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왜 50개가 넘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운영할까?

조회수 2017. 12. 15. 14: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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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인터넷 환경과 조건에 맞춘 눈높이

기존의 언론 미디어 중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여기는 몇 군데의 언론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중 하나 입니다. 올해 3분기 뉴욕타임스 실적을 살펴보면 더욱 그들의 디지털 혁신이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3분기의 디지털 광고 수입은 11%가 증가해 4,900만 달러(550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만 보는 디지털 한정 구독자가 10만 5,000명 순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분기 디지털 구독 수입이 8,600만 달러(940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년 대비 46%가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진행하는 디지털 혁신 중 가장 주목했던 건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전통적인 미디어 중에서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운영하지 않은 곳도 많을 뿐 아니라 운영하더라도 1-2개의 뉴스레터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는 무려 50여 개에 달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58개의 뉴스레터를 운영한다.

뉴욕타임스의 뉴스레터를 살펴보면…


그들의 뉴스레터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뉴스 브리핑 뉴스레터
  2. 카테고리별 뉴스레터

    a. 비즈니스&테크(Business & Tech)
    b. 라이프스타일(Lifestyle)
    c. 아트&컬처(Arts & Culture) 
  3. 스페셜 오퍼 뉴스레터

기본적으로 뉴욕타임스의 기사들을 간추려서 보여주는 1. 뉴스 브리핑 뉴스레터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가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기사를 생산합니다.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봐야 할지 고민될 겁니다.


하루에 생산한 기사 중 꼭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는 기사가 브리핑 뉴스레터입니다. 매일 아침에 보내주는 모닝 브리핑(Morning Briefing), 매일 저녁에 보내주는 이브닝 브리핑(Evening Briefing), 하루의 뉴스를 정리해주는 투데이스 헤드라인(Todays Headlines) 등이 대표적이죠. 저는 이 중에서 투데이스 헤드라인을 구독합니다.

투데이스 헤드라인

신기했던 건 2. 카테고리별 뉴스레터입니다. 현재는 3개의 카테고리에서만 뉴스레터를 운영하지만 차후 카테고리를 더 넓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뉴스레터의 의도는 취향에 맞는 타깃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해석했습니다. 뉴스레터를 다변화하는 가장 큰 목적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1개의 뉴스레터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뉴욕타임스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맘에 드는 걸 구독해봐” 하는 의도로 카테고리별 뉴스레터까지 다변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 카테고리 중에서 매주 금요일, 한 주의 테크 뉴스를 정리해서 보내주는 비츠(Bits) 뉴스레터를 구독합니다.

비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뉴스레터 유형은 3번입니다. 뉴욕타임스에는 똑똑한 기자뿐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연을 맺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많습니다. 이들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뉴스레터가 3번입니다. 예를 들면 왓 위 아 리딩(What We are Reading) 뉴스레터는 뉴욕타임스의 기자와 에디터가 웹상에서 어떤 콘텐츠를 재미있게 읽었는지 그들의 추천사와 함께 보내주는 뉴스레터입니다. 2주에 1번씩 잘 읽습니다. 

왓 위 아 리딩

그 밖에도 트럼프의 아젠다를 정리해서 보내주는 트럼프 아젠다(Trumps Agend), 베스트 TV쇼와 영화를 전문가들이 추천사와 함께 추천해주는 뉴스레터 등이 있습니다. 새로운 뉴스레터는 독자의 니즈에 맞춰 계속 생겨나고 50여 개나 되는 뉴스레터 중에서 맘에 드는 뉴스레터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왜 이렇게 많은, 그리고 기획력이 갖춰진 뉴스레터를 서비스하고 계속 만들어낼까요? 



소셜 플랫폼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유일한 채널


기존의 언론사는 SNS를 유통채널로 삼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식 계정을 만든 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SNS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만들면서 팬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온리 SNS 전략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페이스북이 하루아침에 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언론사들은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이 제로 베이스가 되는 것입니다. 0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며 새롭게 뜨는 신흥 플랫폼에서 또다시 채널을 만든 뒤 팔로워를 모으는 행위를 또 하겠죠. 페이스북이 처음 생겼을 때 미디어 채널들이 앞다퉈 공식 계정을 만들고 팔로워를 모았던 것처럼요.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플랫폼의 운영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콘텐츠 도달율과 광고 효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언론사는 또 독립적인 채널을 가지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의존한 형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메일 뉴스레터는 이런 불안감에서 해방될 유일한 통로입니다. 수십 년 동안 이메일은 온라인상에서 가장 안정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툴로 인정받았고 각 서비스 및 미디어의 독립적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SNS의 인기 흥행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시간이 흘러가면서 쌓이는 팔로워가 그대로 서비스 또는 미디어의 팬이 되었죠.

뉴욕타임스 역시 SNS 채널은 운영하지만 굳이 뉴스레터를 50여 개나 만들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이메일은 우리와 끝까지 함께 갈 안정적인 마케팅 채널’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들은 언론사 웹사이트를 가지 않는다


언론사가 맘에 들어도 언론사 웹사이트로 직접 가서 기사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웹사이트까지 가서 뉴스를 체크하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그 습관이 자리 잡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만 들어가도 얼추 오늘 어떤 뉴스가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언론사 웹사이트를 가지는 않습니다.


그 점을 뉴욕타임스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크게 2가지 시도를 했죠. 우선 메인의 광고 비율을 확 줄였습니다. 많은 독자가 언론사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드는 생각은 내가 뉴스를 보러 왔는지 광고를 보러 왔는지 헷갈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광고가 많을수록 로딩 속도가 느려지는 점도 그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온라인판의 주 수익원인 배너 광고를 줄이고 기사를 기사답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메인 화면. 언론사 웹사이트의 흔한 배너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두 번째 시도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웹사이트의 미니 버전을 배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투데이스 브리핑의 경우 뉴스레터 하나가 작은 뉴욕타임스입니다. 오늘 봐야 하는 기사를 웹사이트보다 축약된 버전으로 제시합니다. 독자들이 웹사이트에 방문하기를 기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지 않는다면 이메일을 통해 우리가 웹사이트를 배달하는 시도입니다. 


많은 언론사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웹사이트로 올까?’를 고민할 때, 뉴욕타임스는 사용자 편의성을 가장 큰 주안점으로 두고 어쩌면 자존심을 버리는 일일 수도 있지만 독자의 인터넷 환경과 조건에 눈높이를 맞추는 시도를 했습니다.


미디어가 이메일 뉴스레터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웹사이트를 독자들에게 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언론사 사이트는 매일 들어가지 않더라도 내 메일 확인은 일 1회 이상 하죠. 페이스북 피드 속에서 우리 기사가 잘 발견될까를 기대하는 것보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서 충성도 높은 팬을 모으고 이들의 메일함으로 웹사이트를 배달하는 것이 발견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 페이스북 좋아요


뉴스레터를 계속 받아보려면 구독해야 하죠.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계정의 소식을 계속 받아보기 위해서는 좋아요 또는 팔로우를 해야 합니다. 모두 각각 1명의 팬이 늘어나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논점은 “어떤 팬이 더 충성도가 높은 팬으로 볼 수 있는가?” 입니다.


저는 SNS 채널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보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한 사람이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등록 절차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하려면 이메일을 입력해야 하고, 내 이메일의 메일함으로 간 뒤 본인 인증을 해야 합니다. 복잡한 것과 귀찮을 것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사용자에게 이 허들은 그 채널의 팬이 되기 위한 허들 중 가장 높은 허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메일 뉴스레터를 성공적으로 구독했다는 것은 “이 채널의 소식을 계속 받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및 미디어는 이런 충성 고객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힘들게 생산한 콘텐츠가 적합한 타깃에게 향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추후에는 유료 콘텐츠 또는 유료 멤버십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가장 궁금한 것, 뉴욕타임스 이메일 뉴스레터의 성과는 어떨까요? 뉴욕타임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메일 뉴스레터 오픈율은 무려 70%에 육박합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유입경로 상위 5개 중 한 자리는 늘 뉴스레터가 차지합니다. 뉴욕타임스의 이메일 뉴스레터는 스팸이 되지 않고 많은 이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고 실제로 웹사이트로의 유입도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IT 서비스업계가 흔하게 하는 A/B 테스트까지 진행하면서 오픈과 클릭 데이터를 분석해서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합니다. 그 데이터는 구독자의 반응을 본 뒤 우리 타깃의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콘텐츠 제작에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과감한 디지털 혁신으로 온라인 유료 구독자를 늘려나가는 뉴욕타임스

이번에 뉴욕타임스의 이메일 뉴스레터를 다룬 이유는 이런 뉴스레터를 한국의 언론사에서도 만나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국내 미디어/뉴스/출판 업계의 뉴스레터 오픈율 평균은 38.5%입니다. 이메일 뉴스레터가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되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각자 선호하는 언론사가 있습니다. 그 언론사가 제공하는 아티클을 계속 받아보고 싶은 욕구도 있죠. 한국에서는 이를 충족시켜줄 언론사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뉴욕타임스 글로벌시장 부편집장은 그들의 목표가 “일상에서 뉴욕타임스가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뉴스레터 전담팀을 만들었고 이메일을 통해 일상에서 뉴욕타임스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뉴스레터, 지역 주민을 위한 뉴스레터 등 뉴스레터 다변화의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들의 이메일 뉴스레터가 어떤 모습으로 계속 발전할지 기대해봅니다.


원문: 생각노트


참고

  • 미디어, 이메일 뉴스레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다」, 《서울경제》
  • [데이터정치분석] 뉴스레터로 쓰고 광고로 읽는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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