성, 연봉/연차 등 계약 내용 재확인 후 날인
이 정도 순서가 챡챡 지켜지면 좋은 수준의 입사 프로세스다… 라고 박수를 챡챡 칠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사실 모든 것이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좀 인간미 없고 무섭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엉망인 게 좋다는 얘긴 아닙니다. 사람을 몇 시간이고 기다리게 하거나, 아무 공지도 안내도 없이 불친절한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등… 사실 이런 부분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브랜드는 내부의 문화가 실체화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부의 문화는 대표와 직원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죠. 새로운 문화의 색을 더 할 귀한 인연을 새로 맞이하는 과정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노력과 개성이 보이는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입구를 만들어놓는다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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