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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죽지 않았다, 다만 변해야 할 뿐이다

조회수 2017. 10. 3.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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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포털이, SNS가 갖지 못하는 틈새 접면을 끊임 없이 확보하는 길뿐이다.

정보/미디어(플랫폼) 과잉 시대에 무엇이 희소 가치인가


신문이 살아남기 위한 해답은 쉽고도 난해하다. 어떻게 희소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냐에 모든 해답이 담겨있기에 그렇다. 유일한 정보 생산 매체로서 위용을 자랑해왔던 시대엔, 생산 그 자체가 이미 희소성을 담보했다. 정보 접근의 배타성을 토대로 정보 가공의 전문성을 지닌 엘리트들을 보유한 신문사는 수많은 독자들, 소비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미디어였다.


광고주(기업)는 신문이 아니면 상품 구매자들에게 접근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신문의 광고 지면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격화됐고, 치솟는 광고 단가에 신문사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소비자와의 독점적 접면(충분한 발행부수)을 소유한 신문사는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부수 경쟁에 열을 올렸다. 발행 지면은 늘어나고 지면은 더욱 컬러풀해졌으며 광고 단가는 덩달아 치솟았다. 신문의 황금 시대는 그렇게 시작됐고 그렇게 질 수밖에 없었다.


신문의 황금 시대는 두 가지의 희소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1. 독자 접면의 희소성(광고 집행 공간의 희소성)
2. 정보 생산의 희소성(= 정보 자체의 희소성)
인터넷은 뉴스 지형을 완전히 뒤엎었다

인터넷은 이러한 독과점적 생태 구조를 뿌리째 뒤집었다. 블로그, 포털, 소셜 네트워크 등 수많은 미디어들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후죽순 등장했고(미디어의 과잉), 연이어 정보의 과잉(콘텐트 과잉) 국면이 도래하게 됐다. (참조 링크) 미디어의 과잉으로 수용자의 주목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전장터를 방불케 할만큼 치열해졌고, 정보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신문이 생산한 정보는 희소적 가치를 상실했고, 독자 접면의 희소성도 급속하게 추락하게 된다.


더이상 광고주는 신문 지면에 매달릴 이유를 찾기 힘들게 됐다. 독자와의 접면을 효율적으로 제공해주는 선택지가 더 없이 넓어졌고, 그 접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독자들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사실, 광고주들에게 저널리즘 퀄리티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독자와의 접면을 폭넓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미디어가 필요할 뿐이다. 포털, 블로그,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광고주가 이동하는 게 하등 낯설지 않은 이유이다.


신문사는 더 넓은 독자의 접면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추구해왔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독자와의 접면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또 수익을 위한 돌파구였다. 지금도 저널리즘은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더 넓은 접면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유효하며, 독자들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다. 지속적인 접근과 방문은 저널리즘 가치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참조 링크)



희소성을 위한 인위적 울타리치기(Enclosure)

그럼에도 각론 수준에서 의문부호가 남는다. 저널리즘 가치를 높이는 길만으로 희소성을 지닐 것인가. 적어도 한국 상황에선 그 자체만으로도 정보 생산 측면에서 희소성을 갖게 될 것이다. 뉴스의 소비 문화 지형에 대한 특이성을 고려할 때 그렇다. 다만 충분하지 않을 뿐이다.


신문에 강요되고 있는 혁신의 문법은 현재 직면한 문화적 토양을 고려해 여러 영역에서의 희소성을 끊임 없이 발굴하고 구축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돼야 한다. 경쟁의 산업적 경계가 붕괴되면서 직접적 경쟁사가 포털, 블로그, SNS가 된 상황(동일 고객을 다루고 동일 경쟁 영역에서 활동하는 측면을 고려할 때)에서 동일 산업군(신문산업) 내의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로는 생존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용자 접면 확보의 무한경쟁 속에서 신문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포털이, SNS가 갖지 못하는 틈새 접면을 끊임 없이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길뿐이다. (워드프레스로 유명한) Auttomatic 엔지니어인 벤 톰슨은 “수익화는 프리미엄 모델을 통한 전세계 헌신적 독자들로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듯(참조 링크), 헌신적 독자과의 접면을 확보함으로써 그 자신의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1. 희소적 접면 구성을 위한 광고 타깃팅


독자 접면의 희소성은 미디어의 과잉으로 붕괴됐다고 언급했다. 신문이 가진 독점적 지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광고주들이 선택할 옵션은 상상 이상이다. 이 속에서 필요한 전략은 가치(Add Value)의 덧대기를 통한 접면의 재희소화(Re-Scarcity)이다.


동일 규모의 독자 접면을 보유하고 있는 신문사라 하더라도 접면의 재가치화(타깃팅의 정교화 기술 적용)를 통해 접면의 희소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기술의 도움이 절대적인 영역이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기호별로 구매 자극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타깃팅은 플랫폼을 리디자인할 정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생존을 위해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가 왜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털과 글로벌 IT 자이언트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를 확보했다. 현재 개별 언론사가 쫓아가기엔 버거울 정도의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 언론사가 운영하는 뉴스 플랫폼이 소프트웨어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이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자칫 디지털 광고에 있어 IT 자이언트들의 위상은 추격 불가의 영역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뉴스 웹사이트 이면에는 기술이 있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검색 광고는 네이버가, 디스플레이 광고는 구글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관찰해보라. 결국 이들과 광고 시장을 두고 다퉈야 하지만, 신문사가 지닌 무기라곤 청동으로 만들어진 비파형동검에 불과하다. 반면 IT 자이언트는 휴대하기 간편하고 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타워즈의 광선검으로 시장 내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독자 접면의 재희소화를 위해 투자하지 못한 언론사들은 저급 광고의 푼돈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IT 자이언트의 광고 네트워크 품속으로 스며들어간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데도 신문사의 디지털 광고 수익이 평균 성장율만큼 높아지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한계가 존재한다.



2. 더 세분화된 틈새 뉴스 영역 발굴


정보 영역에서의 재희소화는 영역의 틈새화, 포맷의 틈새화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영역의 틈새화는 버티컬 영역으로의 진출을 의미한다. ‘정경사문’으로 고착화된 한국 신문사의 카테고리 구조는 출입처 영역의 공통화로 차별적 정보 생산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국내 언론사가 생산하는 기사의 70~80%는 동일 아이템을 거의 동질적으로 배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A언론사와 B언론사를 구별하는 유일한 기준은 독자들에게마저 차별적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하는 의미 없는 인용 코멘트의 차별성에 불과하다.(소위 쌀로 밥짓는 코멘트가 대다수) 출입처발로 생산되는 기사에서 희소 가치를 찾지 못하는 현재 상황은 독자에게도 광고주에게도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A 언론사가 가장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고 가장 전문화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과정은 재희소화의 필수적 요소이다. 보스톤 글로브가 보스톤의 인구 구성에 천착해 카톨릭 전문 버티컬을 론칭하는 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참조 링크)


물론 ‘돈이 되면 다 따라올 것’이라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콘텐트 영역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기에 그렇다. 때문에 기자 브랜드의 재희소화가 반드시 후행돼야 하는 작업이다. 콘텐트 자체보다 브랜드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 예를 들어, ‘FiveThirtyEight’ Nate Silver의 콘텐트는 따라할 수 있어도 Nate Silver의 브랜드를 하루 아침에 넘어서긴 쉽지 않다. 스타기자의 육성은 브랜드의 재희소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포맷의 틈새화는 스트레이트 위주의 기사에서 내러티브 위주의 기사로 기사의 형태 및 유형에 따라 재희소화하는 전략이다. 동일 카테고리에서 동일 스트레이트 포맷으로 가치를 덧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를 생산하는 뉴스 미디어는 넘치고도 넘친다.


왜 류현진 경기 뒤 민훈기의 기사를 기다리는 이들이 포털에 넘쳐나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훈기씨의 기사 아래에는 긍정적 댓글이 수없이 달린다. ‘기레기’ 따위의 비아냥거림은 찾아볼 수 없다. 류현진의 활약상을 건조하게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달하는 수백건의 기사 속에서 그의 스토리는 단연 돋보인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해주며, 맥락 속에서 오늘 류현진의 경기를 해석한다.

한 독자는 이렇게 말한다. 

류현진 선수와 야구에 대한 새로운 걸 알 수 있었던 기사 같네요 다른 곳은 해외 기사 인용하거나 과장 부풀리기가 심한데 다른 분들 말씀대로 믿고 읽는 민 기자님 칼럼이네요.

민훈기 칼럼은 포맷의 재희소화뿐 아니라 브랜드의 재희소화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신문사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순환 보직의 이름으로 박탈하고 있으며, 재희소화의 여지를 여전히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


재희소화는 디지털 영역에서의 인클로저식(울타리 치기) 접근이다. 그 단어가 상징하듯 가장 자본주의적인 방식이다. 공유의 공간에 희소성의 울타리를 침으로써 더많은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생산 및 유통 비용의 감소로 재생산 비용이 ‘0’로 수렴하는 상황에서 기업가들은 저작권이라는 디지털 울타리치기로 생존 기반을 유지해왔다. 제도적 규제를 활용한 인위적 희소화. 인터넷의 본질적 생리와 상충할 수밖에 없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기업가들은 감행했다. 가장 저급한 방식의 디지털 인클로저 방식이다.


인터넷 생태계와 공존하면서도 신문사가 생존할 수 있는 인클로저식 접근이 무엇이냐, 분명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하는 게 신문사의 운명이다. 그 운명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원문: with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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