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vs. B2B, 디자인 과정의 차이

조회수 2017. 12. 10. 11: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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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모른다면? 개념 정리하고 넘어가자.

지난 8여 년간 소비재(가전제품)를 만드는 B2C(Business to Consumer) 영역에 있었다면 현재는 2년 가까이 데이터 솔루션을 만드는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에서 일한다. 요즘은 O2O(Online to Offline)라는 용어까지 나온 마당에 B2C와 B2B는 꽤 전통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을 위해서 개념 정리를 아주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자.


B2C의 영역에는 흔히 ‘회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회사는 물건 및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파는 것. 간단한 예로 삼성전자, LG, 애플과 같이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나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BMW 같은 회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B2B는 회사가 물건 및 서비스를 만들어서 그것을 또 다른 회사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어떤 회사가 물류 정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삼성전자에 판매한다든가, 또 다른 회사가 딜러들이 사용하는 고객관리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만들어서 자동차 회사에 판매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요즘에는 회사 사업도 다각화되었기에 한 회사가 B2B와 B2C를 동시에 하기도 한다. 삼성에서 가전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건 B2C 영역에, 반도체를 만들어 애플에 파는 것은 B2B 영역에 해당한다.


모든 프로젝트의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프로젝트를 구체적인 예로 들어서 설명하기보다는 좀 더 큰 개념으로 설명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IT 테크 회사 기준). 비단 UX 디자인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제품 디자인, 비주얼 디자인 등 전반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1. B2C 디자인 과정

애플 스토어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사람들. B2C 회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1-1. 프로젝트 시작 


새로운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시장의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 PL)는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목표 결과물, 범위, 기간, 인력(디자인, 개발 등)을 선정한다. 디자인의 경우 보통 발상(ideation) 단계부터 참여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선정된 후에는 그중 몇 가지 키 아이디어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간다. 프로젝트의 중요도 및 규모에 따라 실패의 가능성을 철저히 줄이고자 아이디어 검증 단계에서부터 사용자 테스트(User Test, UT)가 진행되기도 한다.


1-2. 프로젝트 진행 및 완료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면 디자이너들도 점점 바빠진다. 아이디어로 선정된 몇 가지 안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내부 리뷰, 외부 UT 등도 병행하면서 점차 디자인을 확정시켜 나간다. 디자인을 확정 짓기 전에 개발팀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개발 시의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려 노력한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발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디자인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빠른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회사 내에서도 보통 비밀리에 진행되며 최종적인 디자인이 완성될 때까지 개발팀에서 풀 스펙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랜 기간 반복적인 ‘디자인 → 테스트 → 수정 → 검증 → 디자인 → (…)’ 같은 프로세스가 지나고 드디어 디자인이 완료되면 보통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여기서 종료된다. 완성된 디자인은 개발팀으로 이관되어서 정식 제품화 단계 절차를 밟는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씩 걸리는 제품화 단계에서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이후의 단계를 팔로우 업(Follow-up)이라고 일컬으며 디자인 원안이 제대로 제품화될 수 있도록 개발팀 옆에서 거의 붙어살다시피 했다.


1-3. 피드백 및 업데이트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고객이 제품을 만져보고 사용하고 구매하면서 여러 피드백을 온·오프라인으로 남긴다. 그걸 예전 회사에서는 VOC(Voice of Consumer)라고 했다. VOC 중 정말 중요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 제품 업데이트에 참고해 디자인한다. 예전에는 1년에 몇 차례씩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기간이 있어서 일정 기간 취합된 VOC를 반영한 변경된 디자인을 시즌별로 출시했는데 요즘 디지털 제품 및 모바일 앱은 그런 시즌이 따로 없이 중요한 VOC를 즉각 제품 업데이트에 반영해 시장에 출시하기도 한다.


1-4. 특징


B2C 사업에서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일이 끝이 없다. 초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시장에 출시하더라도 시장의 VOC가 제품을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계속해서 진화시켜간다.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본격적인 디자인은 오히려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 시작하는 느낌이다. 때문에 B2C 사업에 종사하는 많은 디자이너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라 그건 그거대로 계속 내 업무 목록에 남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그 위에 더한다.


또 다른 특징은 고객이 왕이라는 점. 개발팀이 예산 및 역량을 문제로 구현 못 했던 기능이더라도 고객이 ‘강력하게’ 원하면 어느 날 이미 구현이 되어 있다(그럼 그동안 왜 안된다고 한 거야?). 그 때문에 디자인 팀에서는 리서치 결과물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는 논리를 쉽게 거스를 개발팀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디자인 완료 후 시장 반응을 즉각 살펴볼 수가 있다. 버튼 모양을 바꾸거나 제품의 특정 부분의 기능을 추가/삭제하면 고객으로부터 즉각 피드백이 들려온다. 아마도 B2C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자 동시에 두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켜보고 있다(They are always watching your design)….



2. B2B 디자인 과정

2-1. 프로젝트 시작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은 우리와 거래하는 회사들의 요구사항이나 내부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B2C 회사처럼 시장에서 들려오는 직접적인 VOC의 형태는 아니고 내부 고객,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이 이슈화시킨 아이디어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판매했던 제품에 ‘이 기능을 추가시키는 것이 어때?’라고 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식이다. 심지어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아무런 VOC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B2C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 있으면 그 제품의 디자인 및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기도 한다. B2B는 보통 디자인 및 기술 트렌드가 B2C의 그것보다는 보수적이어서, B2C에서 한번 검증받은 것들로 제품을 기획하는 경향이 있다.


2-2. 프로젝트 진행 및 완료


제시된 아이디어 중 몇몇 좋은 제안을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개발팀과의 조율도 바빠진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끝은 ‘디자인의 완성’이 아니라 ‘제품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제품이 완성되고 판매되면 현장에서 바로 오류 없이(희망 사항이지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저 테스트도 이루어지긴 하지만 B2C 디자인의 그것처럼 자세하게, 자주 이루어지진 않는다.


고객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B2C와 같은데 B2C 디자인할 때처럼 요구가 광범위하지는 않다. 아마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한정적이고 전문적인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적인 측면은 조금 덜 고려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하고 탄탄한 디자인이 중요하다.


2-3. 피드백 및 업데이트


디자인이 시작되고 최종 디자인이 완료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과 풀 스펙이 개발팀과 공유되기에 제품화 과정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디자인이 완료된 후 팔로우 업 과정을 거치는 B2C 디자인 과정과는 좀 다르다.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제품이 출시되면 대부분의 경우 즉각적인 피드백을 디자인 팀에서 받을 일은 별로 없다. 많은 경우 개발팀에서 관여하며 제품을 수정/업데이트한다. 디자인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무척 드문 케이스이며, 수정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제품에 반영해서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다음 버전 출시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표하기도 한다.


2-4. 특징


제품 출시 이후 고객사에서 문제없이 바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기에 B2B 디자인은 굉장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개발팀의 제품 구현 능력이 프로젝트 성패의 가장 큰 요인이다. 아직도 1990년대에 제작된 UX 디자인 요소를 가진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면에서는 고객보다 개발팀이 왕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고객의 VOC를 직접 듣지 못하기 때문에 내 디자인이 현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장점도 있다.


원문: 히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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