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진짜 실패'를 겪지 않았다

조회수 2017. 12. 9.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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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세대의 실패는 어른 세대의 실패보다 훨씬 차고 날카롭다.

몇 해 전 조롱거리가 됐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춘의 성숙에는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맞는 부분도 일부 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꼰대’ 같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현실적이다.

우리 어른들은 실패를 통해 배웠다. 하지만 어른들의 실패는 지금 세대의 실패와는 다르다.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충분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이 차지하고 남은 걸 우리끼리 나눠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 세대의 실패는 어른들의 실패보다 더욱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다.



어른들이 겪은 실패, 그리고 우리의 실패


어른들은 많은 실패를 겪었다. 꿈보다는 현실을 쫓다 보니 자아실현에 많은 투자를 못 했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들에게 쏟았다. 자신의 입신양명에는 가족을 염두한 결정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일부 철없는 어른들은 이기적인 선택으로 가족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가족을 지키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혔다. 과거 주류의 삶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른들이 주도했다.


그들이 생각한 큰 실패는 대부분 조직과 관련이 있었다.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것, 몸담고 있는 조직의 성장과 관련된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또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르지 못하는 것 등 마치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직에 삶의 가치의 대부분을 투영시키곤 했다. 조직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로부터 이루어졌다. 그 실패의 원인을 제거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조직 및 단체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조직 속 개인의 지위와 권한은 올라가는 중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조직 중시의 이데올로기는 곧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공 방식을 그대로 배워서 하다 보니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큰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일명 토사구팽식 성장은 단기전에는 주효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전략은 아니었다. 지금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겹겹이 쌓아놓은 여러 성공으로 가는 관문 통과의 실패와 함께, 기성세대가 침범하지 않은 다른 영역의 불확실성을 함께 겪고 있다. 괜히 5포 세대, 7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를 ‘New Normal’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당연시됐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서 실패에 대해 배운 것이 있다면 “실패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대신에 그 실패를 최소화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다음 세대와 실패를 보는 것 같지 않다. 단순히 Do or Do not의 프레임 안에서 실패의 잣대를 견주곤 한다. 성공의 가능성보다는 실패를 보는 것, 이러한 프레임에 우리를 길들이고 있고, 그 작전은 성공하는 듯 보인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특히 심했다. 늘 자식이 하는 일에 탐탁치 않아 한다. 왜? 그분들의 시선에는 늘 어설퍼 보이기 때문이다. 아흔 먹은 노인이 환갑 지난 아들에게 차 조심해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일리는 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 등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의 엄청난 업적을 이룩해냈고, 그분들 덕택에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출처: ParentEdge

하지만, 앞으로 겪게 될 세상은 기성세대가 겪은 세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과거의 몇 가지 패러다임으로 판단할 수 없다. 과거의 성공 공식은 이미 무너지고 있으며, 누구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바라본 이분법적 관점에서 결과와 과정을 같이 보고, 그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는, 성공 가능성의 재평가 관점에서 말이다.



시도와 도전 그리고 ‘실패’


그 전에 실패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가르는 중요 개념이 시도와 도전이다. 십수 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도전’이었다. 어디를 가나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라고 부르짖었다. 그렇게, 도전과 젊음은 매우 밀접한 단어였다.


도전(挑戰)의 뜻은 ‘맞서 싸우다’ 이다. 젊음이기에 어떤 역경과 고난도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인데, 실패를 염두에 두고 그냥 부딪혀 보라는 뜻처럼 느껴진다.


너무 잔인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도전을 통한 실패’는 젊음이기에 마땅히 겪어야 할 아픔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부류의 실패를 과연 누가 선호할까. 그렇기 때문에 이는 절대 하지 않는 말 중에 하나가 되었다. 특히 주변의 어린 친구들에게 말이다.

잘 생각해보니 무서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도’가 그 단어를 대체하게 되었다. 시도와 도전은 미묘하게 다르다. 시도(試圖)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그리고(Planning) 행동(Action)한다”는 뜻으로, 뚜렷한 목적 또는 성공에 대한 충분한 청사진을 그린 뒤 전략적, 기획적, 실행적 등 여러 합리적 방향 및 과정을 전제로 한 뒤 시행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적어도 우리에게 도전하라는 의미의 “OO처럼 해봐”가 아니라, “무엇이든 좋으니 한번 시도해봐”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단순한 명제를 놓고 보자. 그러면 시도할 때와 도전할 때, 어느 때 가장 많이 배울지 쉽게 알 수 있다.


당연히 시도할 때가 훨씬 많이 배운다.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고, 그 학습은 아마도 기성세대의 학습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무조건 외우고 응용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내적으로 경험을 쌓고, 실패를 벗삼아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는 식으로 주변과 스스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어느 누가 실패를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과거와 비슷한 성공 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 시대에 오히려 쉬운 성공은 독이 될 수 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 나온 것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되, 그 실패는 ‘끊임없는 시도’를 전제로 하고, 같은 방법보다는 다른 방향과 방법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직장 속 실패 보완을 위한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살면서 많은 실패를 겪게 되는 곳이 직장이 아닐까 싶다. 매일 실패를 한다. 그 실패는 내가 만든 것도 그리고 환경에 의한 것도 또는 복합적인 것도 있다. 아니, 복합적이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그리고 오로지 결과에 의해 냉정한 평가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실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실패를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실패를 어떻게 수습해서 성공 또는 성공 가능성을 높여갈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 그리고 조직에게는 ‘오답 노트’가 필요하다. 마치 학창시절에 틀린 답안을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틀린 원인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매번 하는 제안이지만 그때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다른 방법의 주요 근거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 방식으로부터 찾는 것이다. 얼마나 실패를 많이 겪었고, 그 이후에 어떤 대응과 대책을 통해 그 실패를 보완했는지는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이러한 방식이 곧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단적으로 채용에 적용 가능하다. 수많은 프로젝트 중 서류에는 나의 ‘실적’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실패했고, 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고, 차후에 비슷한 프로젝트에서는 동일한 실수를 줄이거나 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강구했는지 씌여있다면 좀 더 면밀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내 가능성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고객에게 가치를 제안하는 과정(Value Proposition Process)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 타이밍, 고유의 니즈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매번 성공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고객별 구체적인 상황 분석을 통해 다양한 케이스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이를 기록함으로써 유사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New Normal 세대에게 ‘학습과 성장’은 과거 선인들이 이야기했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이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익혀야 하고, 그걸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경계는 기성세대가 이해하거나 구분할 수 없다. 그들 고유의 영역과 경계일 뿐이다.


원문: Eden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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