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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지로 소통, 협업 하지 마라

조회수 2017. 10. 30. 2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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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붙어있다고 소통이 가능하지는 않다

오래 붙어있다고 소통이 가능하지는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대립과 갈등의 현장은 가자 지구다. 그곳에 철조망을 사이로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이스라엘 어린이가 서로를 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철조망 건너에 있는 어린이를 그려보라고 하면 여지없이 괴물 같은 존재를 그린다. 서로가 서로를 접촉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세상이 심어준 나쁜 감정이 어린이들의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다.


1954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한 적대감을 줄이는 방법으로 ‘접촉가설(contact hypothesis)’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서로 만나 대화하고 함께 어울린다면 서로를 괴물로 그리지 않고 친구로 그릴 것이다. ‘접촉가설’은 집단간 고정관념과 편견, 차별을 해소하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방법으로 인정받아왔다.

요즘 기업 환경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조직가치관 강의와 조직문화 컨설팅을 주로 하는 필자는 여러 기업 직원들에게 ‘우리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 또는 조직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설문과 인터뷰를 많이 진행했다. 결과를 보면 “소통이 안 된다”, “협업이 필요하다”가 답변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저성장과 초경쟁이라는 기업 환경에서 긴밀한 상호작용을 위한 소통은 필요 조건이라고 하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경영진과 리더들도 소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효과가 일시적이고 여전히 “소통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여학생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 여학생들에게는 매주 같은 남학생의 사진을 보여주고 B그룹 여학생들에게는 매주 다른 남학생의 사진을 보여준 후 시간의 경과에 따른 호감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매주 같은 남학생의 사진을 본 A그룹 여학생들의 호감도가 점점 올라갔다.


반면에 B그룹 여학생들은 매주 바뀌는 남학생들에 대한 호감도에 변화가 없었다. 이 실험을 통해 호의를 가진 사람은 만날수록 관계가 좋아지고 불쾌감이 생긴 사람은 만날수록 관계가 나빠진다는 결론을 얻게 되는데 이것을 통해 나온 이론이 ‘단순접촉효과’(effect of simple contrast)이다. ‘단순접촉효과’는 무조건 접촉한다고 소통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01년 하버드 정치학과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미국 전역에 3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투표, 자원봉사, 기부 등 지역에서의 공동체 활동을 어떤 환경에서 많이 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결과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의 시민 참여가 가장 적었다. 서로 덜 신뢰하는 경우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익숙한 대상과 있을 때는 잘 어울리지만 익숙하지 않은 대상 속에서는 거북이가 등껍질에 숨어버리는 것처럼 남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현상을 ‘터틀링’(turtling)이라고 정의했다. ‘터틀링’은 신뢰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협업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져시졍

앞에 소개한 ‘접촉가설’은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갈등관리에 유용한 이론으로 많은 효과가 있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을 자주 만나게 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했더니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생겼다. 요즘 기업에서 상사와 부하간에 면담이라는 코칭을 강화했더니 감시 받는 느낌이라 불쾌하다고 하고, 서로 친해지자고 회식을 자주 했더니 술 먹을 때 잠깐 분위기가 좋을 뿐 오히려 개인사생활까지 침해한다고 불만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했더니 더 큰 소리가 나고 사람들 간에 분란만 커진다는 얘기를 한다.


이유가 뭘까? 답을 앞에서 이미 소개했다. ‘단순접촉효과’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킨다. ‘터틀링’은 신뢰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오히려 만남이 불편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경쟁자인 경우 자주 접촉하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 싸울 일만 더 많아진다.



소통과 협업을 위한 네 가지 원칙


‘소통과 협업’이 요즘 기업 환경에서 시대적 화두인 것은 사실이다. 무작정 끌어들일 게 아니라 중요성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소통과 협업’을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공동의 목적과 목표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공동의 목적과 목표가 없는 소통과 협업은 성공하지 못한다. 공동의 목적과 목표가 있을 때 소통과 협업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전사적인 소통과 협업은 기업 가치관인 미션(목적), 비전(목표), 핵심가치(우선순위)가 정립되고 내재화가 필수 요소가 된다.

둘째, 수평적으로 평등한 관계의 형성이 필요하다. 불평등하고 위계적 환경에서는 자발적 소통과 협업을 끌어내기 어렵다. 수평적으로 평등한 관계여야 소통과 협업은 효과가 있다. 경영진이나 리더가 직원들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소통과 협업을 외치는 것은 겉으로만 하는 시늉만 이끌어 낼 뿐이다.

셋째, 집단적 협력이 필요하다. 소통과 협업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공동체 활동에 맞게 팀, 부서, 부문, 전사 차원의 집단적 협력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 협력은 ‘단순접촉효과’와 ‘터틀링’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라.


원문: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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