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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비 김영준 인터뷰: 피할 수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 읽기 "상권은 어떻게 확장하고 이동하는가?"

조회수 2017. 10. 10. 23: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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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만 한' 시선에서 벗어나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부동산의 속내

Q.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보험 영업하고 있습니다.


Q. 어쩌다 그 빡센 길을 걷게 됐습니까(…)


원래는 기업은행 다녔어요. 남들은 다 좋은 직장 왜 때려치웠냐 하는데… 그 좋은 직장들이 공통점이 있어요. 다니는 사람에게 좋은 기업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좋은 직업이란 거죠.


Q. 그래도 월급은 많이 주지 않습니까?


아… 그때는 꼬박꼬박 통장에 현금이 늘었죠. 네… 그러고 보니 괜히 관둔 것 같기도… 후회되네요…



뭐, 제가 하필이면 군번이 꼬여서… MB께서 공기업과 금융권 월급을 확 깎은 시기라 좀 짜증도 났고… 은행 업무라는 게 다 그래요. 창구 바깥에서 보면 모르겠지만 안에 들어가면, 진짜 기계적으로 구르며 일하죠.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서 좀 주도적으로 뭔가 하면 살아야겠다… 마침 리먼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금융위기도 잘 넘어간지라,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죠.

MB 때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Q. 은행을 나오니까 어떻던가요?


그 사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더군요. 무슨 유럽 경제위기도 오고… 201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휘청대는데, 한국은 수출 중심 국가니까 당연히 바닥 계속 찍었죠. 제가 일하는 보험업은 그 자체가 내수를 타는 상품이니 끝을 모르고 안 좋네요(…)


Q. 편한 은행 있다가 보험 영업하니 짜증 나지 않아요?


음… 이것도 은행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착각이에요. 우리나라는 한국 금융업은 어디든 영업 위주로 돌아가고, 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는 행원이란 사람들, 다 영업해요. 지점마다 월 단위로 실적 내려오고 위에서 엄청 푸시해요. 예금 몇천, 대출 몇억, 방카, 카드… 요즘 은행 내점 고객도 줄어드는데 할당 맞추기 힘들어요.


Q. 그래도 뭐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은행에 비하면, 보험 영업은 정글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보험영업… 정말 대단히 타이트하죠. 근데 전문직도 영업하는 시대에 어쩌겠어요… 변호사, 세무사… 이런 사람도 이제 다 영업하고 네트워킹하는 시대인데. 물론 이들이야 라이선스가 있으니 좀 낫긴 하겠지만…

때깔을 보니 아직 수입이 괜찮은 듯하다 (물론 포샵을 했습니다)



냉혹한 현실, 자영업보다 차라리 비정규직 취업이 나은 세상


Q. 블로거명 김바비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쩌다가 블로그를 시작하셨죠?


약 10년 전 대학생 때 FRM 같은 해외 금융 자격증 공부하고 있었어요. 마침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각종 이슈도 있었기에, 그런 내용을 정리하려고 시작했죠.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어야, 진짜 제 지식이라는 큰 뜻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해보니까 대학생이 얼마나 알겠어요. 글 하나 쓰려면 자료조사에만 2주씩 걸리고… 그러다가 현업에서 구르며 이제 머리 좀 굵어지고,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 게 3~4년 됐어요. 어찌 구독자도 계속 늘고… 책도 내고…


Q. 글에 악플이 참 많이 달리는데, 보는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그리 악플이 넘칠까요?


뭐랄까나… 선의에 기반하는 정책을 비판할 때는 어김없이 악플이 달리죠. 예로 최저임금 1만 원에 관해서 쓴 글들이 그랬어요. 제가 최저임금 상승을 반대한 것도 아니에요. 무조건 1만 원을 목표로 급격히 올리기보다, 관리 가능한 수준, 적절한 상승 폭을 지녀야 한다는 거였죠. 그런데 당위적 주장 앞에 엄청나게 까이더군요.

제목만 봐도 까임의 스멜이…

Q. 님 지금 최저임금 1만 원 까나여? 적폐네여?


(…) 과거 경제학은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을 높인다고 가정했어요. 그런데 카드-크루거 이론이 나오며 ‘적절한 속도로 최저임금이 올라갈 경우 실업률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쪽으로 돌아섰죠. 그래서 속도가 중요한 건데… 그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애초에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이 미준수율이 더 문제에요.


어지간한 나라 3배 이상으로 높고, 솔직히 지방은 최저임금 지킬 수 없는 가게 투성이에요. 일본 같은 경우야 지방별로 최저임금이 다르지만, 한국은 지방 봉건 역사가 없어서 일률적 최저임금을 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최저임금이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나온 거죠.


Q. 미준수율?


최저임금 미준수율 고려 없이 최저임금 올려봐야 범법자만 늘릴 뿐이에요. 최저임금 지키지 않는 사업자 공통점이 뭐냐면… 돈 없고 영세한 사업자라는 거에요. 규모가 커질수록 최저임금을 잘 지키죠. 그 사람들이 특별히 사람이 나빠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게 아니에요. 사악해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게 아니라, 사실상 줄 수 없는 상황이죠.

출처: 김영준님 블로그
헬조선의 위용

Q. 여기에 대한 반박은 ‘최저임금도 못 주는 놈들이 무슨 사업이냐’는 거죠.


그 부분은 저도 좀 공감해요. 그렇다고 못 지키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많은데, 무조건 최저임금 올리는 게 해법일까요. 말이 사업체지, 다들 그냥 영세 자영업자인데… 이 사람들, 대부분 임금 근로자로 있다가 커리어 한계가 보일 때 자영업자가 된 거잖아요. 이들 능력 없죠. 직장에서야 나름 전문성이 있었겠지만, 나와서 장사하는데 뭐 특별할 게 있겠어요.


이런 사람들이 폐업하면 어디로 갈까요? 또 다른 자영업 예비군이 될 뿐이에요. 그러면 최저임금이든 뭐든 그냥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고요. 이런 건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에요. 사회에서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려면 큰 사업체가 많아져야 해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죠.


Q. 좀 말하기는 그렇지만… 자영업 할 바에야 차라리 마트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불안정 자영업주가 되느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느냐… 뭐가 낫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비정규직이 낫죠. 자영업은 스스로를 고용하여 사업체를 운영하기에, 아무것도 담보되는 게 없어요. 사업주가 거둬가는 돈도 따박따박 꽂히지 않고 왔다 갔다죠. 한 달은 죽 쑤고 한 달은 많이 벌고…


그런데 같은 돈 번다고 가정할 때, 월 소득 편차가 없는 쪽이 마음이 훨씬 편해요. 월 100 벌다가 300 벌다가 하면 지출 수준을 100에 맞출 수밖에 없거든요. 당연히 삶의 질은 내려가고… 꼬박꼬박 월 200 들어오는 게 낫죠.

어마어마한 속도로 망하고 있다

Q. 그렇죠. 사실 자영업자가 비정규직만큼 벌기도 빡센 세상이고… 자영업자 폐업률이 굉장히 높죠.


네. 좀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어정쩡한 자영업자들은 임금노동자 편입이 훨씬 낫죠. 수익과 생활이 안정적이니… 그리고 임금 노동자는 최소한 자기 자산을 잃을 일이 없어요. 막말로 직장 짤려도 자산까지 날아가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자영업자는 자산 손실 가능성이 크죠.



골목상권, 본연의 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복합쇼핑몰에 뒤질 수밖에 없다


Q. 하지만, 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이슈도 첨예하죠.


전 좀 반대로 보는데… 결국에는 더 많은 대형 업체들이 생겨나야 해요. 오히려 아직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게 문제죠. 예를 들면 지금 정부 규제를 보면 골목상권 보호라는 이름 하에, 복합쇼핑몰 영업에 제한을 거는데… 정말 복합쇼핑몰이 골목상권 망치는 경쟁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복합쇼핑몰의 본질은 임대업이고, 이들의 경쟁자는 골목상권이 아니라 골목상권의 건물주라 생각해요.


Q. 건물주???


복합쇼핑몰들 보면, 교외에 대규모 필지를 동원해서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짓거나, 도심에 주상복합 근처로 복합쇼핑몰을 꾸리잖아요. 전자라면 스타필드, 후자라면 합정 메세나폴리스 같은 게 있겠죠. 기존 가게들이 도로와 이면도로 따라 형성됐다면, 복합쇼핑몰은 아예 건물 안을 거리화하죠. 당연히 훨씬 깨끗하고 쾌적해요.


애 있는 분들은 이해할 건데, 유모차 끌기도 편하고요. 하남 스타필드는 아예 강아지도 들어갈 수 있게 조성할 정도죠. 이렇게 복합쇼핑몰은 사람을 끌어오고, 그 복합쇼핑몰을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기에 고용을 증진시키고 그 주변 가치도 올라가죠.

하남 스타필드는 기획력을 통해 체험적 요소를 부가하며 공간에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Q. 음… 그게 왜째서 대형 복합쇼핑몰의 경쟁자가 골목상권 건물주가 되는 거죠?


복합쇼핑몰들은 쇼핑몰을 기획하면서 그에 알맞은 상가 입점을 받지, 그 점포들 자체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점주는 자연적으로 탄생한 골목상권의 상인과 경쟁하겠죠. 합정 메세나폴리스 안에 있는 카레집은, 합정역 이면도로의 고깃집과 경쟁하듯… 하지만 메세나폴리스 그 자체는 인근 동네 상권 건물주와 경쟁하는 것이죠.


Q. 뭔가 어렵지만 그런 것 같네요(…)


여기서 생각해볼 필요 있는 게 하나 있어요. 기존 골목상권의 임대업자는 본인이 부가가치 상승에 기여한 게 거의 없어요. 일반적으로 입지의 유리함에만 기대서 임대료를 올려온 거죠. 반면 복합쇼핑몰은 철저한 기획과 연구를 통해 가치를 올려 왔어요.


Q. 뭐, 솔까말 돈빨 아닙니까. 요즘 뜨는 동네 보면 대기업이 뒤에 있는 케이스 한둘도 아니고…


당연히 자본의 힘이 크죠. 하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어요. 그렇다면 자본의 규모 차이를 이유로 영세 건물, 영세 임대 사업자들을 보호해줘야 할 명분이 있을까요. 물론 대기업이 조성한 복합쇼핑몰은 크면 몇천억 단위니 어마어마하지만… 골목상권도 몇십억은 가는데, 그들 임대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과연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출처: 김영준님 블로그
규제를 통해 재래시장 매출이 일부 늘어남은 사실이다. 허나 실제 매출액이 훨씬 큰 대형 마트의 매출액 격차가 큼은, 그만큼 소비자 후생이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Q.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보세요?


프랜차이즈가 그나마 사람들 덜 망하게 만든 시스템이긴 해요. 프랜차이즈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일정 정도 자본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사가 영업 노하우나 통일된 시스템을 제공함으로 최소한의 균일한 사업능력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 작은 가게들이 대부분 프랜차이즈 화 됐죠. 사실 이것조차도 이미 포화상태라 애매하긴 한데…


Q. 근데 또 프랜차이즈의 갑질 논란이 항상 있지 않습니까.


온갖 논란이 일어나는데… 사실 그 본질은 사업주가 가진 자신만의 역량 자체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난리 난 파리바게뜨의 경우에도, 사장님들이 뭘 본사보다 잘 알겠어요.


포스 시스템, ERP, 다 본사에서 제공할 거고, 이번에는 아예 제빵사도 파견하고(…) 빵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핵심 기술은 본사가 다 가지고 있어요. 골목상권 점령 이야기도 실제 자영업자들이 역량이 없기 때문이 커요.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음식의 효용이 더 높다고 소비자가 판단한 거죠.


 

젠트리피케이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일어나는 이유


Q. 본격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도시는 재개발을 통해 계속해서 탈바꿈해요. 이 중 주택이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런다고 잘나가는 상권이 막 형성되진 않아요. 고급 아파트로 변화하며 아파트 가격과 상가 임대료가 오르는 정도죠. 상가 임대료가 높아지니, 들어올 수 있는 가게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가 돼요.


Q.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이에 반해서 낙후된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은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새롭게 시도하는 가게들이 몰리게 되죠. 홍대가 그랬다가 연남, 망원동까지 이어졌고, 성수는 홍대 지역이 너무 떠서 임대료 비싸니까 저렴했든 그 동네로 옮겨가서 다양한 시도를 한 거예요. 초기 비용이 낮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그 시도가 쌓이고 쌓이면서 새로운 상권지로 떠오르는 거죠.

출처: 한경부동산
홍대의 확장은 어마어마하다

Q. 아하!!!


상권의 중심이 떠오르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요. 지금 성수도 그렇고 과거에는 홍대도 그랬고… 예전에 잘나가는 상권지는 입지적 유리함을 바탕으로 했어요. 강남은 압도적으로 교통이 유리했죠. 경기도 남부 지역은 모두 이쪽으로 흡수될 정도로… 건대 입구도 경기도 동부에서 유입되기 좋은 곳이고요.


Q. 홍대 같은 상권은 어떤 차이가 있죠?


반면, 원래는 낡은 주택단지였는데 상업지구로 커진 곳이 있어요. 홍대도 지금이야 거대 상권으로 거듭났지만, 시작은 그랬죠. 그렇게 연남동까지 확장된 거고요. 그렇게 발전한 지역은 상권이 확장되며, 기존 주거지역이 상권으로 바뀌어요.


Q. 어떤 식으로 그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거죠?


자영업 사업주들을 리스크 관점에서 보면 세 그룹이 있어요. 리스크 추구자, 중립자, 기피자. 먼저 리스크 추구자들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해요. 그들이 위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 조건, 주로 저렴한 임대료를 찾죠.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는 곳은, 점점 비슷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특색 있는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을 계속 불러모아요. 그런 시도들이 모여서 그 상권이 특색 있는 지역으로 바뀌죠. 이 사람들 같은 경우가 보통 홍대나 성수에 처음 간 사람들이에요.

출처: 쿠키님 블로그
돼지코팩으로 잘 알려진 미팩토리는 공장을 사무실로 바꾼 후, 1층에 글로우카페까지 냈다

Q. 오오…


그렇게 그 지역 뜨고 나면 리스크 중립적인 사람들이 들어오죠. 그 지역이 뜨는 것에 좀 편승하는… 그 사람들은 초기 리스크 추구자보다 자본이 좀 더 있는 사람들인데, 프랜차이즈를 들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분위기에 맞는 아이템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점점 상권이 발달하며 세탁소, 쌀집 같은 주민 편의시설이 밀려나요. 이어서 거주민들이 밀려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게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죠


Q. 그렇다면 상가가 밀려나는 건 어떤 프로세스를 겪죠?


무슨 스타트업처럼 실험적인 아이템들이 상권을 좀 띄우면, 리스크 중립적인 사람들이 들어오고 점점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하죠. 그렇게 상권이 계속 뜨면 임대료도 급격히 오르고 권리금도 급상승합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확 줄어들어요. 몇 년 전까지 월 임대료 몇십 하던 곳이 몇백까지 나가면 거기서 뭘 새로운 걸 하겠어요? 확실한 것만 하지… 그럴 때 들어오는 게 위험 기피적 사업자예요.

상권이 단기간에 뜨면 종종 이런 현상마저 발생한다

Q. 그렇게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뒤덮는다…


네. 꼭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어디서 성공한 확실한 아이템을 가지고 오죠. 강남 보면 완전히 새로운 거 안 들어오잖아요. 성공 확보된 것들만 가지고 와야, 임대료 내고 얼마나 남길지 가늠이 가니까… 이런 리스크 기피 사업자가 들어올 때쯤 리스크 추구자는 쫓겨나죠. 이게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이에요.


Q. 듣고 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는 일 같군요.


상권 형성에 있어서 당연한 과정이긴 해요. 오래된 다가구 주택단지는 임대료가 싸니까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템의 인큐베이터가 되는 거죠. 새로 건축되는 팬시한 상가, 주상복합 아파트, 복합쇼핑몰은 이렇게 인큐베이팅된 아이템들이 성장해서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요. 실제로 작은 식당에서 시작해 그렇게 큰 곳도 적지 않아요. 잘 되면 마트나 복합쇼핑몰이, 그런 아이템을 제휴 통해서 입점시키기도 하고요. 그러면 이 작은 사업이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수 있죠.


 

젠트리피케이션의 끝, 공동화 현상


Q.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역효과가 있으니, 좀 제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외국에서는 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보통 10년~20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 나라들은 사실 이것도 빠르다고 하는데 우리는 보통 5년 정도면 손바뀜이 이루어집니다. 홍대 상권이 계속 확장되고는 있지만, 원래 홍대 상권의 그 시발점이었던 곳들은 오히려 일부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예로 압구정은 이미 완전히 공동화가 자리잡혔잖아요? 90년대부터 어마어마한 럭셔리 상권으로 떠올랐는데, 지금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며 가로수길에 완전히 눌렸죠. 지금은 그 가로수길도 조금씩 공동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던데…

오죽하면 이런 기사까지 뜰 정도…

Q. 뭐, 설마 가로수길까지 망하겠습니까…


아직은 핫플레이스죠. 신사역도 가깝고… 하지만 압구정 같은 경우는 그 골목 자체를 가고 싶은 느낌… 그냥 을씨년스럽달까… 더 이상 공실 방치가 안 되는 수준이다 보니, 권리금 제로인 곳도 많아요. 물론 압구정은 럭셔리 샵 위주라서 좀 다르긴 해요.


해외여행이 본격화되기 전 압구정의 럭셔리 샵 비중이 높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면세점 가는 게 더 싸고, 해외에서 직접 사면 더 싸고… 그 영향도 있어서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거죠. 아무튼 지금 홍대 중심부 쪽이나 이런 곳도 마찬가지로 공실이 늘어나고 있죠.


Q. 에… 그래도 홍대나 이런 곳 보면 그렇게 빈 건물이 눈에 띄지는 않던데요?


저는 아직 완전히 몰락한 지역이 아닌 곳들은 빈 가게가 아닌 인형뽑기 가게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어요. 인형뽑기방은 사람 둘 필요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가장 최적인 아이템입니다. 장사 안돼도, 놀게 하느니 굴리는 거죠.


그 자리를 채울 다른 가게가 당장 들어오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이 아주 몰락하지 않은 이상에야 유지만 될 수 있다면 권리금으로 일정 정도 충당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홍대 등의 중심부에 인형뽑기방이 늘어나는 건, 일종의 또 다른 공실이라고 봐요.

출처: 피군님 블로그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면엔 이런 문제도 있다

……


홍대로 시작했던 게 합정, 망원, 상수, 연남까지 커지는 건, 결국 중심지 임대료가 높아지며 기존 상인이 피난 가는 거죠. 임대료가 일정 수준 높아지면 어지간한 대형 프랜차이즈 외에는 중심지에 들어올 수도 없게 돼요. 그런데 대형 프랜차이즈만 가득한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를 보러 누가 거기까지 가겠어요. 여기까지 오면 그 자리는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는 거죠.


Q. 공동화 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보다 더 위험하단 생각도 드는데요?


공동화는 중심지가 바깥으로 옮겨가는 것이고 젠트리피케이션의 마지막 단계이기도 합니다. 원래 신촌도 명동의 대안으로 등장했어요. 충무로와 명동이 문화와 예술의 중심거리였는데, 임대료가 너무 높아지면서 원래 그 지역의 레코드와 문화예술인들이 신촌으로 옮겨가면서 중심지가 넘어간 거죠. 그러다 신촌도 임대료가 높아지며 또 홍대가 등장한 거고…


그래도 그렇게 공동화가 계속되다 보니, 상인들도 나름 스스로 임대료를 제한하려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어요. 종각 같은 경우 2년 전 정도부터 옛날 피아노 거리 쪽에 상가 상인을 보호하자는 플래카드 볼 수 있었을 정도예요.

<응답하라 1994>시절 신촌은 젊음의 상징이었다



한국, 상가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더 강해져야


Q. 다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돌아가서… 그래도 상가 보호를 강화해야 한단 의견도 많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게 있습니다. 재계약은 계약자간 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관습상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이 보호하는 5년까지는 재계약할 때 임대료를 9% 초과해서 올릴 수 없게 법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었어요. 그게 올 7월인가 바뀌어서 최대 10년으로 늘어났는데,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봐요.


젠트리피케이션 원인도 갱신청구 가능 기한이 그동안 5년으로 너무 짧아서 그랬어요.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할 때 임대료 몇백 프로 올랐다느니 하는데, 갱신청구권 5년 끝나고 새로 할 때 발생하는 거예요. 그 이전까지는 9% 못 넘으니까…


Q. 권리금도 여러 이슈가 있던데 어떤가요?


많이 좋아졌죠. 지금은 법적으로 권리금 회수 보장 장치가 짜여 있어요. 과거에는 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에게 권리금 받고 넘기려 해도, 기존 임대인이 트집을 잡거나 반대하면 불가능했어요. 그러면 기존 임차인은 미치죠. 자기는 권리금 받고 들어왔는데 회수는 안 되고, 5년 지나면 나갈 수도 있으니…. 그런데 지금은 법안 나오면서 임차인이 넘길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이 나라가 좋아지고 있다

Q. 음… 그런데 이건 임대인에 대한 권리 침해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런 보호 장치 없으면, 정말 작은 곳들은 버티기 힘들어요. 예로 대표님이 4년 장사 잘 해서 상권도 떴어요. 권리금 받고 넘기려 하지만 임대인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애초에 5년이란 제한이 너무 짧았어요. 10년이 되게 중요한 게, 10년 보장되면 사업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안 되면 자꾸 단타 치고 빠지려 하는 경우가 많죠. 권리금 이슈도 이러니까 잘 발생하고.


Q. 외국은 어떤가요?


선진국은 다 한국보다 길어요. 따로 정한 임대 기간이 없거나 기간을 정하더라도, 보통 10년 이상입니다. 그나마 짧은 게 프랑스인데 여기도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간이 8년은 넘어요. 자영업자가 5년으로 수익 내기 굉장히 힘들어요. 겨우 자리 잡고 자기 브랜드 쌓아나가는 단계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해요. 옮겨봐야 쫓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고… 그래서 전 기간 자체가 10년 늘어난 건 긍정적이라고 봐요.

출처: 김영준님 블로그
한국에서는 임대료를 올리면 임차인이 받거나 나가거나이지만, 일본은 임차인이 불복하여 적정임대료를 조정해 주기까지 한다

Q. 임대인들은 좀 열받겠군요.


그 사람들도 다 리스크 짊어지고 하는 일이긴 한데, 한국은 임대 문화가 좀 바뀔 필요가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권리금 같은 문화가 자리잡힌 건,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매우 부실한 상황에서 임대인은 임대료만 잘 올려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던 부분에 원인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10년으로 길어지고, 임대인은 대형 쇼핑몰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이제 상가 투자자인 임대인은 과거와는 태도가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좀 늘어난 것 같으니까, 임대해준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으니까 임대료를 올리자! 혹은 당신이 뭘 하든 임대료만 꼬박꼬박 잘 내면 돼. 라는 마인드로 임대업을 해서는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임차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하고 임차인의 사업과 아이템을 알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부가가치 높일 임차인을 찾아야죠.


Q. 장기적으로 상가 임대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이렇게 부가가치를 높이는 임차인을 키 테넌트(Key tenant)라고 합니다. 임대인들은 매우 영리하게 키 테넌트가 될 사업자를 찾아내고 그 키 테넌트를 중심으로 하여 결국 자신의 임대물과 속한 지역이 다른 지역, 쇼핑몰과 경쟁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복합쇼핑몰들이 내부에 서점을 입점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거든요. 필요하다면 키 테넌트에겐 일정 정도 임대에 편의와 혜택을 부여할 필요도 있고요.


이것을 하려면 결국 임대인도 임차인의 사업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필요하다면 좀 더 좋은 조건을 미끼로 해서 가벼운 면접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다만 임대인 입장에선 이 부분에서 걸림돌이 되는 게 권리금인데 향후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거고요.

Q. 어어… 그런 변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서양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주거용 부동산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렌트의 경우 직업 뭔지, 소득 얼마인지 다 확인해요. 심지어 서양에서는 보증금을 임대인 맘대로 못 쓰는 나라가 많습니다.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도 임차인에게 주죠. 이런 상호간의 철저한 신용계약이 자리 잡힌 서양과 달리, 한국은 계약에서 임차인 보호가 미흡하고 상호간의 신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온것이 임차인이 자기 권리 확보를 위해 보증금 세게 지르고, 임대인은 그걸 맘대로 쓸 권리를 가지는 일종의 ‘보증금의 사금융화’였죠. 그리고 이제 과거에 비해 임차인의 보호 제도가 점점 갖춰져 가니 이 부분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있어요. 무작정 뭐를 막고 금지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길을 찾아야죠.



상권의 끊임 없는 확장과 이동을 읽어라


Q. 앞으로 이런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요?


대자본이 점점 대형 복합 쇼핑몰을 늘려 나갈 텐데… 이건 기존 상권의 임대업자들이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임대인들의 건물에 대한 가치평가와 임차인의 사업 가치에 대한 평가 등이 정말 중요해질 거라고 봐요. 기존에는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임대인들이 적당히 시장 가치 매겨서 매매하고 임대하고… 그런데 상권의 움직임이 매우 복잡해져서 이제 그렇게 감에 의존하긴 힘들 것 같아요. 철저하게 계산해야…


Q. 예를 들자면…


예로 종각 같은 경우도 기존 상권 지역이 옛날만큼 활발하지 않잖아요. 거기 자체가 원래 교통 중심지로 뜬 것도 있지만, 인사동부터 시작해서 외국인 수요가 많았던 것도 분산되고… 또 원래 주변 지역 직장인 흡수하던 상권이었는데, 디타워, 그랑서울 등 직장인 가기 좋은 대형오피스로 상가가 많이 생겼어요. 그렇게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상권을 재평가해야겠죠.

전국에서 땅값 가장 비싸다는 그랑서울의 위용

Q. 그렇게 들으면 대형 기획부동산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죠. 2000년대 후반부터 꼬마빌딩 투자 일어났는데… 그 배경에는 작아도 건물이 괜찮고 상권이 좋으면 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형, 복합 쇼핑몰이 인기를 끌며, 작은 골목 상권과 경쟁하고 있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부동산은 대형 부동산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작은 부동산은 작은 부동산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이제부터는 그것을 고려해야 하죠. 상권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바탕으로 한 믿음을 가지는 건 곤란하겠죠. 단순히 입지만 보는 것을 넘어서 상권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임차인의 역량까지 고려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봐요.


Q. 아예 대기업들이 전체 골목상권을 기획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보세요?


기획형 상가가 점점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대기업은 골목의 작은 건물들을 일일이 매입하거나 임대계약 맺기 힘들어요. 차라리 필지 하나 잡고 크게 가는 게 훨씬 저렴하게 먹히죠. 일일이 계약하며 진행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볼 때, 골목은, 여전히 개인의 영역이긴 해요. 기업이 들어오기도 힘들고, 한국 사람 마인드 상 대기업이 골목 매입 하면 말도 많을 거예요. 작은 곳은 큰 곳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아까 얘기했던 골목이 아이템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바로 그 측면에서 한 이야기고요.


Q. 대놓고 어느 상권이 기대된다고 찍을 곳은 없습니까?


어느 지역 뜬다 안 뜬다 말하기는 정말 쉽게 예상하기 힘들어진다고 봐요. 변화가 너무 빠르고 복잡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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