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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자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조회수 2017. 12.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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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질문할 수 없도록 만든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먼저다.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할지 배우고 싶어요


비즈니스와 리더십 코칭을 하는 나는 주로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질문워크숍을 진행하는데, 가끔 교사들 혹은 교수님들의 요청으로 ‘교수자를 위한 질문 워크숍’을 진행하곤 한다.


많은 교수자들이 어떻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씀하신다. 교수자인 자신들이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하기 위해 질문을 하면 ‘침묵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고, 이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이 오래된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출처: 「대학 수업에서 학습자 질문과정과 저해요인 탐색 연구(2011)」 황청일, 임호용

얼마전 대학 수업에서의 학습자와 교수자들의 질문 빈도를 조사한 황청일과 임호영의 연구를 흥미롭게 읽었다. Dillon의 연구(1982)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에선 교수자가 1시간에 120회 질문하는 동안 학습자는 평균 2번 질문을 한다고 한다. 교수자는 학생들이 답하든, 답하지 않든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는 질문으로 학생들을 자극한다. 그런데 정작 배움을 얻어야 하는 학생들의 질문 빈도는 너무 적은 게 아닐까?



누가 질문을 독점하고 있는가?


표본이 충분하진 않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 시간 수업에서 학생 1인당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횟수는 0.009회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자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마저도 0.025개에 지나지 않는다. ‘교수자가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출처: 「대학 수업에서 학습자 질문과정과 저해요인 탐색 연구(2011) / 황청일, 임호용」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질문할 수 없도록 하는 환경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 먼저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질문들만 던지는 교수자 앞에서, 혹은 교수자가 기대하지 않는 답변을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고 모멸감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답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교수자에게 감히 솔직하게 질문할 수 있겠는가?


‘질문을 잘 던지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교수자 분들에게, ‘학습자의 질문’을 촉진하는 길을 안내하기엔 아직도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참고 : 「대학 수업에서 학습자 질문과정과 저해요인 탐색 연구(2011)」 – 황청일, 임호용

본 연구는 대학교수-학습 상황에서 학습자 질문의 존재 여부, 학습자 질문과정, 그리고 학습자의 질문을 저해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대학 수업에서 학습자의 질문 행동을 높이기 위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 수업에서 교수자는 학습자들이 질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생성된 질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둘째, 대학 수업에서 교수자는 학습자들의 인지적 갈등을 자극하여 질문을 생성하게 유도하고, 이러한 마음속에 생성된 질문은 실제로 표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수자 지지와 환경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교수자는 수업에서 학습자 질문 행동을 촉진 혹은 감소시킬 수 있는 중심적 주체로, 매우 높은 상관을 보이는 교수자 지지와 환경적 지지의 두 가지 요소들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과 태도를 가지고 학습자들이 질문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논문 다운로드 링크 : 『아시아교육연구 12권 3호』 )



질문할 자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도 종종 관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을 쓴다. 내 입에서 나오든, 다른 이들의 입에서 나왔든 나는 솔직히 ‘던진다’는 표현을 싫어한다. 질문도 던지면 맞는 사람은 아프다. 질문술사로서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 보다 가치 있는 질문을 품을 수 있게 돕고 싶다.


‘던져진 질문’은 화들짝 놀라게 해서 일깨우고 경각심을 갖게 할 뿐이다. 다른 사람을 일깨우기 던지는 질문들은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수단으로 쓰이곤 한다.

묻기 전에, 상대가 품어온 질문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내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의 질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오랜 시간 품어온 질문들은 자기 안에서, 혹은 세상과 만나가며 귀한 답들을 잉태할 자궁이 된다. 소심한 나는 ‘상대방에게 질문할 권리가 내게 있을까’를 종종 묻곤 한다. 상대가 품고 있는 질문도 모르면서, 나의 미숙한 질문에 답하라고 강요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땐 더욱 부끄럽다.


상대에게 묻기 전에, 그 질문에 스스로 충분히 답해 보았는가?

스스로 답해보지 않고 상대에게 던지는 질문은 나쁘다. 가능하면 나는 상대에게 질문하기 전에 내 스스로 다양한 답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스스로 답하지 못한 질문은 남들에게도 함부로 묻기 꺼려진다. 질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얻기 위한 몸부림일지라도. 답할 자격보다, 질문할 자격을 얻는 것이 내겐 더 여려운 일이다.


원문: 질문술사의 브런치


덧붙임


교수자를 위한 질문공부 추천도서


사회평론사에서 출간된 『핵심질문』,『학생 탐구 중심 수업과 질문연속체』는 제가 교사들에게 주로 추천하는 질문교육추천도서입니다. 시리즈 세 번째 책 『한 가지만 바꾸기 – 학생이 자신의 질문을 하도록 가르쳐라』가 나왔군요. 바른질문연구소의 대표님들이 저술한 책인데, 교수자의 질문보다 학습자의 질문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의 철학과 비슷한 관점이네요! 교육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따로 또 함께 공부해봅시다!

그리고 교수자를 위해서 쓴 책은 아니지만, 저의 부족한 첫 저서 『혁신가의 질문』도 함께 읽어주세요! 위 그림을 그려주신 멋진 독자, Visual Sharing Graphic facilitator 이지현 대표님께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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