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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마시즘 음료 어워드

조회수 2018. 1. 3. 18: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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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문다

음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문다.


올해의 음료수 시장을 나타내는 단어는 ‘파격 혹은 혼돈’이었다. 맛을 조금 잘 내기보다는 뚜렷한 취향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뽐냈다.


누구는 환호했고, 누구는 화가 났다. 음료를 둘러싼 갈등들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특히 수입맥주의 강세 속에서 수제맥주의 반격, 고든 램지의 등장은 스타워즈를 감상하는 듯했달까?


이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음료미디어 ‘마시즘’을 시작한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오늘은 2017년을 기억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음료를 다시 만나본다. 이름하여 ‘2017 마시즘 음료대상’. 두둥! 지금 시작한다.

어린 시절 죠리퐁에 우유 좀 말아먹어 봤다면 심장이 두근거릴 조합이다.


출시도 전에 인터넷에 ‘죠리퐁 카페라떼’의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이런 황금조합이 왜 이제야 나오는 거야!”라고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성공할 수밖에 없는 그 맛. 그 맛을… 만든 사람만 몰랐다는 게 함정.


카페라떼라고 하면 무난한 수준의 맛이었다. 하지만 죠리퐁 알갱이를 한톨도 찾을 수 없어 충격에 빠졌던 것이 사실. 희미하게 나는 죠리퐁 향을 느끼며 만든 추억을 낚은 회사를 원망해본다. 이런 쟈뎅(JARDIN).


하지만 죠리퐁 카페라떼의 이슈몰이는 이후 나올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음료화’에 기여를 한 것이 사실. 카라멜콘 땅콩라떼, 밀크카라멜 라떼 등 추억을 기반으로 변형되어 나온 음료수들이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이보다 그를 잘 소개할 문구가 있을까. 악마도 질질 짜게 만드는 혀놀림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한국 맥주를 마실 줄은 누가 알았는가?


심지어 “훌륭한 맥주야”라는 단어가 고든 램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고든 램지 납치설, 자본주의 만능설 등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카스 사랑은 사실인 것으로. 그는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프레임에 정면도전을 한다. 맥알못이라는 꼬리표를 면치 못했지만 이제는 맥주는 취향은 존중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라거시장의 하락 속에서 카스를 구한 남자. 카스의 수호자. 카스 밖에 모르는 바보. 우리 램지형을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봄이 왔음을 편의점에 가서 알게 될 줄이야. ‘벚꽃 스파클링’은 계절에 맞춘 시즌성 꽃 탄산음료의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다.


예쁘게 생긴 디자인 덕분에 벚꽃놀이의 필수품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벚꽃 스파클링 한 캔을 올리면 까르르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컸다.


계절 음료 ‘벚꽃 스파클링’의 인기는 이후 오월의 장미, 단풍소다, 눈꽃소다가 자리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다. 편의점에 들렀는데 이 음료수가 바뀌었다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 사실상 올해의 기상청은 GS25가 다했다.

음료 좀 마신다면 놓칠 수 없는 아이템들이 참 많이 나온 한 해다. 특히 빙그레의 신개념 빨대 ‘마이스트로우’는 어떤 의미에서 바나나맛 우유 좀 마시는 친구들에게 마에스트로 같은 존재였다. 마이스트로우 광고 리듬에 맞춰 미친 듯이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으니까.


자이언트 스트로우, 링거 스트로우, 러브 스트로우, SOS 스트로우 등 여러 괴상한 빨대들의 등장은 마시는 사람에게 맛이 아닌 마시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주었다고 할까? 역시 음료는 장비빨이다.

강서맥주, 달서맥주를 만든 ‘세븐브로이’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확장하는데 항상 선두에 있던 브랜드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지난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만찬주로 결정되며 ‘문재인의 맥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이 좋아하는 맥주라는 뜻을 넘어 국내맥주의 흐름이 수제맥주로 넘어감을 말해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마치 수제맥주에 ‘지역’이름을 붙여야만이 인정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며, 맥주회사마다 부루마불을 시작했다.


그중 세븐브로이의 3번째 야심작. 전라맥주는 라벨에 사투리가 쓰인 것 빼고는 생산지도 맛도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괴작 중 하나였다.


이러한 현상과 거리를 두고 제주도에 내려가 제주도의 재료로 제주도와 어울리는 맛을 찾은 ‘제주 위트 에일’의 내년이 기대된다.


물론 내가 내년에 제주도를 처음 가보기 때문이다. 놀리지 마라. 제주도에 내릴 때는 신발을 벗고 내려야 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

수입맥주의 할인공격, 수제맥주의 급부상 속에서 기존의 대형 맥주회사가 찾은 답은 바로 ‘발포주’였다. 세금을 적게 내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


이러한 발포주의 포문을 연 필라이트는 말한다. “너희는 만원에 4캔이니? 난 12캔인데.” 본격 인해전술의 시작.


유사 맥주가 아니냐. 나의 맥덕력을 무시하지 마라. 라는 비판도 있지만 올 한 해 지갑이 마른 자에게 단비 같은 맥주였던 것은 사실.


맛이 부족하면 소주를 섞어마시면 된다는 주의에서 여러 가지 혼종맥주의 베이스가 되기도 했다. 우리 경제가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필라이트의 행보는 앞으로도 그린라이트일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이 소녀를 만난다면 여러분의 성적은 종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수능 금지곡을 넘어 수능 금지 음료로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을 지목한 데에는 모모랜드 주이의 광고가 한 몫했다.


마시즘 역시 우연히 영상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톡톡톡 트로피카나”노래와 그림자 분신술 댄스가 머리에 반복재생이 되었다. 괴로워.


한동안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흥. 몇 편의 글보다 댄스 한 방이 크다는 사실을 안 마시즘. 도저히 이 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트로피카나 스파클링’리뷰를 포기했다. 올해는 모모랜드 주이가 다 했어.

막걸리카노는 가장 예상할 수 없는 조합의 음료수였다. 막걸리의 명가 국순당에서 커피를 섞다니. 어디 종갓집 한마당에서 탭댄스 추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훌륭하게 이 조합을 해내고 말았다. 국순당은 올해의 연금술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이름은 위트 있고, 디자인은 고급스럽다. 맛 또한 기이하지 않다. 달콤하고 끈적한 맛의 막걸리는 깔루아 밀크를 연상하게 한다.


파전보다 츄러스가 어울리는 막걸리의 탄생. 마시는 내내 다른 세계에 온 듯 묘했지만, 막걸리의 이런 변신은 언제든지 환영 아닐까?

이것은 한 편의 음주 기행 영화다. 지난 편 영국에서 열심히 기네스와 스카치, 와인, 마티니 등 원 없이 술을 마셔대던 킹스맨 요원들이 기지를 날려먹고 음주의 나라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의 요원 ‘스테이츠맨’은 버본 위스키 양조장을 기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요원들의 이름도 술의 이름이다.


영알못의 입장에서 영화의 줄거리는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감독이 이야기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어 버본 위스키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아닐까?(아니다) 의심이 될 정도로 술 마시는 장면 이외에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한 영화. 그래서 올해의 음료영화로 킹스맨을 고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새로 나온 음료수가 맛있고 맛없고를 평가당하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칸타타 스파클링’은 출시 즉시 그 악명을 떨쳤다. 


날고 기는 호불호 음료수들을 물리치고, 그 세계의 일인자 지코(ZICO)를 끌어내려 음료계의 최강자. 음료계의 럭키짱이 되었다.


맛이 없으면 안 사는 게 정설이지만, 칸타타 스파클링은 맛이 없는 것으로 구매를 일으켜 전설이 되었다. 이 시간에도 겁도 없이 칸타타 스파클링에 도전했다가 ‘신과 함께’를 찍을 뻔한 패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서 와. 본격 화탕지옥 맛 커피는 처음이지?


 

새로운 음료수의 시대가 열린다


맛으로만 기억되는 음료의 시대는 떠나가고 있다. 우리가 갈증을 느끼는 것은 단순한 수분 보충이 아닌 이야기. 그 자체다.


음료수의 다이내믹한 변신 시도 역시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목마름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시즘 내년에도 흥미로운 음료수 이야기를 한 보따리 들고 만날 수 있기를.


원문: 마실 수 있는 모든 것,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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