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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10.12. 작성

“1그램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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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내용은 오즐렘 센소이, 로빈 디엔젤로의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 39~43쪽에서 발췌하였다.


1981년 미국 교육학자 진 애니언(Jean Anyon)이 사회 계급에 관한 중대한 연구를 했다. 노동계급・중간계급・상류층 학교 각각의 학생들에게 ‘A. 지식이란 무엇인가? B. 지식은 어디에서 오나? C.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나? 있다면 어떻게?’ 등 일련의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속해 있는 사회 계층에 따라 지식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애니언은 연구 결과를 <사회 계층과 학교 지식>이라는 논문에 담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난한 노동계급 가정 학생들은 다수가 지식을 ‘외우는 것, 질문에 답하는 것, 숙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간계급 학생들은 ‘외우기, 사실과 역사를 배움, 머리가 좋음, 무언가 배우는 것’으로, 상류층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한 다음 이 생각이 잘못된 점을 찾는 것, 무언가를 아주 잘 아는 것, 무언가를 알아내는 학습 방법’ 등으로 보았다.


마지막 질문(C번)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이 흥미롭다. 노동계급 학생들은 가장 많이 내놓은 답변은 ‘아니다’(15명)였다. ‘그렇다’는 1명, ‘모르겠다’는 4명이었다. 한 학생은 “만들 수 없다. 지식은 교육위원회에서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식’은 교과서(권위자)에만 있다는 의식의 방증일 것이다.


중간계급 출신 학생들은 ‘아니다’ 9명, ‘그렇다’ 11명으로 나왔다. 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행동해서 지식을 만들 수 있다”, “도서관에 간다”, “심화 수업을 받는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상류층 학생 중 ‘아니다’고 대답한 학생은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6명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 지식을 만들 수 있다”, “무언가 발견할 것을 생각해내고 그렇게 한다”, “새로운 것들을 탐구해본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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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기존의 지식을 더 많이 전달해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믿는다. 교사와 교과서가 알려주는 지식을 더 많이, 더 완벽하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문제가 없을까? 지식에 대한 관점의 차원에서 드러나는 계층별 차이점이 시사하는 점에 주목해 보자.

지식에 대한 개념은 사회 계층과 교육제도가 엮여 만들어진다. 교육제도는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자원에 따라 매우 다른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우리가 미래에 어떤 위치에 있게 될지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대하다.

– 오즐렘 센소이・로빈 디앤젤로(2016), 위의 책,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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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 대한 교사의 관점, 지식을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할 때 교사가 취해야 할 방법과 태도를 돌아본다. 학생들은 ‘수동성’이 강조된다. 그들은 교사 혹은 교과서가 전달하는 지식을 방관자처럼 구경하거나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기만 한다.

존 듀이의 표현을 빌리면 “학생이라는 말 자체가, 풍요로운 경험을 해보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을 직접 흡수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민주주의와 교육>, 157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들의 정신(의식)은 육체에서 분리된 뒤, 전자는 순수하게 지적이고 인식력이 있는 것으로, 후자는 엉뚱하고 방해가 되는 물질적 요소로 간주한다. 고질적인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이라는 폐해가 생겨나는 지점이다.

연을 날리는 소년은, 자기의 눈을 연 쪽으로 향해야 하고, 실이 손을 당기는 여러 강도에 주의해야만 한다. 그의 감각이 지식의 통로가 되는 까닭은 외부의 여러 사실이 그 어떤 방식으로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목적을 가지고 무언인가를 하는 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보거나 만지거나 한 사물의 성질은 행하여지는 일에 관계가 있으며, 재빨리 지각된다. 즉, 그것들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단어의 뜻에 상관없이, 받아쓰기나 읽기로 단어를 재현하기 위하여 눈으로 이들 단어 모양에 주목하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요구될 때, 그 결과 생기는 단련은 단순히 고렵된 감각기관이나 근육의 단련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목적에서 행동을 분리시키는 일이야말로 훈련을 기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 존 듀이, 위의 책 159쪽.

듀이는 관계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너’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골치 아픈 ‘품사’는 품사 유형 목록이나 예시 단어로서가 아니라 언어(모어)와 언어생활과 사회적 언중이라는 넓은 자장권 안에서 정의될 때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 ‘짐마차’에 관한 듀이의 비유를 빌리면, ‘짐마차’에 관한 지식(관념, 지각)은 짐마차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총합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을 끄는 동물과 운반되는 물건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다.


지식은 관계와 경험을 통해 구성된다. “1온스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라는 듀이의 경구를 새겨보자. 우리 정신은 마음대로 무언가에 주의(집중)할 수 있거나,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을 그렇게 얄팍하게 정의하는 순간, 학생들은 “세상을 괴롭게 하는 어정쩡한 관찰이나, 언어상으로만의 관념이나, 몸에 익숙하지 않은 지식의 범람”(위의 책, 161쪽)에 빠지게 된다.

경험으로부터 이탈된 이론은 이론으로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한 이론은 단순히 언어적 공식이나 표어가 되는 것으로, 사고 즉 진정한 이론 구성을 불필요하고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교육 받은 대로 말을 관념이라고 생각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말을 써서 처리하는데, 그 처리는 사실 문제도 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애매하게 된 지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존 듀이, 위의 책 161쪽.

교사는 아이들과 어떤 ‘교육’을 펼쳐 나가야 할까.


원문 : 정은균의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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