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전예약 이벤트의 비밀

조회수 2017. 10. 2. 1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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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도 사실 딱히 손해보는 건 없다.
지금까지 이런 게임은 없었다!

게임회사가 게임을 출시할 때 꼭 넣는 메시지다. 그렇다. 지금까지 이런 게임은 없었을 것이다. 그 게임을 만들 때 전제하는 것이 ‘이런 게임은 없었다’니까. 그런데 게임 회사가 게임을 출시할 때 꼭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사전예약 이벤트’다.


사전예약 이벤트는 게임이 나오기 전 게임을 예약하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행사다.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지만 사실 이 속에는 게임회사가 이야기하지 않는 넛지 전략이 숨어 있다. 바로 게임 다운로드라는 선택을 유도하고 만족하게 하는 넛지 전략이다.


우리는 어떻게 사전예약을 하게 되는가? 검증되지 않은 게임을 무의식적으로 다운로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 사전예약제에 숨겨진 넛지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사전예약의 본질: 초기 이용자 확보


사전예약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초기 이용자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다. 제품의 생애주기에 의하면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보통 다섯 단계로 나타난다. 제품을 처음 개시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2.5%의 ‘이노베이터(Innovator)’와 13.5%의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를 확보하는 것이다.

약 16%를 차지하는 이들은 처음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후기(Review)를 남기고 입소문(Viral)을 내어 나머지 84%의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준거점으로 삼을 결정적인 사람들이다. 즉 초기에 소비자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초기 이용자가 많을수록,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할수록 제품과 서비스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초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턱대고 좋은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특히나 모바일 게임은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사양 되는 만큼 지속적인 이용층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그들은 초기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 이것이 바로 사전예약제다. 결국 사전예약제의 본질은 초기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1. 손해 볼 거 없습니다


그런데 사전예약제에 참여한 동기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사실 눈앞에 보이는 인센티브 때문이다. 즉 게임 사전예약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사람의 전형적인 심리를 이용해 예약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소다. 사전예약을 선택하는 것은 당신에게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설득해 사람들이 사전예약이라는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전예약제에 아이템이나 캐시 등 인센티브를 반드시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손해 보는 것보다 이득 보는 것을 더 선호하며,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득을 취하기보다 손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5만 원짜리 지폐를 주고 동전 던지기 게임 참가를 제안한다. 동전을 던지지 않으면 5만 원만 가지고,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받은 5만 원을 도로 내놓고, 뒷면이 나오면 5만 원을 더 준다. 이 게임에 참여한다면 받은 돈을 도로 내놓을 수도 있고, 최대 10만 원을 챙길 수도 있다.


합리적으로 봤을 때 어차피 잃는 것이 없다. 내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본전을 유지할 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참가를 거절한다. 자신이 받은 5만 원을 지키기 위해서다. 손해에 심지어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 사전예약제 역시 마찬가지다. 인센티브 없이 어플을 알아서 찾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어플을 찾는 몇 분의 시간이라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손해에 민감한 심리를 보이는 사람들은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찾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게임을 누가 다운로드하겠는가!


사전예약제는 이렇게 손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찾을 필요 없어요’라 말하며 찾는 시간을 단축해주는 듯 보이고, 동시에 사전예약만 하면 인센티브를 무조건 제공한다. 물론 그 인센티브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고 오로지 게임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인센티브만 봤을 때는 보상받는다는 심리가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사전예약을 ‘밑져야 본전’ 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2. 알림문자를 보내는 이유

이뿐 아니라 예약자에게 ‘알림문자’를 보낸다. 알림문자는 사전예약을 다시금 상기하도록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다운로드라는 선택지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사전예약 후 날리는 다운로드 알림문자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시선 집중시키기


인센티브만 보고 우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사전예약 버튼을 눌렀다면 게임이 언제 나오는지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보통 자신이 원하는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망각곡선에 따라 게임에 대한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사람들은 보통 기억한 순간부터 1주에서 1달 사이 전체 기억의 약 20%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해당 게임을 지속적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사전예약했던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알림문자는 이렇게 기억에서 잠시 잊혀져 갈 때 상기시키고 인센티브를 떠올리게 하며 다운로드를 유도한다.

보상: 나는 다른 유저보다 앞서갈 수 있다 


알림문자는 ‘기억 장치’와 더불어 게임을 사전예약한 자신과 게임을 사전예약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한다. 자신이 게임에서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즉 알림 문자를 받음으로써 게임에 더 애착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떤 게임의 핵심 목표는 ‘캐릭터를 더 강하게 해서 현실 속 억압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것’이다. 내가 타인보다 강한 상황을 무시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사전예약을 한 사람 대부분은 게임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게임을 즐기는 고정 유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며


결국 인센티브와 알림 문자 두 개만으로 게임은 고정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게임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진다. 손해를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와 다시금 시선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조합해 다운로드 수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가적인 수익을 얻도록 유도했던 넛지 전략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를 입진 않는다. 다시 말해 사전예약은 당장의 손해와 이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게임을 인센티브 때문에 받은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보도록 하자.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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