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테리어도 업사이클링 시대! 처치 곤란 쓰레기의 재탄생 '메리우드협동조합'
부러진 나뭇가지, 캔 따개, 코르크 마개… 보통 사람 눈에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로 보이지만 귀인을 만나면 세상에 유일무이한 물건으로 부활합니다. 버려진 가구를 리폼하거나 폐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업사이클링 업체 메리우드협동조합을 소개합니다.
업사이클링의 메카로 등장한 서울새활용플라자. 아침부터 목공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수업은 걸개 만들기. 재료는 나무토막과 코르크 마개, 캔 따개 등입니다. 사포로 문지르고 전동드라이버에 힘을 주다 보니 어느덧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이 아닌 세상 하나뿐인 소품이 만들어졌습니다.
- 김영애 메리우드협동조합 대표
단 하나뿐인 물건이라 더 소중해요
청평에서 리아트 카페를 운영하는 엄정용 씨도 얼마 전 폐목재를 활용해 카페를 새로 단장했습니다. 폐목재를 활용한 아트월과 장식장으로 빈티지풍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엄 씨는 지난해 우연히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장터에 갔다가 메리우드와 인연을 맺고 업사이클 인테리어를 의뢰했습니다.
국비지원 수강생에서 협동조합까지
메리우드협동조합은 손으로 무엇이든 뚝딱 만드는 걸 좋아하는 30-50대 여성 6인이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폐자재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인테리어를 비롯해 목공예품 판매, 그리고 목공 교육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미션입니다.
이들은 2014년 서대문 여성인력개발센터의 경력단절 여성 국비지원 프로그램인 ‘eco-DIY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 과정’에서 만났습니다. 생활 목공을 배우고 목공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입니다. 수료 직후 운 좋게도 서울시가 지원하는 마을학교 사업에 당선돼 서대문구에서 ‘목(木) 좋은 동네’라는 프로그램을 6개월간 진행하며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들은 버려진 가구를 리폼하고 폐냉장고를 활용한 공유 서가를 공원에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주관한 서울 여성 공예창업대전에서 동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마을학교 사업을 함께 했던 10명 중 유달리 찰떡궁합인 6명이 손을 잡고 2015년 ‘나무와 함께하는 즐거운 세상’ 이란 의미의 메리우드협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식비·커피값 아껴 공방 마련
메리우드협동조합은 아주 작은 공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아 서대문구 홍은동에 20㎡짜리 공방을 마련했습니다. 소소한 일거리가 생기면서 공간이 부족해지자 2년여 만에 처음 크기의 4배인 82㎡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습니다. 메리우드가 성공사례로 입소문이 나면서 서대문구에서는 목공예 협동조합이 잇달아 생겨났습니다.
생활 목공에서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
서울새활용 플라자에 입주한 메리우드협동조합 공방에 가면 페파레트를 이용한 아트월, 액자, 코르크마개를 활용한 화분 등 다양한 제품이 눈에 띕니다. 올해 9월 문을 연 새활용플라자에는 현재 32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메리우드는 지원자 평가 점수에서 고득점을 얻어 제일 넓은 공간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습니다.
마음을 열고 온기를 나누는 목공교육
메리우드의 주요 사업은 교육입니다. 조합원들이 목공 DIY 교육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강의에 나설 수 있지요. 올해는 3개월 동안 서대문구청소년지원센터,서대문청소년수련관과 연계해 학교 밖 청소년 20여 명을 대상으로 목공교육사 2급 자격증 취득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수업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아리를 만들고 유대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방을 거쳐 간 교육생은 약 300여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는 재능을 기부로 풀어내거나 제2의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영선 씨는 신촌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목공 예비 선생님으로 활약했습니다.
지역 학교에 월 1회 이상 직업체험 장소 제공
메리우드는 또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체험의 장소로 공방을 개방합니다.
메리우드는 또 두리홈이라는 구세군 미혼모 센터 입소 대상자들에게 원목 수납장 8개와 좌탁 8개를 만들어 기증했고 취약계층의 아동들을 위한 시설에 목공예품을 전달하는 등 지역과 나눔의 장을 계속 펼쳐가고 있습니다.
오기를 자극제로 어려움을 넘다
남들은 성공사례라고 추켜세우지만 김 대표를 포함해 메리우드 협동조합원들에게도 가슴 시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그럴 때마다 너무 화가 나서 울기도 했지만 조합원들끼리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보란 듯이 잘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결국 메리우드가 성장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합니다.
‘지켜보자’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된 가족들
메리우드는 조합의 큰 행사 때마다 남편들을 초청해 도움을 청하고 조합원 가족 간에 우의를 다집니다.
그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회에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이 평생직업으로서의 매력이라고 합니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