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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대참사: 트럼프 트윗 '오역'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들

조회수 2017. 9. 20. 10: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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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의 오역이 오보로 이어지는 놀라운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북한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라며 트윗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가리켜 ‘Rocket Man'(로켓맨)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라며 북한 상황이 ‘나쁘다’고(Too bad!) 말하기도 했습니다. ‘Long gas lines forming’은 기름이 부족해서 주유소에서 장시간 줄을 서는 모습을 뜻합니다. 혹자는 ‘장거리 가스관’으로 착각하는데, 한-러 가스관은 ‘The Korea- Russia Gas Pipeline’으로 표현합니다.



트럼프 트윗 오역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 중’으로 오역 보도한 언론사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관련 트윗을 올리자, 한국 언론사들은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북한에서 기름이 부족해 줄을 서고 있다’가 아니라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 중. 유감이다’라는 오역이었습니다.


연합뉴스는 9월 17일 22:53분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 중…유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시간에 연합뉴스는 <트럼프 “북한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서”> 라는 제목으로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딱하네”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기자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사를 송고했다면, 한 편의 기사는 ‘오보’라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연합뉴스의 오보를 다른 언론사가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트윗을 오역한 기사를 보도한 곳은 확인된 곳만 연합뉴스,KBS,YTN,조선일보,중앙일보,뉴시스,한겨레,서울신문,매일경제 등 10여 곳이나 됩니다. KBS는 23:08분에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 중…유감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는데, 기사 본문에는 ”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딱하네”라고 보도했습니다. 급하게 수정했다고 봐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오역된 기사를 그대로 트위터로 공유했고, 일부 언론사들은 급하게 제목과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올리거나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오역 받아쓰기의 끔찍한 결과

KBS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을 오역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를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언론사의 오역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상한 해석을 내놓는 끔찍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KBS는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유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주장하고 있는 ‘원유공급 중단’의 효용성과 원유공급을 제한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2375호)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트럼프 트윗 오역으로 문재인 대통령 한미동맹 약화시킨다고 오해받을 뻔했다”며 “오역한 언론들은 문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결국, KBS의 보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자체를 오역하면서 이상하게 바뀌었습니다. 단어 하나의 오역이 오보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셈입니다.


기자들을 가리켜 ‘기레기’라고 합니다. ‘기레기’의 특징 중의 하나가 검증 없이 통신사나 외신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저널리즘을 추구한다는 언론사라면 최소한 자신들이 낸 오보를 슬쩍 수정하고 삭제하기보다는 제대로 알리고,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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